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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Mar 18. 2022

운동 재개

- 오미클론 지나간 후

삼 주 만에 다시 운동하려 나서니 두근두근 했다. 가족의 연이은 확진으로 집안에서만 지냈다. 몸이 무겁게 느껴지면 세면대 거울 앞에서 스쿼트 자세를 잡고 몇 번 하다가는 그만두었다. 독감보다 괜찮다고 하지만 잔잔하게 잡아 끄는 느낌의 몸살이 지루하게 이어졌고 그런 날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일단 잘 쉬고 잘 먹으며 잘 회복하자 싶었다. 아직 운동은 무리야. 


쉬는 중에 <아무튼, 피트니스>를 읽었다.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던 인권운동가가 나이스라는 코치를 만나 개인강습을 받게 된다. 운동하는 몸이 되면서 겪는 삶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나도 3개월 난 생 처음으로 헬스 개인강습을 받았다.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다. 작가는 수업 전에 웜업 운동과 준비운동을 권유받았는데 나는 끝나고 40분의 유산소 운동을 하라고 한 것 정도 차이가 있지만 운동하며 느꼈던 것들이 생생하게 살아났다. 오랜만에 운동하러 가는 길, 쉬었던 몸을 웜 업 할 겸 헬스장까지 걸어갔다. 얼마나 몸무게가 늘어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하천길을 따라 걸어가니 어제 내린 봄비로 물소리가 시원하다. 얼음은 이제 흔적도 없다. 


체육관에 도착하니 수업 20분 전이다. 초등학교 수영장 한편에 있는 헬스장이라 규모가 작은 편이다. 거울 앞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데 코치가 다가와 인바디를 재자 한다. 쉬었다 다시 시작할 때는 이렇게 하는 거라나. 양말을 벗고 인바디 기계 위에 올라가 무게를 잰다. 어라, 하나도 늘지 않았네.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나서 양 엄지를 은색 패드에 잘 맞춰 봉을 잡고 있으면 인바디가 측정된다. 내 체지방과 근육량을 어떻게 안다는 건지 궁금하다. 소수점 한 자리까지 알려주는 종이가 인쇄되어 나오는 동안 잠시 앉아 기다렸다.


코치가 어제 와이프가 pcr 검사를 한 이야기를 작게 건네 온다. 일터에 옆사람이 확진된 후 걱정되어 매일 자가검사를 해오다가 어제 드디어 두 줄이 나왔다고 했다. 더 이상 걸릴 가족이 없이 바이러스가 한 바퀴 돌았던 우리 집에서 가족 내 잠복기가 얼마나 되는지 묻는다. 다시 운동 휴지기에 들어서는 건가 싶지만 확진 직전의 마음을 잘 알기에 아는 대로 설명해드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인바디 출력물이 안 나온다. 인쇄 버튼을 누르는 것을 잊고 얘기 중이었다! 다시 양말 벗고 팔뚝을 겨드랑이에서 잘 떼고 자세 잡고 측정했다. 증상, 격리기간, 바뀐 정책 등 모든 걸 궁금해했다. 


“케이스마다 달라요. 우리는 작은 아이 안 옮게 하려고 마스크도 쓰고 자고 손 닿는 곳마다 소독하고 다녔는데도 결국 옮았고 친구네는 마스크 벗고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잤는데 한 명에서 끝났어요. 와이프 분 확진받고 동거인 등록하고 나면 pcr검사 몇 번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다들 안 아프다는데 그럼 왜 감기라고 발표하고 마스크 벗고 다니라고 안 하냐고 묻는다. 심하게 아팠던 집들 얘기를 전한다. 학교와 어린이집이 한창이라 서로 통화해 알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공식 모임들이 줌으로 바뀌어 확진자들도 함께 근황들을 나눈다.


인바디 검사표가 인쇄되어 나왔다. 3주 전과 거의 변동이 없다. 체지방 0.1kg 늘었고 근육량은 그대로다. 운동하는 목표 중에 첫 번째가 식습관을 잡기였다. 3kg 정도는 쪘다 빠졌다가 반복되던 게 멈췄다. 게다가 운동으로 감량한 상태가 유지되다니 놀랍고 스스로 기특하다. 


할머니들이 많은 헬스장이라 코치의 걱정이 이어진다. 현재는 증상이 없으니 본가로 들어가 따로 지낼 계획이라 한다. 지인 가정 중에도 같은 반 아이의 확진 소식에 바로 짐 싸서 집을 나간 한의사 아빠가 있었다. 아무도 안 걸렸는데 왜 그러지 싶었다는데 결국 모든 가족은 초토화되었지만 집을 나간 아빠는 감염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는 게 뭔지 보여줬다며 회자되고 있다. 


걱정에 인쇄 버튼 누르는 것도 놓친 코치에게 잡지식을 나눈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올 때 침 방울이나 공기 중에서 바이러스 한 개가 들어와 증식하기 시작할 텐데 자리 잡은 몸 안에서 증식할 동안은 전파가 안된다. 검사하는 코에 바이러스가 묻어 나올 정도가 되어야 전파력이 있다. 특히나 열이 나고 기침하는 증상이 시작될 때는 전파력이 가장 높을 때이다. 눈으로 보는 코치는 멀쩡해 보인다. 마스크도 코까지 잘 쓰고 있다. 부인의 pcr 검사 결과도 기다리고, 본인 몸 상태 잘 살피며 마스크 잘 쓰고 계시라고 했다. 현재 지침으로는 동거자가 걸려도 백신접종자, 비접종자까지 격리 의무가 없어졌다. 그리고 지침은 완화되는 쪽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준비운동 들어간다

목부터 “하나, 둘, 셋, ….. 여덟”

, 오랜만이다. 팔, 어깨, 등, 종아리, 허벅지를 스트레칭해준다. 몸에 운동이 시작될 것을 알린다. 


© yulissatagle, 출처 Unsplash

한 발 데드레프트

2kg 분홍색 아령을 양손에 들고 데드레프트 자세를 잡는다. 처음 하는 운동이다. 한 발을 들어 균형을 잡은 채로 데드레프트를 한다. 버티는 다리의 엉덩이가 타오르고 접어들고 있는 다리도 후들후들 하다. 다리 근육을 키우고 허리와 몸에 균형을 잡는 운동이다. 10회씩 2회를 하는데 마지막 회는 한 발로 서있기도 휘청해 뒤로 접고 있던 다리를 땅에 콕 찍어가며 한 회마다 중심을 잡아가며 마무리했다.


“잘했어요, 그렇게 중심 잡아가면서 하면 돼”


가슴운동, 팔 운동

누워서 가슴운동을 시작한다. 분홍색 2kg 아령을 위로 올렸다 팔을 접어 내렸다 올리고 양쪽으로 벌렸다 모은다. 10회. 그리고 팔뚝 운동을 연 이어 한다. 이 두 가지 운동이 한 세트로 2회 했다. 중간 쉬는 사이에 아령 없이 팔을 움직여 동작을 따라 해 봤더니 동작마다 팔에 힘이 들어가는 부위가 다른 게 느껴진다. 타깃 부위에 집중하면 운동 효과가 더 있다 하니 동작마다 집중해본다. “여기냐? 여기?” 하며 물어보며 할 친구가 없으니 잘 들어야지.





© sxoxm, 출처 Unsplash

봉 스쿼트

잠시 쉬었다. 이번엔  20kg  봉을 어깨에 메고 스쿼트 시작. 친구와 수업할 때 자주 하던 동작이다. 골반이 틀어진 각도 따라 무릎이 내려가며 밖으로 빠질 수 있어 거울로 무릎을 통제해가며 동작했다. 오랜만에 해서 힘들 줄 알았는데 앉을 때도 쓱 잘 내려앉는다. 15회씩 3세트. 경쾌하게 진행된다. 둘이 하다 혼자 하게 되어 걱정했는데 갑자기 생긴 공백기가 운동하고 싶은 마음을 채워주었다. 역시 앞 일은 모를 일이다. 남자 코치와 단 둘이 하는 수업이 어색할 것도 걱정되었는데 때아닌 오미크론 격리로 대화거리가 생긴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오지 않은 일은 준비할 수 도 없고, 준비할 것도 없다. 앞 일은 모르는 걸로 남겨두고 오늘 다가온 일에 집중해본다. 



등 운동

네모난 클립을 양손에 잡고 앞뒤로 긴 의자에 앉는다. 무릎을 펴 다리를 뻗어 받침대 끝에 받치고 손으로 반짝이는 클립을 잡아 등 뒤를 접는 느낌으로 팔을 뻗었다. 가슴은 늘 펴고, 팔을 당기며 접히는 등에 집중한다. 가슴을 펴는 동작은 늘 어색하다. 그러나 늙어서 무릎이 안 아프려면 등 근육을 다시 세팅해야 한다. 등을 펴고 어깨는 아래로 내린다. 근육의 방향을 다시 긋는다는 느낌으로 두 세트 하고 마무리했다. 등짝이 시원하다. 




마지막이다. 복근 운동

© jonathanborba, 출처 Unsplash

아무 생각 없이 친구 따라다니다 혼자 하려니 시계도 보고 몇 동작이나 더 할지 가늠도 하게 된다. 등 운동할 때 땀이 좀 나고 전반적으로 할 만했다. 

요가매트에 누워 팔은 머리 양 옆을 잡고 다리를 90도 위로 올린다. 준비자세다. 구령에 따라 윗몸과 다리를 동시에 내린다. 다시 구령에 맞춰 동시에 올린다. 15회씩 2회 하니 배가 타들어갔다. 회를 거듭할수록 매트 아래로 떠내려 가고 있다. 동작이 끝나면 땅바닥에 나 앉아 있으려나 싶어 제자리서 머물려 하니 운동효과가 배가 된다. 


마무리 운동을 했다. 온몸 근육을 골고루 펴주고 마무리하며 비타민 C를 고용량을 권했다. 2만 정도 드시라 하니 표정이 썩 못 미덥다.  따끈따끈한 체험기를 나누는데 안 믿으면 어쩔 수 없지. 이제 격리를 시작하는 가족에게 건투를 빈다. 동시 확진이 베스트, 확산 없이 끝나는 게 두 번째. 순차 확산은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확산 없이 끝나는 게 최고일 것 같지만 어디서든 걸릴 수 있는 요즘, 온 가족이 한 번 다 걸리고 나니 오히려 낫다. 


운동 안 하고 유지했으니 여기에 운동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됐을까. 기분 좋은 상상으로 운동 의욕이 뿜 뿜 솟는다. 매일 빨아 낡아진 운동복을 한 벌 더 구비해야겠다.  


“운동 쉬다 와서 유지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 대단하시네요

코치의 말이 귀에 맴맴 돈다. 하루 종일 입꼬리가 간헐적으로 승천한다.

같이 기뻐하며 킥킥댈 친구가 없다는 게 허전할 뿐이다.  


두 번째 개인 운동 목표는 바른 자세 잡기다. 둥글게 휜 어깨도 펴고, 가슴도 펴고, 봉긋 솟은 어깨를 제 자리로 돌려놓자. 체육관에서 틈틈이 거울 보며 바른 자세 근육을 키워보자. 이건 인바디로 측정이 안 되는 것이니 전신사진을 찍어 놨다가 3개월 후에 비교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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