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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Mar 20. 2022

저번 시간과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 근데 왜 이렇게 힘들지?



© yourhousefitness, 출처 Unsplash


오늘도 걸어서 체육관에 갔다. 봄이 오는 하천길을 걸으니 좋다. 수영장에도 사람이 없고 헬스장에도 사람이 없다. 수업시간이 끝나 나가는 사람과 들어와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사람들이 한창 부딪혀야 하는 탈의실도 썰렁하다. 누구도 안 왔네, 자식들이 가지 말라고 해서 못 왔나 보다 하는 안부들이 들린다. 


날씨가 아직은 선선해 걸어오는 길에 땀이 나지 않는다. 운동화를 갈아 신고 헬스장으로 들어섰다. 운동 전에는 늘 무게를 잰다. 친구와 무게의 변동을 얘기하며 먹는 시간인지, 먹는 양인지, 먹는 성분인지로 한창 따졌었다. 물론 셋 다 영향이 있다. 6시 전에 식사를 마치고, 점심에 일반식을 했으면 저녁 양을 줄이는 식으로 양을 조절하고, 빵이나 초콜릿을 나도 모르게 입에 넣는 것들이 알아지고 나니 몸무게는 거의 일정해졌다. 


수업이 이십 분 먼저 시작된다. 스트레칭으로 목, 팔, 어깨, 등, 종아리, 허벅지 순서로 늘려준다. 운동 순서는 저번과 똑같다. 한 발 데드레프트 하는 것을 지켜보던 코치가 자세가 안 나온다고 표정을 갸웃한다. 저번엔 잘한다고 했었는데 뭐지 하고 나도 흔들린다. 처음부터 자세를 다시 잡아본다. 가슴을 펴고 허리의 근육에 집중해 내려간다. 집중하라고 했던 곳을 떠올리며 신중하게 한 동작씩 취해본다. 타깃 근육을 사용하고 발달시킨다. 한 발을 들었을 뿐인데 버티는 쪽에 앉았다 일어날 때 엉덩이가 타는 느낌이다. 받치고 있는 발에 발가락도 쫙 펴고 버텨본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중심을 잡아가며 2세트 완료했다. 


나는 말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운동 끝나고 친구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갈까 했는데 운동 후에는 40분씩 뛰고 가라는 코치와 먼저 운동을 시작하고 있던 친구가 그렇게 하고 있길래 나도 러닝머신을 타기 시작했다. 운동 끝나면 방학인 아이가 기다리고 있거나 수영이 끝날 시간이라 서둘러 나가야 했다. 이런저런 일상의 짜인 시간들을 피해 가끔 점심을 함께 하고 더 가끔 차를 한잔 할 수 있었다. 밖에서 보면 꽤나 긴밀하게 지내고 운동도 함께 한다고 했지만 좀 더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 나는 갈증이 좀 있었다. 운동을 하면 시간을 뺏길 것 같았는데 운동을 꼬박꼬박 해가며 시간이 여유 있어졌다. 운동 시간과 겹쳐 오는 일은 못하는 일로 바로 정리되었고 그 앞 뒤의 일은 밀도 있게 하게 되었다. 


코치의 와이프는 확진되었다. 회사에서 4일만 쉬고 나오라고 한다 했다. 아직까지 별 증상은 없다고 얘기하는데 목에 가래가 차는 소리를 낸다. 아, 오미크론은 목부터 오는데 잘 넘어갈 수 있으려나 싶다. 수업 후반으로 갈수록 코치의 소리가 점점 안 나온다. 


신문기사에 1종 감염병 해제 논의를 시작한다는 기사가 난다. 2년간 일상의 많은 것을 변화시킨 코로나가 정말 끝을 맞고 있는 건가 실감 난다. 우린 한 동안 무엇이 변했고 무엇은 다시 되찾을지 이야기해나가야겠지. 


오늘 운동이 좀 힘들다. 코치님, 운동 강도가 세졌나요? 운동 강도가 세지는 건 바벨의 무게를 늘리거나 하는 걸 말한다고 진지하게 답해준다. 운동을 쉬지 않고 했으면 지금쯤 무게를 많이 늘렸을 거라고. 몸이 힘든 거구나. 


오랜만에 운동이라고 쓱쓱 내려가던 스쿼트가 끙~하고 내려갔다 다리를 달달 떨며 올라오게 된다. 오늘 잘 되네~ 할게 아니구나. 코치의 몸상태 따라서 다음 수업은 쉬게 될 수도 있겠다. 수업 시간에 충실하고, 식단을 잘 지켜나가는 게 지금 수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힘들거나 안 힘들거나는 좀 거리를 두고 담담히 지켜보기로 한다. 


운동 재개 2회째.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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