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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Mar 23. 2022

허리가 왜 아프죠?

근육통이에요

운동해서 알게 되는 내 자세가 있다. 이렇게 계속 살면 어디가 아프겠구나 하고 구체적으로 짚어진다. 일단 어떤 자세를 해도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어깨는 내 긴장을 모으며 커졌는지 과도하게 근육이 발달되어 솟아있다. 어깨 힘을 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운동 목표가 되는 근육에 초점을 맞춰야 자세가 잘 나왔다는 말을 듣는다. 잠시 딴생각을 하면 '이상한데'라는 얘기를 바로 듣는다. 엉덩이를 빼고 허리에 U 커브를 만들고 가슴을 펴라니. 코치의 안내대로 자세를 잡아보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가끔 보는 사람들에게 자세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다.  


아이들 데려다주러 나가며 운동복을 입는다. 서둘러 준비하며 거울을 보는데 흰머리가 아마 위에 삐죽 나와있다. 머리를 이리저리 쓸어 넘길 때마다 흰머리가 군데군데 보인다. 얼마 전에 아들 녀석이 잘 보이는 곳에 흰머리를 골라 35개를 뽑아주고 나서 한 동안 괜찮았는데 다시 늘었다. 코치와 단 둘이 수업하기 어색하다, 하라는 대로 자세 취하면 민망하다 등등 다시 운동 시작하며 읊조렸던 말들이 흰머리 앞에서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거울 속의 중년 여인이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다. 늙어서 아프지 않으려고 재활 치료하는 거다. 더 나이 들면 신경도 둔화되어 생각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도 어렵다 한다. 몸에 기운 있을 때, 할 수 있을 때 잘 따라 해서 근육을 많이 만들어 놓자.  


"몸을 건강하게, 삶을 성실하게" 탈의실에서 운동화 갈아 신는데 구호도 외쳐진다. 성실하게 말고 더 와닿는 단어를 찾고 싶은데 일단 지금은 성실하게다. 배우자의 오미클론 양성으로 본가로 들어갔던 코치는 주말 수업 한 번만 빠지고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 증상은 거의 오미클론 초기 증세와 같았는데 멀쩡한 모습이다. 체육관에 운동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다. 탈의실, 샤워실은 텅 빈 느낌이다. 헬스장에도 몇 명뿐이다.  


운동 시작 전에는 무게를 잰다. 몸무게가 4달째 변동이 없다.  

"왜 그대로죠? 운동량도 예전에 반으로 줄었는데......"

"회원님이 음식조절을 잘하고 있는 거죠"

"음식도 좀 먹는데. 밤에 맥주도 한잔씩 하고요."

"그럼 곧 찔 거예요."

"아......"

원리가 참 간단하네. 당장 눈에는 안 보여도 찌는 방향으로 가고 있겠구나. 3개월 운동과 식이조절로 쉽게 살이 안 찌게 되었다면 반대로 운동과 식이조절을 안 하면 쉽게 찌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겠구나. 이 간단한 것을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오늘은 코치와 의논할 것이 있다. 

"5일간 800kcal만 먹어도 될까요?"

"왜요?"

"엄마의 당뇨 치료법에 며칠 단식하는 게 있는데 겁난다 하셔서요. 저는 단식을 여러 번 해봐서 제가 먼저 해보고 무리가 없으면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괜찮아요. 배고플 텐데. 끝나고 인바디 한번 재죠. 저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허리가 아파요. 저번 주 수요일부터." 화요일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어디요?"

"여기" 

척추를 중심으로 양쪽에 산맥처럼 볼록 한 부분을 가리켰다. 

"거기가 아프면 근육통. 운동해서 그런 거예요. 좋은 통증과 나쁜 통증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해.

좋은 통증은 근육통 같은 거. 2주면 사라져요. 나쁜 통증은 2주 이상 가고 염증이 있는 거야,

아픈데 있으면 바로 얘기해요"


허리가 아프면 겁나서 하던 일을 멈추고 잠시라도 누워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오늘은 새로운 운동 루틴이다. 


우선 굿모닝 액서사이즈. 

"아침에 하나 보죠?"

"(크게 웃고) 아니, 인사하는 것 같다고 해서." 

"아, 네......"


긴 막대기를 들고 와서 목 뒤(유식하게 승모근)에 얹는다. 양손을 봉에 얹고 데드레프트 자세를 잡는다. 무릎은 조금만 구부리고 상체를 거의 90도가 되게 구부려간다. 허리, 엉덩이, 힙이 운동된다. 봉으로 자세를 잡았으면 이번에는 봉처럼 생긴 바벨을 목 뒤에 얹는다. 20kg이다. 아이들 어릴 때 몇 키로까지 어깨에 메고 다녔던가. 매일 안고 다니고 목마도 태우고 했던 기억이 난다. 10kg 후반의 우량아들을 업고 다니다 디스크 수술을 했던 이웃도 떠오른다. 아이가 편한 자세로 몸을 구부려 주다 보면 내 몸 살필 겨를이 없었지. 버둥버둥 대며 손가락으로 가고 싶은 곳을 가리키던 아이는 이제 나 보다 커졌다.  


그다음 운동은 허벅지 위쪽 근육 목표로. 기구를 사용했다. 고문기구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 두 발을 하늘로 당겨 올렸다가 제자리로 내리기를 반복했다. 15회가 끝나고 잠시 쉬었다가 무게를 5kg 올렸다. 10회를 겨우 하고 헉헉거렸다. 그다음 다시 5kg 올리고 할 수 있는 데 까지 하라고 한다. 10회를 안간힘을 써서 완료해본다. 무리하지 않고 오기 부리지 않는 만큼의 선에서 약간 힘든 만큼을 잘 가늠해야 한다고 해서 온 몸에서 힘을 짜내려 하면 멈출 줄 안다. 헥헥헥.  


이번엔 허벅지 뒤쪽 강화 운동이다. 기구 의자에 엎드려 다리를 잘 끼운다. 두 발을 엉덩이 쪽으로 당겼다가 제자리로 가기를 15회 했다. 힘든 건 덜 한데 가슴이 눌려 불편하다. 텅 비었던 헬스장에 사람들이 어느새 들어찼다. 공간이 작은 곳이라 금방 꽉 찬다. 개인 운동들 하는 사이에서 PT 받으려니 괜히 주눅 든다. 아, 아침에 본 감출 수 없는 내 흰머리가 떠오른다. 아이고, 주변 신경 쓰는 시간에 할머니 어서 운동해서 근육이나 키우세요. 주변이 음소거된다.  


기구를 사용한 운동들은 특정 부위 근육을 강화하는데 스쿼트와 데드레프트는 다리 전체, 등 전체 근육을 발달시킨다. 그래서 스쿼트와 데드레프트는 골고루 자극되게 바른 자세로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 운동은 2kg 아령 들고 데드레프트 자세에서 팔을 접어들어 양 겨드랑이 쪽으로 접어 붙였다가 양팔을 뒤로 짝 펴준다. 뭔가 어색하게 잘 안된다. 무게 때문에 자세가 안 나와서 그런 것 같아 1kg로 바꿔서 했다. 자극이 느껴지는 부위는 허리, 엉덩이, 종아리와 팔이었다. 팔도 팔을 접을 때와 펼 때 자극 부위가 다른데 아직 그렇게 섬세하게 느끼지는 못하겠다. 팔, 허리 근력운동을 안 하고 살다 나이 들어 어느 날, 높은 곳에 물건을 내리다가 갑자기 안 쓰던 근육을 쓰고 파열되고 하는 경우가 많다. 수업에서 드는 예제는 예쁜 몸보다 건강한 일상 이 목표라 좋다. 엉덩이 예쁘게 만들려는 게 아니고 엉덩이와 허벅지에 근육이 많아야 당뇨도 좋아지는데, 라는 식이다. 어머니 당뇨에 대해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고 동작을 몇 개 알려준다. 어머니가 다니던 요가학원이 코로나로 문을 닫으면서 원래 아팠던 무릎을 중심으로 몸 상태가 악순환 중이다. 무릎 아프니 자세가 무너지며 그다음은 허리가 아프고, 그다음은 걷기가 어려워지고 하는 식이다. 그러다 넘어지시니 어이없게 어깨 팔에 금이 가서 다시 지금은 다시 근손실 중이다. 


유명하다는 클리닉에 모시고 가면 뭉친 근육을 풀고 자세를 바로 잡아오신다. 2cm 커져서 오시기도 우아하게 걷는 걸음법을 배워오신다. 바쁘게 살며 급하게 움직이면 발보다 몸이 앞으로 쏠려있다. 한동안 열심히 하시는데 오래가지는 못해 보인다. 어른들도 가까운 곳에서 자세 중심으로 운동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현재 진짜 할머니가 되신 엄마에게 가벼운 스쿼트 자세를 권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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