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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Jun 27. 2022

운동 중간평가

- 두 번째 시즌을 마무리하며

© scottwebb, 출처 Pixabay



복직을 앞둔 친구와 함께 운동을 시작한 것이 어느새 6개월 전이다. 둘이 운동할 때 장점이 있었다. 내가 이 정도면 되었지 긴장을 풀 때 친구가 살을 좀 더 빼오면 나도 "에잇" 하며 다시 몸 관리의 고삐를 죄게 되었다. 코치의 가이드대로 음식조절을 기본으로 지키면서 제안해주는 운동 양을 채웠다. 결석 한 번 없이 삼 개월을 채웠다. 하나의 근육 운동마다 목표가 되는 근육이 있었다. 이 운동의 타깃 근육이 어디 근육인지 말로 설명했으면 몰랐을 텐데 친구의 운동하는 몸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자세 잡기도 수월했고 서로 잘 되는 것과 잘 안 되는 것이 있는 것도 재밌었다. 나는 팔을 미는 힘이 약했고 친구는 당기는 힘이 약했다. 금요일 밤에 회식하기 위해 목요일에는 칼로리를 더 많이 소모해 놓았다. 그런 후에 회 한 접시에 술 한잔을 기울이는 맛은 끝내주었다. 친구는 복직해서 갔고 나는 어찌할 까 싶었다.  


그러던 차에 가족이 차례로 코로나에 확진되어 길게 쉬었고 운동 복귀하려 이번에는 코치의 가족이 확진이었다. 잠복기를 고려해 코치 상태를 지켜보느라 쉬는 날이 추가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혼자 하는 헬스 수업에서 조금씩 운동 횟수가 늘어났고, 조금씩 무게를 올려갔다. 돌아보니 같은 시간에 운동하는 양이 시작할 때 보다 4배는 늘었다. 


다시 석 달이 지났다. 독립하기엔 갈길이 멀다. 운동 종목을 바꾸느냐 좀 더 배우느냐 고민되었다. 두 번째 시즌 운동 목표였던 바른 자세를 잡기는 많이 이뤘다. "자세가 좋아졌어"라고 직접 말해주는 사람은 없지만 "뭔가 좋아 보이네. 운동하는 사람 같아 보여!"라는 소리는 종종 듣는다. 그러던 중에 큰 아이 학교 주말 야유회에서 작은 체육대회가 열렸다. 오랜만에 작은 학교의 전교생과 부모들이 모였다. 엄마 줄다리기를 4팀으로 나눠했다. 우리 팀이 결승에 오르게 되어 무려 총 5번의 시합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야외활동이라 그랬는지 경기는 과열되었고 우리 팀의 아빠 한 분이 의자 위로 올라갔다. 줄을 잡은 우리 팀의 엄마들과 눈을 맞춰가며 "영차 영차" 구령을 해주었다. 우리 팀은 "영"에 맞춰 힘을 쓰기로 했다. 우리 팀이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결승에서 우리 상대팀은 "차"에 힘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겼지. 


그다음 주에 학교를 오가며 인사말들이 "줄다리기하고 괜찮아요?"였다. 자기는 팔이 너무 아프다는 엄마도 있었고 자기 부인이 아직도 너무 아파한다는 아빠들을 만났다. 일주일이 다 되었는데도 인사가 똑같았다. 나는 줄다리기 이후에 몸에 받은 타격감이 제로였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운동 끝나고 팔과 등에 근육통이 있으면 그렇게 싫었는데 예방주사가 되었다. 


"운동하지 않고 살다가 나이 들어 높은데 물건 내리다가 어깨 근육이 갑자기 파열되고 하는 거야. 그런 경우 봤지?" 어느 날 운동 후 메모장에 써 놨던 문장이 이해됐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줄다리기가 높은 데서 물건 내리기였다. 그래서, 다시 운동 시즌 3을 가보기로 결정했다. 나이 들어 어느 날 갑자기 어깨 파열 오지 않기 위해서.  


<운동 발전기 간단 요약>

맨몸으로 하던 스쿼트 15회씩 3회 -> 안정화

20kg 봉을 어깨에 얹고 15회씩 3회 스쿼트 -> 안정화

양쪽에 2.5kg씩 무게를 추가. (25kg  봉 얹고 스쿼트 + 추가 운동) 3세트 -> 안정화


아마도 시즌 3에서는 30kg 봉까지 들 수 있을 것 같다. 코치는 나를 "이 정도를 쉽게 3세트 할 수 있게" 가는 길을 안내해 줄 것이다. 봉에 끼우는 가장 큰 원반이 2.5kg씩 무게가 늘어난다. 가장 큰 원반을 끼우면 몇 키로가 될까. 저 커다란 원반을 어깨에 메고 스쿼트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내 몸이 해낼 수 있는 '이 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몸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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