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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Jan 25. 2021

부족해서 아니라 좋았어서 그립구나

-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는 것들

# 아이들을 깨우는 아침 풍경

어린이집에 갈 시간에 맞춰 둘째를 깨우러 방으로 갔다. 아침을 다 먹은 큰 아이까지 와서 셋이 뒹굴 뒹굴 하는 형국이 된다. 어느새 깼는지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외친다. 잘 가다가, 힘들게 가다가, 다시 잘 갔는데 오늘은 또 안 가고 싶은 날인가 보다. 코로나로 한 달 이상을 집에 함께 있으면서 아이의 하루는 얼마나 부드럽게 흐르는지 보았다. 잠을 깨야 하고, 추운데 나가야 하는 건 귀찮고 싫은 일이지. 내가 잠깐 멈칫하는 새에 둘째는 다시 손가락을 빨기 시작하고 큰 아이도 곁에 이불 덮고 눕는다. 둘째를 뒤에서 안아주며 잘 잤느냐 묻고 어깨부터 팔, 다리로 팔 닿는 대로 몸을 여기저기 주물러주며 아이의 남은 잠을 쫓아 본다. 그 사이로 첫째가 파고든다. 둘째는 오빠 저리 가라며 발길질을 하고 큰 아이는 너무하다며 삐진 흉내를 내더니 다시 파고든다.


# 엄마 젖이 먹고 싶어

너는 오빠인데, 너는 동생인데 하기보다 공간을 조절해 틈을 내어줘 본다. 어느새 큰 아이가 내 윗도리를 들고 머리를 집어넣으려 하고 있다. 엄마 젖 먹기 딱 좋은 위치라고 하며 파고들다 아쉬워하며 멈춘다. 엄마 젖을 24개월까지 먹었던 녀석의 말에 그냥 웃고 만다.  그리운 건 결핍에서 생기는 거라고 여겼는데 아이를 보니 지금, 이 순간에 그립다는 거구나 싶다. 어릴 때 충분히 못 먹었다는 것이 아니고 그때 참 좋았다는 거구나. 그리고 이 그리움은 지금 젖을 먹어 채울 수 있게 아니겠구나. 그때가 그립다는 그리움에 아이를 그대로 두어본다. 


# 아이들이 커간다

지금 시간에 머물며 둘째 주무르며 첫째 바라보다 보니 엄마 젖에 대한 그리움은 곧 새로운 놀이로 변한다. 엄마 옆자리 차지하기 싸움이 되었다가 밥 먹기 대회를 하러 두 녀석이 쏜살 같이 식탁으로 달려간다. 아이들이 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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