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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Jan 15. 2024

테린이는 복근이 필요해

오늘부터 수요일 3시로 레슨 시간이 바뀌었다. 그동안 20분씩 레슨 하다 오늘부터 30분씩으로 늘렸다. 레슨 받아본 두 명이 먼저 배우는 동안 나는 뒤에서 '하나, 둘, 셋' 같이 스텝을 밟으며 따라 했다. '오른쪽 팔은 여기까지' 와야 하고 '손목은 이렇게'라며 잡아주는 동작을 허공에 좌표가 찍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라는 건가 했는데 오늘은 동작이 몸에 익은 게 느껴진다. 배드민턴을 함께 배우던 곳이 체대입시 기간에 어머니교실이 쉬어 함께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경험자 두 명은 반대편에서 선생님이 보내주는 공을 쳤다. 초보인 우리 둘은 오늘도 바로 옆에서 선생님이 공을 줬다. 코트를 바라보고 준비자세로 있다가 '하나'에 우향우해서 오른팔은 벽을 향해 뻗고, 왼팔은 몸 앞으로 뻗는다. '둘'에 오른발 부터 세 걸음 앞으로 걸어간 후에 왼발을 코트 쪽으로 한 걸음 내 딛는다. '셋'에 몸과 함께 오른팔 왼팔을 같이 회전시켜 공을 친다. 선생님이 치기 좋게 던져 주는데도 공이 똑바로 날아가지 못하고 왼편으로 가버린다. 그래도 네트를 넘어 날아가는 게 어디인가. 첫 달에는 공이 사방으로 갔었다. 손목 각도, 내딛는 발 위치, 회전 동작에 대해 얘기 듣고 고쳐나가고의 반복이다. 


'하나' 동작을 할 때 채가 멈추는 위치와 손목 모양을 다시 잡아주는데 '이거구나'라고 느낌이 온다. 내가 동작하며 위치를 조정하고 코치 표정을 본다. 처음으로 잘했다는 말을 듣는다. 앞 팀이 배울 때 보니 잘 칠 수록 동작이 간결했다. 공을 치고 다시 준비자세로 돌아오는 과정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둘이 동시에 배우니 옆에 사람은 그에비해 공을 치기 전에 채를 살짝 올렸다 내리는게 보였다. 그 잠깐 동작으로 잡아놓은 채의 시작 위치가 흐트러졌다. 나도 저번주에 공을 다 치고 나서 채를 흔드는 안좋은 습관이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저런 얘기였겠구나. 내가 배울 차례가 되어 '하나,'둘,'셋' 할 때 마다 필요없는 움직임이 없게 집중해봤다. 그랬더니 공을 치고 나서 기본자세로 돌아올 때 상체가 휘청이는 게 느껴졌다. 수업이 끝날 때 긴 폼롤러 같은 걸 어깨에 올리고 허리 돌리는 연습을 해보라고 코치가 권했다. 공을 칠 때 다른 사람보다 회전 축보다 많이 기울어 있어 공이 왼쪽으로만 가는거라고 알려줬다. 몸이 흔들리는 건 복근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몸에 힘이 없어 흔들린다고. 


헬스장에서도 복근이 안 잡혀 동작이 안 되는 거라는 얘기를 듣고 있는데 테니스도 복근이 있어야 잘할 수 있나 보다. 중학교 체육시간에 '운동신경이 없다'며 혼난 적이 있다. 한 조씩 나와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줄을 맞춘 채 방향을 바꿔가야했는데 긴장해서 그랬는지 오른손과 오른발을 같이 올렸나 보다. 리듬체조팀 코치를 맡고 있던 여자 선생님이 "넌 불이 나도 '앗 뜨거워'도 못할 거야!"라고 소리쳤다. 그 이후로 학교 다니며 운동했던 기억도 없지만 나는 운동은 못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아이들 키우는 시기에 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헬스도 1년 이상 하고, 마라톤도 나가보고, 남편과 골프도 배워보고, 배드민턴에 테니스까지 하며 느끼는건 운동이 재밌다는거다. 그리고 잘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도 스스로 배우고 연습해갈 수록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진다. 안되던 게 되고, 다시 안되고의 반복이다. 그리고 처음에 잘 못할 때는 하기 싫지만 나아진 게 느껴질 때는 재밌다. 함께 하는 운동은 또 어떻고. 나는 운동만큼 사람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 지 못한다. 더 일찍 운동하는 재미를 알았다면 삶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 


복근이 있는 힘 있는 몸으로 산다는 건 어떤 건지 궁금하다. 복근이 잡힌 상태에서 근육 운동을 하고, 복근으로 몸에 힘을 잡은 상태에서 공을 친다는건 어떤걸까. 올해 기회되는 대로 운동하면서 복근이 있는 삶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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