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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Jan 30. 2024

운동으로 사람과 어울린다는 것은

  작년에 이사와 만난 큰아이 학교 학부모들 중에 우리 집과 상황이 비슷한 집들과 친해졌다. 형님 때문에 이사 온 저학년 동생이 있는 집끼리 학교 옆에 생활협동조합에 있는 미술학원을 다니게 하니 엄마들도 정기적으로 보게 되었다.   

  "집 근처에 배드민턴 강습장이 있던데 같이 배울래요?"

  근처에 사는 이가 집 앞에서 어머니 배드민턴 강습하는 곳을 발견했다며 카톡방에 같이 하자는 글을 올렸다. 공으로 하는 운동은 자신이 없어 망설이는데 같이 하겠다는 이가 나타났다. 일사천리로 진행 돼 바로 다음 주부터 수업한다고 했다. 배드민턴이 뭐 배울 게 있을까 싶으면서도 계속 생각이 났다. 그러다 문득 같이 하는 운동이 재밌었게 떠올랐다. 이사 오기 전에 동네 친구와 헬스를 같이 시작했던 게 떠올랐다. 같이 하면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 엄마들과 같이 했던 그룹수영은 또 얼마나 재밌었던가! 초보부터 상급까지 같은 반이었는데 끝나고 삼십 분씩 연습하면서 서로 자세를 봐줬다. 그때 수영실력이 진짜 많이 늘었다. 

  운동할 친구가 생길 기회도 흔치 않은 나이라는 것까지 떠올리고 나서 나도 같이 배드민턴을 배우겠다고 카톡방에 썼다. 나머지 한 명까지 하겠다고 해서 4명이서 같이 등록했다. 체육관은 아이들 대상으로 인라인, 농구, 골프, 배드민턴 등의 수업을 했다. 오전에 어머니 배드민턴 수업을 만든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90분씩이었다. 각자의 집에 배드민턴 채들이 다 있어 실내용 배드민턴화만 준비하면 되었다. 

  첫날은 하이 클리어 자세를 배웠다. 배드민턴이 배울 게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모르고 한 소리였다. 준비자세를 잡고 공이 오는 방향을 향해 스텝을 밟고 가면 허공에 라켓이 가야 할 길이 있었다. 공이 정면으로 멀리 가게 하려면 동작을 숙달시켜야 했다. 가끔씩 공이 맞는 소리가 다르고 날아가는 궤적이 달라졌는데 그럼 '이거구나' 싶었다. 

  열정적인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힘들어하는 우리를 보고 어머니들이 약수터 배드민턴 생각하고 왔다가 놀란다고 알려주었다. 수업을 하고 나면 러닝머신 한 시간 뛴 것 같았다. 숨이 목까지 차고 땀으로 옷이 다 젖었다. 노란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가득 찬 배드민턴 셔틀콕이 체육관 바닥을 하얗게 덮을 때까지 공을 쳤다. 

  기본자세를 배우고 나면 꼭 팀을 나눠 경기를 했다. 이렇게 해야 실력이 는다고 했다. 수업 때 배운 자세는 다 흐트러지고 공을 치기 바빴지만 경기는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재미있었다. 게임을 해보면 서로 실력이 늘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높이 오는 공은 하이 클리어로, 낮게 오는 공은 언더 클리어로, 정면으로 오는 공은 드라이브로 점점 칠 수 있는 공이 늘어갔다. 

  차를 마시며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전에 살던 얘기, 아이들 얘기를 주로 했었는데 운동을 함께 하고부터는 오늘 운동한 얘기, 내 얘기를 하게 되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에도 시간이 짧았다. 연말이 되니 체육관이 대학입시로 어머니 체육교실은 쉰다고 했다. 배드민턴팀은 그대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탕탕 공을 때리며 "배드민턴이랑 또 많이 다르네" 하며 배우기 시작했다. 공과 채 모양은 달라졌지만 운동하며 서로 밝은 에너지를 주고받는고 서로 자세를 봐주고 같이 연습하는 모습은 똑같이 이어진다. 그리고 여전히 할 이야기할 많다. 운동하는 사람으로 살길 잘했다. 같이 운동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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