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나무 Jul 01. 2024

PT 가 끝났다

- 체지방도 늘고, 근육도 늘어난 채로.

  드디어 내 인생 두 번째 PT가 끝났다. 함께 하는 운동이 힘도 덜 들고 재밌다는 걸 알아 이번에도 친구와 함께 시작했지만 친구집이 멀어 10회만 같이했다. 그리고 이후 30회를 추가해 혼자 주 2회씩 이어 했다. 끝나는 소감은 후련함이 크다. 무엇보다 후반부에 너무 하기 싫고, 미룰 핑계도 많았는데 질질 끌지 않고 마무리해서 좋다. 그러나 근육은 늘었지만 체지방도 늘어있는 인바디결과를 보니 그동안 뭘 한 걸까 싶다. 

  운동하면 좋다는 건 이제 내 몸이 안다. 살림에 시간을 들여 정리하고 쓸고 닦아 쾌적한 상태를 만들어 놓으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 운동도 그렇다. 시간 들여 안 쓰는 근육, 자주 쓰는 근육을 운동해 놓으면 아침에 일어날 때도 쾌적하고, 하루 틈틈이 '예전 같으면 힘들 만 한데 괜찮네'라는 자각이 들며 삶이 쾌적해진다. 

  조각 나는 시간을 잘 써보겠다고 아이 학원가는  시간에 운동시간을 맞춰놓은 게 패착이었다. 아직 집에 혼자 오가는 게 어려운 아이라 학원시간이 변경되면 운동시간이 같이 흔들렸다. 회원이 많은 코치라 내 상황에 맞춰 시간변경이 어려웠다. 운동은 아무 생각 없이 가야 하는데 시간변경 때문에 신경 쓰니 가기 가기 싫은 핑계가 되었다. 변동이 거의 없는 아이 등교 직후 시간이 좋았겠다. 예전엔 뭘 모르고 그 시간에 운동을 했었는데 오전 시간에 헬스장에 엄마들로 많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격주로 주말산행이 있는데 PT 하고 근육통이 심하면 난감했다. 백두대간 종주는 한 코스가 봉우리를 서 너 개는 넘어야 해서 평균 10시간 정도 산행을 한다. 산행이 있는 주엔 운동이 부담되었다. 코치의 실력이 좋아서인지 별 동작을 안 한 것 같은데도 운동하고 오면 온 근육통이 심했다. 돈 내고 하는 운동을 살살하자면 운동효과가 떨어질까 봐 별말 없이 따라 하다가 운동강도도 세지고 산행도 점점 어려운 코스로 가게 되자 산행 있는 주에는 운동 강도를 낮춰달라고 했다. 산행에는 부담이 적어졌지만 운동 재미는 떨어졌다. 동작 횟수를 늘리고 강도를 높여가면서 몸을 만들어가는 건데 격주로 강도를 낮추니 몸은 편했지만 제자리를 도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운동재미를 떨어뜨린 건 식단을 못 지킨 데 있다. 처음 갔던 체육관은 PT 전에 체중을 재고 시작했다. 몸무게 변화에 따라 잘하고 있다고 하거나 체중이 늘어 있으면 식단을 확인했다. 이번에 간 곳은 가이드만 주고 가끔 잘 지키고 있는지 물어볼 뿐이었다. 못 지키고 있다고 해도 몸 먼저 만들자며 살은 한꺼번에 뺄 수 있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나중에 집중해서 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실히 눈바디에 변화가 없으니 운동재미가 덜 했다. 헬스는 매번 도돌이표 찍는 기분으로 이게 맞나 의심하며 해가며 하다가 주변 사람들이 다들 '운동하나 봐' 하고 알아봐 주는 재미가 크다. 그때부터는 힘들어도 몸 만드는 재미가 생긴다. 운동하기 싫을 때 그런 재미마저 없으니 힘든 채로 마무리짓는데 급급했다. 돈 주고 하는 운동은 살이 좀 빠져야 보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지으니 좋다. 미루고 나중에 시간 충분할 때 제대로 하고 싶다는 유혹이 있었지만 경험으로 안다. 운동을 미뤄봐야 그 사이 근육만 빠지고 다시 시작할 땐 모든 게 초기화된 기분은 더 나빠질 뿐이다. 이번은 이번의 상황만큼 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매듭지고, 나는 앞으로 또 나아가면 된다. 이걸 알고 실천하게 된 게 이번 운동의 가장 큰 성과다. 

  언제 돌아올 거냐는 코치에게 백두대간 종산 때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2년 차 종주코스는 하나같이 어려운 것만 남았다. 헬스와 등산이 서로 보완되면 좋으련만 지금은 아니다. 진작 이런 결론을 내리고 조정했으면 좋았겠지만 처음에는 같이 할만했다. 둘 다 난이도가 올라가서 그런 거다. 중년에 '운동수'가 들어온 건지 내 인생에 '중급' 이상으로 넘어가는 운동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그동안 수고와 파이팅의 의미를 담은 하이파이브를 코치와 "짝" 소리 나게 했다. 어느새 익숙해진 신발 몇 개 놓이면 꽉 차는 작은 현관에서 운동화를 갈아 신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고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번 PT를 받게 된다면 목적과 기간을 뚜렷하게 하고 시작해야겠다. 뚜렷하기 전에는 안 한다는 얘기다. 

   

이전 10화 운동 가기 싫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