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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Jul 22. 2024

달리기의 좋은 점

- 친구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제주에 사는 친구네 집에서 눈을 떴다. 거실에는 친구의 8살 아들과 남편이 거실 테이블에 벌써부터 일어나 앉아 있었다. 어젯밤에 얘기했던 아침 달리기를 기억하고 있을까? 거실에 있는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2층으로 올라갔다. "달리기 갈래?" 문을 열었더니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바닥에 매트를 접어 깔아 두고 아침기도 중이다. 108배 먼저 하고 달리기로 했었지. 어제 나눈 말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른다. 손에 든 염주를 보니 반 정도 남았다. 맞은편에 손에 잡힌 매트 하나를 깔고 마주 보며 절을 했다. 친구 뒤에 있는 선풍기가 제주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엎드렸다 일어날 때마다 나에게 넘실대며 넘어왔다. 친구의 아침 정진이 끝나고 달릴 채비를 했다. 둘 다 싱글렛에 반바지를 입고 캡모자를 썼다.   

  프로방스 빌라단지를 가로질러 '대흘리'라 쓰여 있는 동네어귀까지 걸어갔다. 지난주까지 비가 왔는데 우리가 오기 전 날부터 날이 거짓말처럼 맑아진거라 했다. 온 몸을 뒤덥는 습기와 열기를 가로질러 걸으며 덥고 습해도 비 오는 것보다는 낫다며 위안을 삼았다. 올해 초에 이사와 새로 사귄 집들에 대해 얘기 듣다 보니 달리기고 뭐고 친구의 얘기가 더 듣고 싶어졌다. 달리기의 속도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만큼의 속도"로 뛰어야 한다고 들었다. 친구와 같은 달리기 앱을 사용하고 있기에 둘이 오늘 한번 그렇게 뛰어보자 했다. 단지를 벗어나 일차로를 건너서 길게 뻗은 도로가 나오자 달리기를 시작했다. 

  심박이 치솟지 않게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올 초에 아이 학교 입학시키면서 이곳으로 이사 온 친구도 처음 와본 길이라며 두리번거리며 갔다. 구경하랴 말하며 뛰느라 속도는 저절로 늦어졌다. 흰색 1톤 트럭이 다가오면 둘 이 한 줄을 만들어 길 가로 더 속도를 늦추었다가 차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나란히 뛰었다. 내리막길을 지나니 귤 밭을 끼고 있는 오래된 주택이 나왔다. 조금 더 가니 흰 벽에 까만 지붕을 얹은 똑같은 집들이 마주 보고 지어진 주택단지가 나왔다. 아이 학부모들이 사는 빌라단지라며 친구가 반가워했다. 조금 더 가니 한 면이 유리로 된 창에 시폰 커튼이 가려진 작은 집이 있다. "벼룩시장"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이 앞에 놓여있고 안은 커피숍인 것 같았다. 

  이쯤에서 턴 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올 때 내리막길이었으니 갈 때는 오르막길이다. 조그만 오르막도 몸은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숨도 차고 허벅지도 아파왔다.  대화소리가 저절로 끊어졌다. 마을 어귀까지 돌아와서 보니 달린 거리가 2km가 훌쩍 넘어있다. 시간은 22분이 걸렸다. 친구와 대화하며 뛰기는 오르막길만 아니면 충분히 가능했다. 

  친구와 동네 구경 잘하고 제주의 여름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여니 청량한 에어컨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각자 샤워하고 돌아와 제주 날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갔다. 내일은 함덕 해변에 있다는 달리기 트랙에 가보기로 했다.  


© jennyhill, 출처 Unsp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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