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장에 도착해 코트로 올라가는데 남자 두 분이 입구에서 대화중이다. 서로 잘 되지 않는 동작을 얘기하다 연습뿐이 답이 없다는 말을 하며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니다. 서로에 대한 조심스러운 말투, 서로를 마주 본 자세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보다 이곳에서 만나 알게 된 사람들 같다.
운동이 사람들을 친해지게 해 주고, 대화소재가 끊이지 않게 해 준다. 운동의 유용함은 몸의 건강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둘을 지나쳐가며 살짝 목례를 했다. 레슨시간이 계속 비슷하거나 클럽날이 같으면 나랑도 할 얘기가 생길지 모르겠다 여기면서.
테니스 1점, 2점…… 이렇게 점수가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경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서브를 넣어 한쪽이 실점할 때마다 0(love), 15(fifteen), 30(thirty), 40(forty) 순서로 점수가 난다. 4포인트를 먼저 가져가면 1게임을 이긴다.
나는 지인 넷과 배우고 있어서 우리끼리 복식 게임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끼리 게임하다 모르는 걸 바로 묻기도 하고 적당히 눈치로 알아간다.
초보클럽에 초대받아 가니 처음 보는 사람들과 게임을 해야 했다. 서브 잘 넣으면 바로 포인트를 따는 긴장감 전혀 없는 게임이 이어졌다. 그래도 초보자들은 초긴장 상태이다. 머릿속에 테니스 규칙을 담도 공을 친다. 지켜봐 주는 클럽장이 세부적인 규칙들을 알려준다. 첫 서브 때 인사를 하는 건 경기 시작신호를 주는 의미도 있다고 알려주고, 점수판이 없으니 서브 넣는 사람이 현재 점수를 말해주라고 권했다.
첫 서브자가 위치에 서면 그에 맞춰 말없이 자기 자리들을 잡는다. 모르는 사람들과 첫 게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처음 본 호모사피엔스 넷이서 같은 게임 룰을 익히고 공치는 훈련을 점수를 계산하고 평화롭게 승패를 갈라가는 모습이 좀 감동적이다. 게임이 끝나고 인사를 나누고 경기장을 정리한다. 스포츠로 매너를 배운다. 공을 따라다니다 보니 옷이 땀으로 온통 젖어있다. 헉헉대는 숨소리와 까르르 웃음소리 아쉬운 한탄이 이어진다.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 삶을 어쩌다 보니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