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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Nov 06. 2024

배드민턴 복귀

  브런치 응모전에 집중한다고 운동을 한 달을 쉬었다. 운동은 쉬고 글쓰기만 하는 한 달 동안 "아침에는 달리고, 글 쓰다가 집중이 때는 새도우 스윙을" 계획했지만 채를 티브이 옆에 잘 보이는 곳에 세워 두고는 번도 잡지 않았다. 


  응모 전을 중심에 놓고 생활하니 아이들 등교시간, 간식시간, 저녁식사마다 흐름이 끊겼다. "시간이 고이지 않는 일상"이라고 투덜댔다. '해주는 먹고 공부할 때'가 그리워지기도 했는데 어릴 때도 내 관심사에 몰입되어 살기보다 눈치 보고 신경 쓸 것 많았던 게 떠올라 지금이 낫다로 결론 났다. 


  글은 진도가 더딘데 산행은 따박따박 돌아왔다. 가기 전에 산행 준비로 바쁘고, 다녀와서는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초안 쓰고, 사진정리만 해두는 것도 큰 일이었다. 초안도 안 써놓은 예전 차수는 자료 찾아 모으다 보면 또 한주가 흐르고 다음 산행이 돌아왔다. 산행을 하고 있을 때 이 기분을 살려 글을 남기고 싶어 마음이 급했다. 


  "응모전 준비기간"이라 써 놓고 "그냥 하루하루 급급하게 산" 한 달이 지나갔다. 한 달 더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기도 했지만 일상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응모전 마감은 끝났고, 나의 글쓰기는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지 끝날 것은 아니기에.


  한 달 만이라고 시작시간을 착각했다. 체육관에 나 밖에 없었다. 스트레칭을 하고 체육관을 뛰며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선생님이 도착하고 두 명씩 레슨을 받는데 제일 먼저 가서 받았다. 하이클리어, 언더클리어, 드라이브, 헤어핀을 순서대로 하고 쉴 새 없이 날아오는 공을 쳐냈다. 열정 넘치는 선생님의 샤우팅과 다른 코트에서 왁자지껄 시합이 돌아가는 소리가 체육관에 가득 찼다. 


  한 달간 채를 잡지는 않았지만, 다시 운동을 하게 되면 잘 배우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공이 앞으로 반듯하게 날아가게 채 면의 방향을 잘 맞춰서 치고 싶었다. 멀리 힘 있게 공을 보내기 위해 배우는 기회들을 잘 살려봐야지,라고 마음먹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이 다시 왔다. 배우고 익힐 시간. 공이 전보다 앞으로 똑바로 간다. 한번 한 번을 신중하게 쳤다. 하이클리어로 쳐낸 공이 상대편 뒷 라인 밖으로 까지 뻗어나가 '아웃'되기도 한다. 은미 씨의 공처럼 비행기 날아오는 소리는 아직 안 나지만 그래도 내 공도 세지고 있다. 하지만 운동을 쉬지 않은 사람들이 더 세져 있는 탓인지 셔틀콕을 3개나 잃고 빈 털털이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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