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다. 된다. 될걸?
"내가 무게중심을 잡고 공을 쳤는지, 무게 중심이 휘청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이게 말이 되는 질문인가 하며 물었는데 코치가 답을 해주었다.
"중심이 안 잡히면 공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가요. 중심 잡고 공을 쭉 밀어 치면 공이 앞으로 곧게 날아가요. 그걸 보고 알 수 있는데, 그런데 그건 왜요?"
"저번에 제가 중심이 안 잡혀 있다고 했어서요"
"공과 너무 가깝다는 건 뭐예요?"
"선생님들이 너무 가깝다고 많이 하잖아요? 그때 가깝다는 건 앞 뒤가 아니라 옆 거리예요."
"옆이요?"
테니스는 앞으로 보며 공을 기다리다가 공을 치러 갈 때는 우향우를 해서 간다. 그 순간 앞이 옆이 되고, 옆이 앞이 된다. 그래서 헷갈린다. 그리고 어디를 얘기하는지 서로 짚지 않고 나대로 적당히 이해해 쳤었다.
코치의 말이 '이거'냐고 다시 확인했다.
공을 칠 때 팔을 접어 쳐야 하면 가까운 거고, 팔을 뻗어서 (살짝 굽혀) 치는 게 적당한 거리였다. 팔을 쭉 뻗고 채 끝까지 가늠해 보니 거리가 상당했다. 공이 저 멀리 채에서 맞아야 하니 그동안 다 '가깝게' 친 거였다.
"아, 많이 멀어야 하네요"
그걸 이제 알았냐는 선생님의 눈빛이 전해온다.
코치님, 운동 못하는 사람에겐 늘 새롭답니다.
팔을 뻗어 공과 거리를 조절하는 연습을 몇 개 했다.
적당한 거리보다 더 멀리서 공을 맞추려고 하면 몸이 휘청이고, 가까이서 공을 치면 힘이 안 실렸다.
가야금 줄을 느슨하게 매면 소리가 안 나고, 팽팽하게 매면 줄이 끊어지니 적절하게 매라고 했던가?
테니스에서도 중도를 찾아가게 될 줄이야. 몇 번의 연습 끝에 '거기'라고 스승님이 인가해주신다.
"공을 언제 쳐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엔 코치가 질문했다.
"공이 올라왔을 때 쳐야 해요. 내려갈 때 치면 안 돼요"
이번에 공이 올라오는 순간을 찾았다. 미리 적당한 거리를 찾아 가 있다가 공이 최대점에 올라올 때를 기다렸다.
'아, 기다렸다 쳐야 한다는 건 이래서 그랬구나!'
질문하며 공을 주고받으니 레슨의 흐름이 느려졌다. 매번 땀을 뻘뻘 흘리며 끝났는데 말하다 보면 땀이 식어 레슨이 끝날 때까지 뽀송뽀송했다.
거리를 맞추고, 공이 최대점에 올라올 때를 기다렸다 채를 날렸다.
그래도 공이 쭉 앞으로 뻗어나가질 않는다.
"왜 앞으로 안 가요?"
까만 얼굴에 동그란 눈으로 실실 웃으시더니 코치가 사라졌다.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제자리에서 빈 스윙을 하고 있는데 코치 손에 큰 검은색 스펀지 공이 들려있다. 공에는 1kg이라고 쓰여있다.
이 공을 두 손으로 잡고 테니스 공칠 때처럼 오른쪽 뒤로 살짝 뺐다가 왼쪽으로 테니스 채가 지나가는 방향 따라 던져보라고 한다. 커다란 공을 들고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보내려니 허리를 쓸 수밖에 없다.
"회원님은 지금 팔만 써서 힘이 전달이 안 돼서 그래요. 이 느낌으로 공을 쳐보세요."
질문이 하나 더 떠올랐다.
"공이 맞는 순간 테니스 채가 앞을 보고 있는지는 제가 컨트롤해야 하나요? 아니면 알려준 궤적대로 반대편 어깨방향으로 던지면 알아서 채 방향이 맞나요?" 골프 배울 때도 비슷한 질문 했던 기억이 났다. '답을 듣는다고 그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또 같은 걸 물어보고 있네.' 하고 있는데
"공을 눈으로 보면 채 방향이 맞춰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답을 들었다. 오, 질문하길 잘했다.
맨 처음 질문했던 몸이 휘청이는 건 배에 힘을 주고 쳐보라고 알려줬다. 상체를 조금 숙이는 느낌으로 쳐보라고.
질문 한 번 할 때마다 하나씩 신경 쓰며 공을 쳐봤다. '의도'를 갖고 공을 치면서 코치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공은 앞으로 곧게 가다가 다시 좌우로 날아갔고, 네트를 넘어 쭉 뻗어간다 싶으면 다시 네트에 걸렸다.
결과에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맞춰 치려고 해 보라고 코치가 응원해 주었다.
오늘 레슨은
1. 팔길이 + 채 길이 만큼이 공과의 거리다. 생각보다 멀다.
2. 공이 채에 맞는 지점은 우향우 했을 때 배꼽 앞이 아니라 왼발 앞이다. 앞에서 맞춰라.
3. 공은 기다렸다가 최대점에 올라왔을 때 쳐야 멀리 간다.
4. 공을 치고 채를 끝까지 던져라.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다. (뭐였지?)
5. 몸이 휘청이는 느낌이 들면 배에 힘을 주고 상체를 숙이는 느낌으로 쳐보자.
하나씩 짚어가며 치면 반짝 '되는 순간'이 생겼다. 이래서 레슨을 받는 거겠지.
'되는 순간'들을 쌓이고 연습해 터득하면 잘 치게 되는 거겠지?
'피융!' 하고 날아가게 공을 치고 싶습니다!!
왜 또 공이 앞으로 안 가냐고 눈빛으로 질문했다. '아니 이번엔 왜 이래요?'
"회원님은 공을 칠 때 채가 움찔움찔해서 방향을 못 맞춰요."
코치가 채가 흔들리는 흉내를 내준다. 그 짧은 '공치는 순간'이 보이나?
내 동체시력으로 공이 채에 맞는 순간은 아직 볼 수 없으니, 채가 움찔움찔하며 지나가지 않게 공을 칠 때 '홱'하고 빠르게 채를 집어던지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팔은 뻗고, 채 길이까지 생각해서 공 거리 맞추고, 공을 맞추는 순간에 배에 힘주고, 상체는 조금 숙이고,
할 수 있으면 공이 맞는 순간을 눈으로 보면서 채가 정면을 향하게 하고, 공 맞추고 난 다음에는 채를 멀리 집어던지는 느낌으로 '홱'넘겨보자.
하.... 할 수 있겠지?
과감하게. 다시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