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클럽은 초보클럽이다. 오전 열 시에 도착하니 테니스장 대표님이 일찍 온 사람 자세를 봐주고 있었다. 11월 중순이 다 되어 가는데 햇빛 아래 있으면 덥다. 얇은 긴 팔 위에 바람막이 잠바를 입고 갔는데 반팔을 입고 왔어도 될 날씨다. 그늘에 있으면 썰렁했지만.
가볍게 몸 풀고, 테니스화로 갈아 신고, 코트에 들어갔다. 두 코트에 각각 4명씩 들어가서 복식게임을 시작했다. 한 클럽은 14명까지 등록할 수 있는데 이 날은 10명이 나왔다. 게임 룰도 익숙하지 않은데 모르는 사람과 게임을 하려니 경기 흐름이 매우 느렸다. 서브도 서툴어 서브가 곧 득점으로 연결됐다.
테니스는 4점을 먼저 얻으면 1게임을 가져가고, 6게임을 먼저 낸 팀이 이긴다. 그런데 4점을 love(0점), fifteen(1점), thirty(2점), fourty(3점), sixty(4점) 순으로 읽는다. 그냥 규칙이다. 그러니 게임하며 "지금 몇 점이에요?"라며 현재 점수를 확인하기 바쁘다. 이것도 몇 번 하다 보니 줄임말로 얘기하게 되었다. "러-피요" "0:1"이라는 얘기다. "피올이요" 하면 "1:1"이라는 얘기였다.
도대체 왜 점수판이 없는 거야! 서브 제대로 넣기도 어려운데 점수 기억하랴, 서브권 돌아가는 순서 신경 쓰랴 정신없었다. 서브가 간신히 성공했다 해도 그다음에 공을 받아쳐야 렐리가 시작되는데 서브가 곧 점수가 되며 싱겁게 끝났다. "벌써 3:2에요?" 어느새 5게임을 했지?
오늘 클럽에서 가장 젊었던 대학생친구가 다 같이 점수를 헤매고 있을 때 서브자리를 따져가며 점수를 추측했다. 오른쪽부터 시작한 서브가 지금 다시 오른쪽이니 지금 점수가 짝수여야 한다고 했다. "에이 그냥 하죠" 대충 몇 점이라고 합의하고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이런 식이니 첫 번째 게임은 이겼다는 느낌 없이 이겼다. 끝나보니 이겼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시합을 거듭할수록 점수 세는 것이 익숙해져 갔다. 몸이 풀리고 시합멤버가 잘 맞으면 제법 그럴싸 한 경기를 하기도 했다. 역시 공이 좀 오고 가고, 잘해야 재밌다. 대표님과 가까운 코트에서 시합하니 점수도 같이 세주고 자세도 알려줬다. "공을 향해 뛰어들지 말고 허리 옆에서 친다고 생각하고 기다려봐요" 오늘은 허리 옆에서 공을 치는 걸 목표로 하자고 했다.
"오! 이번엔 테니스 같았다!" 하늘에 떠 있는 공을 향해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쳐대다 보니 흡사 배드민턴 치듯 쳐댔다. 허리에서 공을 치려고 기다리니 배운 대로 스윙이 나오기 시작했다. 공도 테니스 공처럼 궤적을 그리며 네트를 넘어갔다. 그래, 이맛이지!
점수 세는 게 헷갈리지만 다 같이 헷갈리며 게임하니 마음 편하게 배워갈 수 있었다. 서브는 어떻게 하나 두근두근 하지만 다 같이 공 넘기기도 급급하니 연습하는 셈 치고 편하게 쳐볼 수도 있었다.
공을 허리에서 치려면 어디쯤 떨어질지 생각하고 공을 향해 가기보다 기다렸다 쳐야 했다. 레슨은 내가 있는 위치로 치기 좋게 공을 주기 때문에 스윙 자세를 만들어가기 좋다면 클럽은 완전 실전이었다. 공이 어디로 올지 몰랐다. 내가 거리를 생각해 뛰어다니며 스윙하려니 정신도 없고.
다음 클럽 때는 미리 가서 몸을 좀 풀고 들어가야겠다. '허리에서 공 치기'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