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췄던 달리기 다시 시작하는 방법
PT가 끝나고는 운동을 멈췄다. 아령은커녕 달리기도 멈췄다. '오늘은 운동해야지', '오늘은 달리기라도 해야지' 읊조리며 3kg 아령 위치만 화장대 거울 앞이었다가 TV 앞으로 왔다 갔다 했다. 아령은 운동할 법한 곳으로 위치를 바꿀 때만 들었다. 운동이 싫을 땐 자극도 잘 안 들어오더라. 런데이 앱에서 친구들이 뛴다는 알람이 울려도 '응원'버튼도 누르지 않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럼 짧게 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km 마라톤을 수차례 나갔다. 달리기 앱에서 1분 에서 시작해 30분 연속 달리기까지 도장 깨기도 여러 번 했다. 어느새 나에게 달리기는 긴 거리를 오래 달리는 것이 되어 있었다. 그러니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이사 온 곳에도 가까운 곳에 잘 정비된 하천이 있다. 그런데 달리기엔 길이 좋지 않다. 왼쪽으로 가면 탄천을 지나 한강까지 이어지지만 갈림길이 여러 번 나와 돌아오는 길에 길을 몇 번 잃었다. 결국 버스길로 올라와 집을 찾아왔었다. 오른쪽으로 뛰는 길은 너무 짧게 끝났다. 고속도로 IC전까지만 길이 이어지는데 왕복거리가 채 3km도 안되었다. 그 애매한 거리가 짧게 뛰어갔다 오기에 적당하게 여겨졌다. "그래. 2km씩만 뛰자."
둘째 등교할 때 같이 집에서 나왔다. 아이는 엄마가 학교 데려다주는 줄 알고 기뻐했다. 아이와 헤어져 하천으로 내려가 준비운동을 했다. 런데이 앱에서 자유 달리기를 선택하고 스마트 워치도 달리기 모드로 켜고는 천천히 한 바퀴를 달렸다. 짧은 거리니 팟캐스트도 듣지 않고 그냥 뛰었다. 한 바퀴 돌고 오니 15분 정도 걸렸다. 살살 뛰었는데도 머리와 몸이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짧아서 부담 없고 씻고 하루 시작하기 딱 좋았다. 뛰기 싫은 마음을 존중해 거리는 2km에 딱 맞춰 다리밑에서 회귀했다. "이거, 괜찮은데."
그 이후로 매일 뛰었다. '15분 밖에 안 걸리는데 뭘'. 가끔 빼먹어도 부담도 덜했다. 아침 운동의 이름도 달리기에서 조깅으로 바뀌었다. 천천히 뛰는데도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7분대 페이스가 가끔 6분대로도 진입했다.
비슷한 시간에 매일 뛰니 낯익은 사람들이 생겼다. 그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는 자전거도로에 사람이 지나가는 걸 싫어했다. 큰 소리로 멀리서부터 손을 휘저으며 "비켜요!" 하면서 지나갔다. 땅에 쓰여 있는 '자전거 길' 구분이 안 보이냐는 듯 눈을 부라렸다. 4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다리 밑에 가기 전에 꽃 옆에 서 있었다. 아이가 꽃을 보고 있으면 그 뒤에 할머니가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자주 보던 강아지가 산책 나와 있으면 반가웠다.
익숙해지면 지루해지는 건 인간의 형벌인지, 15분의 달리기도 지루해지는 때가 왔다. 때마침 학부모 달리기 모임이 생겼다. 밤에 탄천에 나가 스트라바라는 새로운 달리기 앱을 소개받고 달린 거리만큼 포인트로 전환되어 운동화를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그것보다 유용했던 건 애플워치에 페이스메이커 기능을 배운 것이다. 페이스 메이커를 켜고 달리니 달리기의 차원이 바뀌었다. 1km로 되어있던 알림을 100m로 바꾸니 페이스를 조절이 가능했다. 다 끝나야 알 수 있던 페이스를 100미터 단위로 알게 되니 늦추거나 높이는 게 가능했다. 20개의 스플릿 알람을 받으면 달리기가 끝나있었다.
심박수를 120-140 사이로 뛰면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워치에서 심박수를 흘끗 보면서 뛰기 시작했다. 준비운동하면 108로 뛰던 심박수가 뛰기 시작하자마자 150으로 치솟는 게 보였다. 초반에 너무 빨리 치고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 뛰면 발끝부터 몸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며 확 피곤했구나. 초반을 아주 천천히 뛰려 했다. 심박수가 140이 넘으면 속도를 늦춰 심박수가 떨어지게 했다. 심박수를 140 이하로 조정하며 달렸더니 페이스가 8분대가 나왔다. 달리는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그만두지만 않고 가늘게라도 이어가고 있으면 어떻게든 새로운 계기가 생기는구나, 운동으로 인생 꿀팁하나 배워간다.
© venusmajor, 출처 Unsp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