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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Feb 01. 2024

운동 가기 싫다!

  PT를 받고 온 날은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을 하고 온 것이 아닌데도 그날 저녁은 아이들 밥 차려주기도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간단하게 식사 준비를 하고는 쉬어야 했다. 예전에 PT 받을 땐 다음날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당일 저녁부터 이렇게 힘들다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PT를 받고 시간 이어서 개인 운동을 한다. 아령을 이용한 팔운동과 굽혀펴기를 하고 러닝머신을 뛰었다. 겨울이라 밖에서 뛰지 못하니 시간이 거의 유일한 운동 시간이다. 

  운동시간이 정해지면 그 이후엔 아무 생각 없이 다니는 게 제일 좋다. 내 운동시간을 둘째 발레학원 가는 시간에 맞춰 놓았다. 그런데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면서 학원 스케줄이 바뀌었다. 새로 시작하는 학원은 당분간 데려다줘야 하고, 혼자 집에 오는 게 무서운 둘째 귀가 시간에 맞추려니 하루는 PT을 바꿔야 하고 나머지 하루도 수업만 하고 집으로 바로 와야 했다. 다른 시간대 PT가 수업이 있어 매주 수업변경이 가능한지 문의하고 가다 보니 슬슬 틈이 생겼다. 한 시간 겨우 수업만 겨우 갔다 오려니 운동하는 기분도 안 났다. 

  그러다 등산하다 짚은 손목에 힘이 안 들어가면서 한 주 운동을 쉬었다. 쉬니 운동이 점점 하기 싫어졌다. 손목이 나아지는 동안 아이 학원가는 길도 자리가 잡혀 갔다. 2주를 쉬고 다시 운동을 나갔다. 마음은 이미 남은 PT만 어떻게 버티며 해보자로 가 있었다. 매일 수업 후 사인하는 종이에 5회쯤 빈칸이 남아있었으니 한 2주 다니면 될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운동은 엉덩이부터 했다. 엉덩이와 복부는 내 약한 부분이라고 지적받아 매 번 운동했던 것인데도 오랜만에 하려니 새롭다. "아휴 그동안 안 했다고 5kg밖에 안되는데 이것도 못하면 어떡해요!", "상체는 말아야죠. 골반을 앞으로 내미는 느낌으로, 이렇게!" 코칭이 이어진다. 어느새 다 잊었지만, 다시 얘기 들으니 하니 금방 자세가 잡힌다. 그동안 수업이 헛되진 않았다. 기구에 앉아 허리에 벨트를 매고 배를 들어 올리며 상복부, 하복부, 힙에 자극을 주는데 특히 힙과 허벅지에 자극이 강하다. "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첫 회는 참고 버티기로 시작해 2회, 3회 연속하며 안정되어 갔다.  

  스쿼트를 하기 위해 전신거울 앞으로 이동했다. 상체를 너무 기울였다고 해서 옆으로 거울을 보니 진짜로 상체가 거의 엎드려 있다. 코치가 시범을 보이는데 서 있는 상체가 그대로 내려갔다 올라온다. 내 상체가 앞으로 눕는 이유는 복근이 없어서다. 그놈의 복근! 이거 하려니 복근이 없어서 안되고 저거 하려니 힙을 사용하지 못해서 그렇고 매 번 그런 식이다. 오랜만에 와서 어떻다는 얘기를 자꾸 하길래 "그전에는 제가 좀 했었나요?"라는 말이 한탄처럼 나와버렸다. 내친김에 운동하고 간 날은 저녁도 차리기 어렵다고 운동하고 가면 너무 힘들다는 얘기도 줄줄 나와버렸다. 남의 저녁은 차릴 일이 없는 젊은 남자 코치는 파안대소하며 "저녁을 차리지 마세요" 란다. 내가 그전에 잘했다며 자기는 아무나 데드레프트를 시키지 않는다고 잘해서 시켰던 거라고 알려준다.  

  평소처럼 운동시키기엔 마음이 떠버린 게 느껴진 건지 아니면 스쿼트 자세가 다 망가져 와서 그런 건지 매트로 자리를 옮겨 발바닥과 종아리 상태를 확인했다. 발바닥은 괜찮고 아킬래스 건 윗부분 종아리는 근육이 뭉쳐있다. 주말에 눈 쌓인 겨울 산의 눈 길을 열 시간 걸었으니 당연하다. 코치가 오랜만에 이렇게 단단하게 뭉친 걸 본다며 근육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뜯고 비비던지 근육들이 뼈에서 분리되는 줄 알았다. 부러지지 않느냐고 물으니 웃는다. 그럴 리는 없다고. 오늘은 또 다른 이유로 몸살이겠구나.  

  종아리 마사지를 끝내고 다시 스쿼트 자세를 했다. 뭔가 부드럽다. 코치는 자기 회원들이 다치지 않고 운동하는 데는 자기의 이런 노력이 있다며 자부심 찬 표정을 짓는다. 성실하고 열심히 가르치는 좋은 코치다. 나도 안다. 스쿼트 자세를 다시 봐주며 발바닥 아치가 무너져 있다고 알려준다. 나도 잘 알아 신경 쓰는 부분이다. 스쿼트 할 때 무릎이 모아 지는 건 그래서 어쩌면 당연하다. 신발 닳은 부분도 꼼꼼히 살피며 여러 조언들을 해준다. 내 종아리를 힘들게 풀어놓고 조언해 주는 코치가 고맙기도 하고 이 기대에 부응이 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어렵게 배웠으니 일단 오늘은 발 아치를 세우며 살아 보기로.  

  집에 가면서 큰 아이가 좋아하는 닭강정을 포장해 갔다. 둘째는 컵라면이다. 둘 다 먹고 싶은 걸 먹게 돼 환호성을 지른다. 몸살 오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갑자기 콧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서둘러 생강차를 마시고 비타민을 찾아 먹었다. 이틀 후에 또 수업인데 갈 수나 있을까.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일찍 누웠다. 

  레슨 끝나고 종이에 사인하며 보니 5회 남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중간 10개 중에 5칸이 남은 거였다. 그 아래 아직 비어있는 10칸이 보였다. 이제 반 한 거네. 깊은 한숨이 나온다. 오늘 코치는 안 쓰던 근육을 쓰게 하고 있어서 수업 후에 아픈 건 당연하다고 했다. 힘들어도 약한 곳을 잘 보강해 놓고 나면 앞으로 무얼 해도 수월할 꺼라면서. "그렇게 되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요"는 삼켰다. 뭐가 달라지긴! 건강해져서 살기 좋아지겠지. 

  예전에도 이렇게 힘들었었나, 지나고 나니 "운동하니 좋았다"만 남은 걸까. 다음 수업은 어떻게 가나. 코치에겐 차마 못 물어본 말, "이거 건강해지는 거 맞죠?" 아흑,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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