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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나무 Dec 29. 2023

통증에 익숙해지기

- 염증과 근육통 구분하기

코치는 근육운동을 근육보험에 비유했었다. 아파트 한가운데 있는 초등학교 체육관의 오전 시간 대는 엄마들의 운동시간이다. 이곳에서 20년 이상 일했다는 코치는 나에게 들 예시가 무궁무진해 보였다. 긴 세월 자리를 지킨 코치에게 한 번쯤 배웠을 분들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오가면 코치가 생각났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중에 폐경기가 지나면 근육 수치가 갑자기 떨어지는데 그때 힘들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왜냐하면 내 나이가 폐경기를 앞두었기 때문이다. 그때 잘 지내려면 지금부터 근육을 저장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동시간이 같아 자주 뵙던 한 분 중에 스스로의 루틴대로 꾸준히 운동해서 인상적이었다. 커다란 바벨을 들어 올려 내가 드는 무게와 비교하면서 얼마큼 운동하면 저만큼 들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그분이 얼마 전에 손녀를 보았다며 나이가 꽤 있다고 알려줘서 깜짝 놀랐다. 그때부터 그분처럼 운동독립하는 모습을 꿈꾸게 되었다. 코치도 그렇고 그분도 자기 루틴은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이 있어 배우며 잘 기억했다가 구성하면 될 거라고 알려줬다. 


체육관 러닝머신에선 수영장이 내려다 보였다. 수영장 한 레인만큼 길고 폭이 좁은 구조의 체육관에는 수영장 쪽 통유리 앞으로 러닝머신이 줄지어 있고 맞은편에 기구들이 있는 구조였다. 운동량은 두 주 정도 기본자세와 기구 사용법을 배우고 나자 급격히 늘었다. 횟수를 늘릴 뿐 아니라 동작과 동작을 연결 해서 초반보다 운동량이 2~4배 금세 늘었다. 운동하고 다음날 자고 일어나면 생전 안 쓰던 근육들이 나 여기 있었다고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팔운동을 한 날은 등과 팔에, 스쿼트나 데드레프트를 한 날은 허벅지와 엉덩이에 근육통이 왔다. 통증은 반드시 왔다. 코치가 바른 자세라며 알려주는 대로 하다 보면 '억!'하고 힘들었다. 그렇게 제대로 자세를 잡아 운동하고 나면 다음날 반드시 몸에 묵직한 통증이 따라왔다. 신기하게도 다음 수업 전에는 거의 사라져 또 그만큼의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근육을 상처 내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자라게 하는 거라 아픈 게 당연하다는 말이 통증을 줄여주진 않았지만 지켜볼 여유를 주기는 했다. 


문제가 되는 통증과 괜찮은 통증을 구별하는 코치의 방법은 간단했다. 기분 나쁜 통증이 오래 지속되면 염증을 의심해 병원에 가봐야 하지만 운동 후 통증은 당연하고, 며칠 지나 사라진다면 목표지점을 잘 자극했다는 뜻이므로 자연스러운 통증이라고 했다. 통증이 반복되는 사이에 몸은 보정속옷을 입은 것처럼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몸무게는 별 차이가 없는데 살은 빠져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운동의 효과를 체감했다. 


어제는 어깨 운동을 했다. 발바닥을 땅에 단단하게 고정하고 어깨에는 힘을 빼고 팔로만 바를 잡아당겨 이마까지 올리는 동작을 반복했다. 물론 잘 못했다. 나에게는 팔만 움직일 수 있게 몸을 버틸 수 있는 근육이 없기에 휘청휘청했고 팔이 이마까지 가는 중에 비틀렸다. 팔이 이마까지 못 가니 '흡' 숨을 마시며 힘을 주고는 고개가 팔 쪽으로 내려가서 코치가 크게 웃기도 했다. 그래도 점점 좋아질 거라 믿고 그냥 하는 수밖에.  힘이 생기는 중이라고 주문을 걸며 허우적대는 수업을 마쳤다. 끝나고 나니 어깨 뒤쪽과 팔이 얼얼하다. 어제 운동하며 쓰는 근육들은 하나같이 생활에서 크게 쓸 일이 없는 부위들이다. 아이를 안고 다니지 않는 요즘, 나는 팔을 그리 많이 쓰지 않는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몸을 고정하고 팔만으로 물건을 들어 올릴 일이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코치 가 말하길  나이 들어 높은 곳에서 물건을 꺼낼 때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쓰다 다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하니 나는 다음 주도 근육 보험을 들러 체육관에 갈 것이다. 


오늘 아침, 다시 근육통을 맞이한다. 솟은 어깨를 내리고, 가슴을 펴고, 허리를 바로 세우는 근육이 잘 잡혀가길 바란다. 그래서 무릎이 아픈 친정어머니처럼 되지 않고 그때 쓸 병원비를 지금 땅겨 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얼얼한 통증 속에서 자세를 바로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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