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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는지 Aug 15. 2022

플라스틱은 어떻게 우리를 불평등하게 만드는가

프랑스 친구와의 대화

"환경에 대해서 생각할수록 나는 점점 냉소적인 사람으로 변하고 때로는 우울하기까지해. 우리에게는 더이상 희망이 없는 것 같이 느껴져"

"나도 너처럼 그랬어. 그래서 지금은 더이상 생각하기를 중단했어. 아무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개인이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절대 큰 변화는 안 생길거야. 지구상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말이야."

"나도 치양마이에 오고나서는 일단 환경에 대한 생각을 접었어. 대책은 없고 우울해지기만 하니까. 그래도 개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을 해야지. 왜냐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니까"


(사진출처: Unsplash) 




모두의 잘못이라는 죄의식은 개인의 행동을 바꾸지 못 한다 


얼마 전 체육관에서 함께 운동을 하는 프랑스친구 M과 나눴던 대화다. 파리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있는 그와 자연스럽게 각자 공부하는 것과 연구주제를 이야기하다보니 관심사가 비슷해 꽤 오랫동안 대화를 했다.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에너지와 관련된 논문을 쓰려고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지도 교수님으로부터 허락을 받지 못 했고 현재 다른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 연구 주제도 환경과 그리 거리가 멀지 않다. 그는 평소에 기후변화와 환경에 고민해왔고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름의 가치관을 정립해왔다. 


나는 하는 일과 공부가 폐기물과 플라스틱, 환경에 관련되어있다 보니 매일 눈 떠 있는 모든 시간동안 보고, 읽고, 듣고, 말하는 것 모든 것이 환경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것들은 대게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하게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사는지, 지금 당장 우리 눈 앞에 보이지 않을 뿐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더미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그것들로 인해 어떻게 바다, 토양, 공기는 오염되고, 기후변화로 인해 거듭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가 우리들에게 어떤 피해를 입히고 있는지에 관한 것들이다. 덕분에 최근 몇 년간 우리가 얼마나 심긱한 위기에 놓여져 있는지에 대해 늘 보고 듣고 살다보니 점점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고 종종 우울했다. 기후위기우을증이라고 들어봤는가? 기후위기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개인이 막을 수 없어서 슬픔과 상실감,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을 겪는 장애를 일컫는다. 보통 기후변화나 다른 환경관련 종사자들이 종종 겪는 현상이다. 나도 한동안 이와 비슷한 '쓰레기우울증'에 걸렸었다. M은 공감했다. 그 역시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와버렸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들은 그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코로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그동안 전세계의 노력으로 우리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왔다면 코로나는 두 발자국 뒤로가게 만들었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동안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어. 특히 한국에서는 코로나 기간동안 카페나 레스토랑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실 때도 위생문제로 인해서 일회용 컵 사용을 하도록 허가했어. 유럽은 코로나 기간동안 어땠어?" 

"나는 태국오기 전에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살았는데 여긴 시스템이 정말 잘 갖춰져있어. 우선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태국만큼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문화가 크지 않고 (나는 아마 이것이 태국의 더운 날씨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코로나라고 해도 매장 내에서도 딱히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띄게 늘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아. 아, 프랑크푸르트에 살 때 내가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쓰고남은 용기를 되돌려주고 돈을 환불받는 deposit system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거야. 대부분의 카페나 음식점들이 동일한 테이크아웃 용기를 사용해. 그래서 음식을 테이크아웃하고 쓰고 남은 용기들은 꼭 내가 구매했던 음식점이 아니라 어디든 가서 반납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어"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서 프랑스 사람들 인식은 어떄?"

"인식은 꽤 높아. 그런데 아무도 행동을 안 해서 문제지"


그는 어떤 실험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람이 많은 길거리에 누가봐도 도움이 필요한 남루한 사람이 있는데 거리의 사람들은 아무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내지 않고 이를 모두 지나쳤다. 하지만 조용한 길에서 행인 한 명을 두고 실험하자 결과는 달라졌다. 행인 한 명은 본인밖에 이 사람을 도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식했고 그에게 다가가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봤다.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면 아무도 행동을 취하지 않아. 그래서 나는 이걸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꽤 그럴 듯하게 다가오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의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나조차도 사실 우리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하는 환경단체나 언론의 방식이 이제는 좀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만히 손 놓고 있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과잉몰입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조금 덜 가져도 된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나는 언론이 죄책감을 심어주고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책임감 조금 더 강조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책임아래 행동하는 시민이 되도록. (그래도 친구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죄책감만 심어주는 마케팅과 홍보방식이 별로라는 거지..)



플라스틱과 불평등


"역시 독일은 시스템이 잘 되어있구나. 내가 공부할 때 늘 좋은 예로 배우는게 독일이나 프랑스 사례야. 나는 한국에 있을 때 평소에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해왔는데 태국와서는 정말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 어딜가도 플라스틱 사용을 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어. 그래서 나는 여기와서 죄책감이 늘었어." 

"맞아, 프랑스나 독일이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우리경제가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환경에 투자하고 집중을 할 수 있는 여긴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거지."

"그래. 그래서 이게 이 업계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 언젠가 이 이야기를 내 동기 중에 미얀마친구랑 한 적이 있어"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 말 그래도 이미 사다리 위로 올라간 사람이 사다리를 겆어참으로써 다른 사람이 올라오지 못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님이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책을 썼고 이 후 이와 같은 상황을 표현할 때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쓰레기와 플라스틱의 발생량은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시가 발전하고 경제활동이 활발할수록 즉, 경제규모가 증가할 수록 쓰레기와 플라스틱의 발생량은 증가한다. 사실 현 시점에서 플라스틱 발생량이 아시아지역에 집중해있는거지 - 왜냐면 emerging countries(경제성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신흥국들)이 동남아에 집중되어있다 - 인류 역사에서 플라스틱이 처음 발명되었던 6,70년 전부터 지금까지 플라스틱 발생량을 국가별로 추적하면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압도적으로 높다. 물론 그 중 프랑스도 포함되어있다. 과거에 이미 많은 폐기물을 배출하며 경제성장을 이룬 선진국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높은 국제사회가 이제와서 환경을 위해 폐기물 발생을 줄이는 여러가지 규제와 제한을 두는 것은 이제 막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막는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리고 나는 M에게 학교 동기 미얀마친구 S가 내게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몇 달전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각 나라 과대포장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을 업계별로 나눠보면 1위가 포장지(용기)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이슈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S는 이런 말을 했다.


"솔직히 나는 내가 공부한걸로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구하기는 쉽지 않을거야. 왜냐면 우리나라는 애초에 과대포장이라는거 자체를 안 하거든. 태국와서 나는 너무 깜짝 놀랐어. 바나나를 왜 비닐봉지에 싸서 판매를 하는거지? 어차피 껍질에 싸져있는데 말이야. 아마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태국와서 이거보면 다 깜짝 놀랄거야. 그리고 프랑스가 자꾸 자기네 나라가 어떻게 기후변화에 기여하고 있고 어떤 우수한 친환경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브랜딩하는거 보면 어이가 없어. 이미 자기네는 과거에 훨씬 더 많은 플라스틱을 배출해놓고 이제와서 이미지 세탁하려고 하는 것 같아. 내 생각에 적어도 포장업계에서 만큼은 미얀마가 최고 친환경적인 국가일 거다(하하)" 


그리고 M은 본인이 소일거리로 하고있는 빈티지 옷 판매에 대해 들려줬고 우리는 의류업계 현실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의류업계는 포장업계 다음으로 전세계 플라스틱 전체 발생량의 2위를 차지하는 업계다. M은 프랑스에서 온라인을 빈티지 옷을 판매하는데 이 옷들을 태국에서 가져와 판매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게 핸드폰 사진으로 이번에 방콕에서 구매한 빈티지 옷들을 보여주었다. 그는 파리로 돌아가 온라인으로 이 옷들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 옷들은 대부분 선진국들에서 버려져서 태국으로 넘어온 제품들이다. 값싼 노동력으로 인해서 의류폐기물들은 태국에서 세탁되어 새생명을 얻게 되고 이것들은 다시 선진국으로 재수입된다. 


선진국에서 발생한 의류폐기물이 태국으로 넘어오고 그것이 다시 선진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배와 항공편을 통해 탄소가 배출된다. 그리고 주인을 못 만나는 제품들은 다시 모두 의류폐기물이 되어 현지 땅에 매장되거나 소각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그대로 태국이 발생시키는 탄소배출량 수치가 된다. 사실 의류 제조에서 발생하는 수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제조공장들이 노동력이 값싼 아시아 국가들에 위치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그리고 기타 쓰레기 문제들은 모두 의류폐기물을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들 혹은 중남미 아프리카의 몫이 된다. 



오늘은 아래 참고할 만한 영상을 남겨본다.

BBC Korea 기사 (영상 아래 링크 클릭) 

https://www.bbc.com/korean/features-60107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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