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알아차리기

어깨를 들썩거리고 목을 긁어내는 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린다.

by 상처입은 치유자

아이는 나에게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 거리며 머리카락을 뒤로 매우 세게 넘긴다. 미간은 찌푸리고 있고 가래를 뱉는 듯 목을 긁어내는 소리를 매우 날카롭게 낸다. 숨은 가빠져 있고 나를 향하던 몸은 점차 옆을 향하며 곁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낯선 장면이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나는 그 순간에도 말로 하는 육아를 했다.

"그런 모습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안 좋아."


하아. (깊은 한숨) 과거의 나야!! 쫌!!!!


아이는 하고 싶은 말을 못 뱉어 내고 있었고, 판단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게 고통스러웠고, 이 무대를 벗어나고 싶은 신호를 계속 보낸 것이다.


다시 한번.. 과거의 나야!!!! 제발, 쫌!!!!!!!!


아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이때 온화한 미소와 조용한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관찰은 나에게 들어와 또 시끄러운 상황을 만든다. 시끄러운 상황이 내 불안을 건드리고 말과 행동으로 발현될 때... 이렇게 외치고 싶다. 아!! 쫌!!!!! 침묵으로 가라고!!


언제 시끄럽고 불편한지 살펴보면 그 지점에서 답이 나올 때가 있다. 아이는 나의 말에 숨이 막혀있었다. 내 말의 내용은 아무 관련 없다. 내 의도도 관련 없다. 그저.. 내 말 자체가 아이의 무대에 가득 차 있어 아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무대에서 나는 나의 행동과 말을 치우고 있는 중이다. 절대로 순조롭지 않다. 나라고 생각이 없겠는가.


지금도 나는 어디까지를 아이와의 경계로 해주고 든든한 문지기가 될지 매일 고민한다. 오늘은 아이 방의 커튼을 바꾸는 문제가 우리의 "경계 설정의 어젠다"로 떠올랐다. 절약하려는 나와 나만의 아늑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사춘기 아이.


공간을 분리해 주는 것이 마땅하지만 절약의 문제가 떠오르니 매우 고민이 된다. 나는 당장의 거절보다 협상을 시도했다. 아이에게 지금 당장은 엄마 아빠의 재정상태가 커튼 설치할 만큼이 아니니 조금 기다려줄 수 있겠냐라고 물었다. 그리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냐고 물어보니 4주 까지라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경계설정을 해나가고 있다.


절약이라는 말이 왜 떠올랐을까. 내 안의 아이가 절약을 왜 외치며 고집하고 싶어 했는지 오늘도 침묵 속으로 들어가 그 아이에게 친절하게 물어봐야겠다. "왜 아이의 커튼보다 절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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