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을 이루겠죠?
BANG하고 우리집에 사춘기아이가 등장했다.
부모의 품 안에 아이가 안겨있다. 아이는 그 품이 좋다. 나를 살리는 유일한 곳이라는 듯. 엄마가 온몸으로 안아줘도 조그마한 손으로 엄마 옷깃을 꼭 움켜쥔다. 목을 가누는 것 조차 힘이 든 아이가 엄마 품에 머리를 살포시 기댄다. 이내 잠이 든다.
영원한 시간의 블랙홀이길 바랬다.
시공간이 이동한다. 아이를 안아주니 팔로 엄마를 밀어낸다. 엄마의 시선을 안전띠 삼아 세상을 탐구하던 아이는, 눈빛으로 말하고 온몸로 표현한다. "여기가 좁아요."
엄마는 여전히 밀도가 높아진 아이를 눈치채지 못한다. 여전히 품을 수 있다는 듯 더 꽉 껴안는다. 특이점에 다다르자 아이는 더이상 이 안에 갇혀있을 수 없다.
BANG!!!!!
1억도가 넘는 아기 우주의 중심에 나의 말이 닿기란 어려울 것이다. '밥먹자!'라는 말은 가 닿기도 전에 하찮게 소멸한다.
밀도높은 아기 우주에서 광자는 여전히 밖으로 나오는데 몇천년이 걸리기도 한다. '학원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가 없다. '쾅!' 이라는 소리만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이가 터졌다. 파괴가 아닌 무한하고 아름다운 우주의 새로운 탄생이다. 네가 그런 우주를 꿈꾼다면 기다려야지뭐.
다행히도 아이는 안정(cooling down)을 찾아가고 있다.
너의 굉장한 우주를 상상해 본다.
우리는 뜨거웠던 그 시절을 맥주 한잔과 웃으며 바라볼 수 있겠지. 우리에게 흔적처럼 남아있는 우주배경복사를 하나 잡아서 테이블 위에 올린다. 그리고 소중하게 바라본다. 따스한 시선으로 말이다.
그 거대하고 멋진 우주를 품으려고, 더 큰 우주로 팽창한다.
육아...쉽지 않네.
노트필기
빅뱅이론
우주가 한 점에서 폭발해 지금도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는 이론
우주배경복사
우주 초기 엄청 뜨거웠을 때 나온 빛이 우주가 팽창하고 식으면서(안정화) 희미해지며 현재는 약하게 남아있는 전파. 빅뱅이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
(추신: 나는 뼛속까지 문과인이라 위 내용이 틀릴 수도 있다. 엄마학개론을 재수강하면서 새로운 과목을 신설했다니, 억지로 수강하고 있다. 그러니 변명을 해보자면 지금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