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이의 니즈
이제 막 6살이 된 첫째가 낱말카드에 있는 병 사탕 사진을 가리키며 진지한 얼굴로 "이거 사줘" 했다. 그래 사주마! 인터넷을 뒤져서 정말로 똑같이 생긴 사탕을 사다 주었다. 마법을 부려 사진에서 꺼냈다고 뻥을 좀 쳤고 말이다.
그랬더니 어느 날 '문어회 빵'을 사달란다. 문어회 빵? 참 기이한 조합이다. 바다 시장에서 판다고 한다. 수산시장이라는 건가? 얼마 전엔 문어 김밥이 먹고 싶다더니, 그 연장선인가??
이렇게 물어도 저렇게 물어도 힌트를 주지 않고 문어회 빵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문어회가 들어있는 빵이라...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 부모가 아니던가! 함께 손을 잡고 수산 시장에 갔다. 넉살 좋은 아이는 사장님들을 붙잡고 문어회 빵 주세요 했고 친절하신 사장님들 눈에는 ??가 그려졌다.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드디어 아이가 힌트를 줬다. 송파 만화에서 봤다는 것. '송파 만화'란 엄마는 보여주지 않지만 송파에 있는 조부모 댁에만 가면 실컷 볼 수 있는 만화를 뜻한다. 아하!! 그럼 무슨 만화인지 주제가를 불러줄 수 있어? 하니 "엄마까투리~~" 한다. 아... 진작 말해주지...
구글에 엄마 '까투리 문어'를 치니 바로 나왔다! 바닷가 시장에서 문어가 파는 풀빵! 그것이었다. 꽃 모양인데 아이 눈에는 해처럼 보였는지 '문어 해빵'이 되었다. '회'가 아니다.
그런데 요즘 풀빵을 어디서 구한담? 난감했지만 나는 최선을 다하는 노력형 엄마가 아닌가?! 잠실 쇼핑몰에서 풀빵을 판다는 정보를 입수! 하원길에 사갔더니 아이가 역시나 좋아했다.
그러나.. 풀빵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고 2차 난리 시작. 그의 요구는 다음날에도 잊혀지지 않았고, 추운 날 가려고 아껴두었던 쇼핑몰 카드를 쓸 수 밖에 없었다, 아이를 높이 업고서 만드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줄 참이었다. 아이의 호기심은 존중해주어야 하니까!
하지만 쇼핑몰은 육아의 지뢰밭이다. 풀빵가게 가는 길엔 카카오프렌즈가 있고, 핑크퐁도 있고, 분수대 비슷한 것도 있다. 또 보이는 것마다 먹고 싶다고 졸라댔다. 놀이기구도 많은데 타게 해주고 싶었으나 현금이 없었다. 그랬더니 차에서 현금 가져오라고 난리... 차에 현금이 있는 건 어찌 알았을까? 걸국 풀빵만 사 먹이고 돌아오긴 했으나 아이와 함께 쇼핑몰은 다신 오지 않으리란 중요한 다짐을 했다.
엄마의 노력과 최선은 오히려 독인 걸까..? 아이는 만족이 없다. 쇼핑몰은 그냥 마트라며, 진짜 바다시장에서 파는 해빵을 먹고 싶다고 데려가 달란다. 정말로 문어가 파는 해빵을 먹을 샘인가 보다.
사진에서 사탕을 꺼내는 마법을 부리는 게 아니었다. 오늘은 초콜릿 카드를 가져와서는 마법을 써서 꺼내라고 한다. "당장"이라고 한다. 미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