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연서 Jun 18. 2019

남과 여

여와 남

여남보다는 남녀가 자연스럽고, 주민등록 번호 앞자리 1은 남자, 2는 여자, 신상 기제란에도 항상 '남'이 먼저 표기되어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것을 바꾼다면? 난리가 나지 않을까? 폭동이 일어날 것도 같다. 그에 대해 어떠한 논리로 반대를 할지 상상만 해도 가관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  얼마 되지는 않았다. 그게 슬프게도 아이를 낳고나서부터다. 고달프고, 자아성취는 1 없고, 하면 할수록 나의 존재는 사라져 가는 육아와 살림의 업무가 모두 나의 것임을 절실히 느낄수록 젠더 문제가 와닿았다. 그리고 사회가 원하는 기준이 남과 여에게 다름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이고 뚜렷한 것이 바로 외모다. "남자도 외모 중요해.""남자도 외모로 차별받아." 하며 지엽적인 예를 들어온다면  말을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꼽히는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를 떠올려보라고. 아마도  남자 배우는 평범한 얼굴을 가졌을 것이고, 여자 배우는 매우 아름다울 것이다.  메인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를 떠올려 보라. 아마도 남자 앵커는 나이가 지긋하고 가끔은 못생기기도 했을 것이고, 여자 앵커는 항상 젊고 눈부시게 아름다울 것이다. 심지어 유력 여성 정치인들도 미인들이 대부분이다.

노익장 과시하는 캐스터가 차분히 날씨를 알려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예쁜 젊은 여성들이 굴곡 있는 몸매를 과시하며 날씨를 알려준다. 오직 여자만  일을 한다.

그뿐인가. 나이 많고  많은 남자가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연인이 되면 화살은 여성에게 집중된다. 왜냐하면,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에게 환심을 쏟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다른가? 남성이 여성의 뛰어난 외모를 바라는 것과, 여성이 남성의 돈을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고, 속물이라면   속물이어야 한다. 여성과 남성의 입장이 바뀐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여자는 다리를 벌리고 앉으면  되고, 잠은  집에서 자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이 매우 성차별적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남자의 성은 당연한 것이니 여자의 성은 스스로 지켜야 다는 사회적 통념을 여지없이 드러내신 거다.

이제는 내가 그 자리에 있다. 아쉽게도 딸은 없지만 아들이 둘이다. 이들을 정말 잘 가르쳐야 한다. 아빠에게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그도 남자다. 기득권 세력이다. 잠시

기대해 보았지만 하는 말을 들어보곤 희망을 버렸다. 대신 내가 직접 두 아들에게 반듯한 성의식을 제대로 심어줄 생각 이다. 일단 아이들이 크면 집안일부터 돕도록 시켜야 한다. 또 여자 친구가 생기면 무슨 말을 해줄지, 성인이 되면, 결혼할 나이가 되면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있다. 다음 세대는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무마취 위내시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