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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서 Jul 11. 2019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명작



오랜만에 영화 보고 감동받아 글을 남긴다. 이런 포스터에, 저런 제목에, '혐오스런' 줄거리에... 안 볼 뻔했던 영화가 뜻하지 않은 인생영화가 되었다. 자꾸 눈에 들어오길래 귀찮으니 해치우자는 마음으로 결제했는데 알고 보니 두루 인정받는 명작이었다. 그동안 좋아해 왔던 그 어떤 영화와도 다른 키치스러움과 저예산의 짙은 향기.. 하지만 그것들마저 종국엔 완벽 조화를 이루었던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과한 색감과 조명,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이 뒤섞인 독특한 설정이 너무나 짜임새 있다는 점과, 그러한 상큼 달콤함이 비극적인 이야기 전달에 힘을 싣는다 점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특별함은 주인공 캐릭터에 있다. 마츠코는 여느 주인공들처럼 예쁘고 사랑스럽고 재주도 많다. 그런데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리석다. 매우 충동적이며 쉽게 사랑에 빠지고, 버림받고, 좌절하고, 자신을 허투루 써 버린다. 연인이 생기자 기쁜 마음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그런 사람이다.

슈퍼 히어로나 혹은 그에 준하는 전능한 인물이 주인공이거나, 무결점 완벽 캐릭터들끼리 사랑을 나누는 영화를 흔히 봐 온 터라 신선함이 더했다. 그러나 신선함에서 그쳤다면 아쉬웠을 것이다. 그동안 궁금해 해왔던 세상을 보여주었고, 이해도 되었기에 감동받았다.

우리 주변을 보면 자신을 망가뜨리는 선택으로 스스로를 음지로 내모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현실에서 그들은 소외되고 무시당하고, 삶의 고통이라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는 주인공일 것이며, 그들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마츠코의 낮은 자존감과 줄 곳 없이 흘러넘치는 사랑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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