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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서 Feb 12. 2020

노는 계집

사회의 보이지 않는 이면, 정확히는 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면에 대해 쓸데없는 관심이 있는 편이다. 궁금증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번뜩 찾아본 영화 '창'. 노출 수위가 매우 높지만 야하지 않다. 매우 리얼할 뿐이다. 부모 없고 배운 거라곤 그 일뿐인 영은은 늘 희망을 품지만 무얼 해보려 해도 되지 않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다. 17살에 속아서 창녀촌에 도착하자마자 '소개비'라는 빚이 생기고 '길들임'이라는 걸 당한다. 17살.. 고1이다. 아직 '아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나이다. 부모가 없으면 사회라도 돌봐주어야 하는데, 참 그렇지가 않다.

여기에 길룡이라는 의문의 사내가 있다. 형태가 있고 그림자가 있고 대화를 나누는 현실의 인물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특이한 출연자다. 그는 주인공이 꿈꾸는 나만을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종국에는 불가능한 현실을 깨닫지만 그 순간에도 곁에는 그가 있다. 모든 희망이 무너진 마지막에도 찾아와 주는 상상의 인물,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버린 매춘부의 마음속 인물이다.

쉽게 마음 주고, 쉽게 속고, 하루에 10명쯤 너끈히 상대하지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여성, 그 누구보다 빠르게 성인이 되었지만 마음속에 소녀가 있는 그녀가 애잔하다.  



'길들임'이라 불리는 집단성폭행을 당한 후 울고 있는 17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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