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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서 Jan 09. 2021

남다른 아내

힘들어하는 남편

연애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곁에 있어주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내 남편.. 아빠로서의 책임감까지 충만하니 더 바랄 게 없다. 하지만 이건 내 입장이고, 그는 종종 나를 힘들어한다. 요즘에는 그마저 초월을 했는지, 나랑 사는 게 '인터레스팅' 하다며 웃는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의 아내'는 큰 일을 정할 때마다 줄곧 소수의 범주에 속한 것들을 선택하곤 하였다  

처음 내가 하우스웨딩을 하겠다 했을  난리가 났었다. 시댁의 반발이 엄청났다. 그러하여 우리의 웨딩은 내가 원하는 것과 시어머니가 원하는 것이 모두가 뒤섞인 근본 없는 것이 되었다. 그래서 자연주의 출산을 마음먹었을  남편이 어머님에게 허락을 구하는 제스처를 하는 순간 식겁을 했다. 또 뭐라고 딴지를 거실지 몰라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너희들 원하는 대로 하는 거지"라고 하셨다. 정말로  전환이었다! 내가 알던 그분이 아니었다. 이후 지금까지 큰 트러블 없이 육아와 살림에 큰 도움을 주고 계시다. 결혼 준비 때는 아무래도 어머님께서 새 가족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셨나 싶다.

그런데, 첫째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고자 했을 때는 남편이 힘들어했다. 하우스웨딩도 자연주의 출산도,  너는  하나 평범하질 않냐며 푸념을 했다. 다행히 공동육아의  관문인 부모 면접을 보며  생각을 읽었고, 지금은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비슷한 철학을 공유하지만 부모의 할 일이 훨씬 적은, 발도르프 킨더가르텐에 함께 만족하며 보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가능하다면 첫째 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맞추어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도로 이주할 뜻을 밝혔다. 그곳에서 아이들 교육에 관한 이상도 채울 것이고, 그동안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에 도전할 생각이다. 이에 대해 남편은 반은 황당해하고, 반은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입양을 하고 싶다. 진심이다. 물론 남편과 두 아들을 포함한 모든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고, 경제적 성공도 선행되어야 하므로 실현 가능할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그동안 내가 입으로 뱉은 일은 하고야 말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벌써부터 적극 반대 의사를 어필하는 중이다. 친 자식만큼 목숨 바쳐 사랑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다. 존중한다. 하지만 길게 보고 세운 목표인 만큼, 설득할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생각이다.

이리저리 튀고 모난 나를 쿠션처럼 받아주는 남편 감사하다. 이제 만난 지 9년째.. 이래서 서로 지겹지 않고 잘 지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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