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스에 타서 음악을 들으려고 에어팟 케이스를 열었다
#2
없다. 유닛이.
#3
잠깐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제 에어팟을 쓰고 책상 위에 두고 왔나...
그럴리는 없는데. 흠.
#4
혹시나 해서 '나의 찾기' 앱을 켜봤다.
허.
집 아래 길에 유닛 두 개가 나란히 버려져 있더라.
#5
하. 이거 참.
버스에서 내려서 한 정거장을 뛰어갔다.
(다행이다. 그나마 한 정거장이라)
#6
사운드를 재생시키며 두리번거리다 보니
생각보다 조금 더 위에 두 개의 유닛이 나란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7
줍자마자 서둘러 둘러보니
약간의 스크래치가 났다. 두 유닛 나란히.
소리는. 오케이. 다행이다.
#8
물건에 스크래치 나는 거 정말 싫어한다.
조심해도 어쩔 수 없이 스크래치가 나면
그 물건과의 관계가 대면대면 해진다.
#9
지금도 팟캐스트 들으며 계속 스크래치 난 부분을 만져본다.
아... 정말...@#$%@#$%
하면서 스크래치가 난 걸 잊기를 바라본다. 내가.
#10
사는 것도.
우리 인간관계도 비슷한 것 같다.
기억하기 싫은 일도
애써 외면하지 말고
가끔 만져가며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되길 바라곤 한다.
아무렇지 않게 되길. 그렇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