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잘 버티고 있다가
갑자기 툭 하고
정신이 놓아지는 순간이 있다.
#2
참 위험하다
한 가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는 건
어릴 땐 이런 순간에 닿으면
끝 모르게 저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웅크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저 멍-하게
하루를 그냥 시간에 몸 싣고 떠 다니는 기분이 든다.
#3
지치지 말라고, 날 잡아 끄는 힘이
중력보다 더 독하게 밀치고 당긴다.
#4
알지, 알아
또 이렇게 스윽 지나가고 말 꺼라는 걸
물론 그 지나간 흔적 뒤가 깨끗지 않고
#5
두텁게 한단 쌓아 올려놓아
다음번 이런 순간에 더 멍- 해진다는 걸.
#6
툭
울기도 멋쩍은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