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가 처음으로 긴 시간
어린이집을 마치고 나오는데
뭔가 풀이 죽어 보였다.
아이의 속마음이야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부모가 없는 환경에 잔뜩 긴장을 해서인지
조금 지쳐 보였달까.
#2
하긴, 분리불안이 아이에게만 있으랴.
어린이집을 보낸 초보 부모도
아이의 하원 시간을 계속 돌아보며
초조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3
일도 마찬가지다.
미술관은
휴무일에도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외부 대관이나, 전시 공사 등등.
그럴 때면, 사실 일일이 다 챙겨 보지 않아도 되지만,
마음 한편엔 내내 불안이 가득하다.
(어디선가 본 글에 의하면 노이로제 같은 정신적인 문제라고)
#4
세상의 가르쳐 준 큰 진리 중의 하나가
'네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
인데
#5
분리불안이 시작된 아이처럼
미술관일에 관해선 마음 놓고 연차하나 내기 힘들 지경이다.
물론, 조금 높은 확률로
(수치적으로 이야기하면 한 60% 정도)
내가 자리를 비우면 크고 작은 사건이 생긴다. 생기더라.
#6
일을 그만둬야 그칠 '문제'인지
어쩌면 '의무감'이라는 말로 포장된 그럴듯한 '책임의식'인지
#7
'분리불안'에서 벗어나
내 삶을 '일'과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을 작년부터 많이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곡도 쓰고, 글도 쓰고
'내 삶'을, '내 삶'의 시간을 점점 더 늘려 가려고 애쓰고 있다.
#8
새벽 공기가 차다.
벌써 겨울이 왔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