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어야 진짜 친구라는 남자 문화

by 태이

"에이 남자가 술 한잔 먹을 줄 알아야지"

"술 먹으면서 친해지는 거죠. 한 잔 하시죠!"


남성 집단 안에 있다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이 글을 쓰기 정확히 한시간 전에 들었다. 청년 공익 활동가들이 모이는 3박4일 캠프의 첫날 밤, 남성 활동가 중의 일부 그룹은 냉장고에 술이 채워져 있지 않다고 투덜댔다. 옆 방의 다른 남성 활동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아쉽지 않냐고, 술을 사와서 먹자고 제안했고 우리 방에 있는 두분은 각자의 이유로 거절했다. 나도 남아 있는 일을 핑계로 조심스레 거절했다.


사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는 데 속도가 느린 편이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지만 친밀도에 따라 함게 술을 마실지 안 마실지 결정한다. 처음 보는 사람과 술로 친해지는 건 참 부담스러운 일이다. 차라리 친해지고 나서 술을 마시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런데 일반적인 남성문화에서는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극히 소수다. 친해질 줄 모르는 사람,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난 그러한 남성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 둘이서 카페에 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남성들의 문화 생활과 상호 돌봄에는 상상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우정 또한 술이 매개하지 않는 한 쉬이 깊어지지 않는다. 술 없이 친해질 줄 모르는 청년 남성들은 그대로 나이가 들어 가족과 멀어지고 친구와 멀어져 결국 옆에 남는 건 술뿐이다.


옆방으로 가서 왁자지껄 술을 먹는 대신에 우리 방에 남아있는 활동가들과 재능기부로 진행될 프로그램인 묵주 팔찌 만들기를 미리 체험해봤다. 조용히 담소를 나누며 소소하게 팔찌 매듭을 묶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 남자들이여, 우린 술 없이 충분히 친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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