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

소년은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by Ax

"아빠!"


곁을 스쳐 지나간 것은 한참이나 작았다. 기껏해야 열 살을 먹은 아이였을 것이다. 아빠를 부르는 목소리가 먼저 들렸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목소리를 따라 뒤를 돌아본 곳에는 자기 등만 한 가방을 메고, 그 가방만 한 쇼핑백을 든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이 목소리를 먼저 보내어 뒤따라간 곳은 아빠의 다리였다. 아마도 소년의 아빠는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 시간의 끝에 둘은 작별인사를 나눴을 것이고,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아이는 다시 뒤를 돌아 아빠를 불러 세워 그의 허리춤을 꼭 안아주었다.


포옹은 에스컬레이터 계단이 세 칸쯤 올라갈 정도였다. 세 칸이 올라갈 동안 뒤를 돌아보아 아이가 아빠를 안는 것을 보았다. 아빠를 재빨리 안아주고 온 소년은 나를 또다시 앞질러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갔다. 아이와 나는 그렇게 몇 미터의 거리를 두고 에스컬레이터와 지하철역 앞의 몇 걸음을 함께 걸었다. 손에 들린 쇼핑백은 건담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건 로보카 폴리 같은 장난감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가 들면 땅에 끌릴 정도로 커다랬던 쇼핑백이었다. 아마 아이의 아빠가 줬던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재빠르게 걸었다. 신이나 보이는 발걸음이었지만 이 아이는 어딘가 차분한 구석이 있었다. 아빠에게 인사를 할 적에도, 상기된 목소리에 반해 표정은 의연하여 괜스레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 커다란 가방이 어깻죽지를 따라 내려오는 터에 거듭 가방을 고쳐 매며 땅에 아슬아슬하게 닿을까 염려되는 마음으로 아이는 쇼핑백을 추켜올렸다. 그 짧은 거리를 걷는데 이 아이가 쉬는 숨과 움직이는 팔다리의 횟수는 여느 아이보다 월등히 많아 정신이 사나웠다. 그런데 어쩐지 밉지가 않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사정이 있나 보다."


옆에 있던 나의 애인이 아이를 주시하는 내 눈을 보며 말했다. 그러게. 사정이 무얼까. 저 아이는 어쩌다가 지하철역을 수백 번 오간 사람처럼 구는 걸까. 저 아이는 지하철역에서 나와 집에 가는 길을 어찌 헤매지도 않고 저렇게 당차게 가는 걸까. 집까지 가방과 건담을 들어줄 어른은 왜 찾지도 않는 걸까.


소설을 쓰고 싶었던 생각이 든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잰걸음으로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 그 아이는 집에 잘 들어갔을까. 아이는 겨울이 오는 것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소설을 쓴다면 소년이 오래도록 당찬 걸음으로 길을 걷는 내용을 담아야지. 땅과 점차 멀어진 아이의 얼굴엔 의연함 대신 다른 무언가가 덧붙여지면 좋겠네. 집 선반에는 건담이 많아 주말의 게으른 걸음으로 장난감을 조립하며 집안을 오다니고 있진 않을까.


그러다 문득, 지하철에서 건담을 든 또 다른 아이를 마주쳤을 때 소년이 엉엉 울어버리면 어쩌나.

차라리 다행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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