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에는 양면이 있음을 왜 몰랐을까
왜 그때의 나는 장밋빛 미래만을 상상했을까.
이 연재글의 시작에 '왜 아무도 엄마가 되는게 이런거라고 말해주지 않은거야?!'라고 썼지만, 아마도 내가 보려고 하지 않았으리라.
사람은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살아야한다는데, 그때 내가 빼먹었던 질문은, “나는 아이를 잘 키울 준비가 되었는가?”였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힘든점은 뭔지,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없이 그저, 때되면 결혼해야하고, 때되면 아이를 낳아야하고, 2명의 아이를 낳아 4인가족이 되면 나의 인생과업은 완성인거겠지. 했다.
가정을 완성시켰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나 자신은 그때부터 처절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렇게 4인가족이 완성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하는 동화책을 덮었는데, 알고보니 그 뒷이야기가 진정한 시작인 느낌.
사실 나는 아이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귀여운 아가들이 지나가는걸 보면 절로 “어머~! 너~무 귀엽다~~!!”라고 말하는 여자들과는 달리, 아이를 예뻐하는게 예의일것 같아서 가식적으로 한마디 던지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되기전까지의 나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고, 그 뒤의 고생과 수고는 더더욱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학교에 함께 근무하는 워킹맘 선배들을 보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그녀들이 엄마라는 역할을 함께 수행하면서 얼마나 버겁게 사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들은 늘 웃으면서 훌륭히, 아니 나보다 더 과중한 일까지 척척해내셨으니까.
육아휴직을 하던 어느날, 워킹맘이시던 부장님이 집앞까지 들러서 아이옷을 선물해주고 가신적이 있다. 그날 그분에게 진심으로 여쭈었다. “부장님, 어떻게 아이를 키우면서 일까지 하신거에요?” 그녀는 늘 그랬듯 밝게 웃어주실 뿐이었다. 그제서야 학교에서 만났던 모든 워킹맘들이 가슴깊이 존경스러워졌다. 모든 선배님들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정말 대단하십니다!’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만약 내가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출근하는 분들을 보고 이해가 안된다는 듯 무시하는 나쁜 후배였다면, 회개의 눈물을 흘리는 사이다 장면이 나오는 재미있는 드라마 한편이 전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다른 이의 삶에는 별 관심이 없기에 아무생각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그랬던 나도, 아이를 낳으니 갑자기 온 세상에 눈이 떠졌다. 모든 이의 삶에 관심과 연민이 생겼고, 모든 세상사가 다 우리아이에게 영향을 줄 일로 느껴졌다. 엄마가 되면서 갑자기 보는 세상이 어마무시하게 넓어졌다. 앞만 보이는 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살던 내가, 갑자기 360도의 광각의 시야를 갖게된 것이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지만, 이제와보니 그것이 마땅한 일이었다. 그전의 나는 너무 좁은 시야를 갖고 살았던 것이다. 그때는 그래도 불편한게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살수가 없었다. 종족번식이 개체를 유지하는 것의 가장 기본이 되는것인 이유를 깨달았다. 왜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는 사회인지를 이제야 알겠다. 단순히 인구수를 늘리고 세수를 늘리기 때문도 있지만,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누가뭐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열심히 사회활동을 한다. 경제활동을 하고, 열심히 살고, 근면성실히 일궈나간다. 그건 모성이자 부성이다. 본능인 것이다. 더불어 내 아이가 보이기 시작하니, 내 아이가 살아갈 사회가 보이고, 주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아이가 사랑스러우니, 남의 집 아이도 귀한줄을 알고, 남의 집 부모들도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인 귀중한 사람임을 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을 나를 너무도 힘들게했다. 첫째를 조리원에서 데리고 나와 집으로 오자마자 나의 멘붕은 시작되었다. 조리원 유리너머로는 아이가 쌔근쌔근 귀엽게 잠든 모습만 보였는데, 집에오니 왜이렇게 끊임없이 울어대는지 알수가 없었다. 급한대로 분유도 먹여보고, 기저귀도 갈아줬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울어댔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의 멘붕은 매일 매순간 찾아왔다. 그 생활을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으며 몇 개월을 하다보면 조금 나아지나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또 새로운 고비가 나를 멘붕에 빠뜨리고, 빠뜨린다. 둘째를 낳았을때는 그나마 심정적으로는 편했다. 첫째때 이미 아기는 이만큼 울어대는 미스터리한 존재라는걸 겪었으니, 아이가 울어도 약간은 그러려니하고 차분히 대처할수있었다. 그러나 그런 생활을 수년간 하니 번아웃이 왔다. 아니 어쩌면 육아우울증이랄까..
계속 부인하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내 감정상태가 널뛰고 조절이 안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걸 받아들인 날, 처음으로 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사님은 나더러 인생그래프를 그리라고 하셨다. 다 그리고보니, 한창 고되게 육아를 하던 시기는 그래프 저 아래를 뚫고 내려갈정도로 바닥이더라.
아이가 왜이렇게 계속 우는지, 언제까지 잠을 이렇게 못자면서 생활해야하는지, 언제까지 하루24시간 아이에게 매여있어야할지 알수없었다. 심지어 이토록 밥도 제대로 못먹고 지낼지는 몰랐다. 임신을 하고 클래식을 들으며 태교를 하면서, 육아서를 여러권 보았다. 그때는 육아서의 지침대로 아이를 이시간에 재우고, 모유는 몇 번 먹이고, 이유식은 몇 개월부터 먹이는지 등의 공부는 철저하게 해두었다. 그러나 내가 알아야하는 것은 그게아니었다. 아이는 전혀 육아서에 나오는 계획표대로 되지않았다. 그대신에 내가 준비해야할것은, 엄마가 될 준비, 마음가짐, 앞으로 얼마나 인간답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비장한 각오였다. 20대의 체력으로도, 그 생활은 쉽지 않았다. 쉽지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몸은 안따라주는데 아이에게 엄마는 나뿐인 현실이 버거웠다.
그러니 부디 엄마를 앞둔 그대들은 준비하길 바란다.
24시간 무수면 행군도 버틸만한 체력을, 근육을 가득 준비해두고 아이를 맞길바란다.
그대들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