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 to Better Choice(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
2011년 출범한 29CM는 의류, 가전,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판매하는 온라인 셀렉트숍이다. 사실 이름만 들어서는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29cm? 왜 하필 29센티일까 알아봤더니,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설렘을 주는 거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29CM는 서비스명의 C는 커머스를, M은 미디어를 뜻하며 미디어커머스를 지향하는 서비스임을 매체 인터뷰를 통해 여러 차례 밝혔다. 아하, 그래서 29센티였군. 이렇게 서비스명의 숨겨진 뜻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네이밍도 참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요즘 온라인으로 옷이나 잡화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주로 어디서 구매를 할까?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그리고 29CM. 개인의 쇼핑 스타일이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답변이 돌아올 텐데, 나는 주로 29CM를 통해 옷을 구매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회원 등급에 관계없이 주말, 시즌마다 17~19% 쿠폰을 뿌리는 데다 인터페이스가 예쁘고 편리하다. (여기서 인터페이스가 예쁘고 편리하다는 표현이 다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뭐랄까. 최소 월 2건 이상 29CM에서 주문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보건대, 이 서비스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셀렉트숍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29CM 앱을 사용할 때면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앱을 실행시킨 게 아니라 한 편의 잡지를 펼쳐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다. 그것도 아주 취향 좋은 에디터들이 작성한 기사가 실린 잡지. 앱으로 접속해도, 웹으로 접속해도 29CM만의 독특한 개성과 특유의 쾌적함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Guide to Better Choice(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
이는 29CM의 공식 슬로건이자 미션이다. 실제로 29CM는 고객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더 나은 선택이란 비단 저렴한 가격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듯하다. 29CM의 고객 입장에서 느끼는 바지만, 이 서비스는 박리다매와는 거리가 멀다. 최저가 상품을 파는 곳에서 옷을 구입하고 싶다면 다른 서비스를 찾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른다. 29CM가 타 커머스 대비 유달리 독특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들이 선보이는 제품들에는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인 듯 하다. 옷을 냅다 '요즘 잘 팔리는 코트입니다. 저렴하죠? 사세요.' 라고 하지 않고, 제품에 담긴 브랜드 철학과 함께 곁들이면 좋을 상품들 그리고 시즌에 맞는 제품들을 적절하게 추천해 준다.
위는 29CM의 회사 소개 페이지인데, 이 페이지만 봐도 전체적인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우선, 본문에서 정의하고자 하는 서비스의 Primary user는 옷 또는 잡화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이다. 이 고객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일까? 관련 통계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통계를 찾을 수 있었다. 29CM 앱을 사용중인 유저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가 무신사 앱을 동시 소지하고 있었으며, 무신사를 사용중인 유저들은 아래와 같은 쇼핑몰 앱 역시 사용중에 있었다. 이는 남성 사용자의 동시소지율 통계이고, 실제 사용층의 성비는 남성보다 여성이 높았다. 매달 활성사용자 수는 100만명(공식 홈페이지 참고) 수준이며 그 중 65%가 여성, 35%가 남성이다. 고객들의 주문 객단가는 10만원 수준이나, 재주문 고객의 객단가는 12만원 선이라고. (2018.12 기준)
이들의 Secondary user는 29CM에 입점한, 그리고 입점 계획이 있는 브랜드들이라 정의했다. 29CM는 'PT'와 '스페셜오더', '29TV'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브랜드를 큐레이션하고 있다. 현재까지 2천 여개 이상의 브랜드들이 입점되어 있다고 하며, 이는 무신사(약 3500개의 브랜드 입점 중)에 비해서는 비교적 적은 규모다. 하지만 입점 상품 수는 23만개 정도로 지그재그나 무신사와 비등한 수준이다.
이를 통해 추측해볼 수 있는 점은 29CM의 브랜드의 입점 기준이 무신사나 지그재그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다라는 점인데, 입점 기준이 엄격하다는 것은 29CM가 브랜드 상품의 품질 또는 톤앤매너에 그만큼 신경쓰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듯 하며 동시에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29CM가 해결하려고 한 고객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본문에서 바라본 29CM가 해결하고자 한 문제는 기존 쇼핑몰들의 브랜드 인식 부족이다. 사실 옷이나 잡화를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는 차고 넘친다. 29CM는 어떻게 치열한 e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했을까?우선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 고려하는 요소부터 살펴보자.
옷으로 예를 들어보면,
1) 옷의 가격
2) 옷의 브랜드
3) 옷의 원단과 재질
4) 구매가능한 옷의 사이즈
5) 구매자들의 후기
이처럼 간단하게만 생각해봐도 구매 전 고려요소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선택지의 전부라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어느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일부 커머스(의류 관련 커머스를 제외하고 보아도)들은 사용자의 구매 이력과 패턴 등을 분석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들을 추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큐레이션은 높은 편의성과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겠지만, 고객의 취향에 맞지 않는 추천이 이루어진다면 역효과가 나기 쉽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의 구매 이력이나 사용자와 비슷한 고객이 선호하는 상품 위주로 추천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거나 탐색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e커머스 쇼핑몰 앱을 실행해보면 알겠지만, 잘 팔리는 베스트 상품을 메인 상단에 노출시키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MD 제안의 콘텐츠를 메인에 배치한 29CM와 정반대의 방식이다.
29CM는 콘텐츠 제작팀이 따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폭넓은 상품의 판매 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한 구매 제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이 입점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 역시 타 커머스와 차이가 엿보이는 부분인데, 아래는 2018년 당시 29CM의 대표였던 이창우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고객 분석을 해보니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의 여성 고객과 20대 후반 이후의 남성 고객이 주 고객층이었습니다. 29CM 고객의 검색어를 분석하면 특이한 점이 있는데, 브랜드 검색 비중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만큼 스스로 선호하는 브랜드가 명확합니다. 트렌드를 빠르게 접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관심이 높아 패션 역시 그 일부로 소비합니다. 최근에는 여행, 공연, 전시 등 여가와 문화 코드에 대한 반응이 높게 나타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들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했을까?
29CM가 내놓은 해결책은 미디어커머스 형식의 서비스였다. 실제로 앱을 설치 후 실행만 해봐도 알겠지만, 소위 있어보이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앱을 키자마자 보이는 피드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무한 스크롤 피드로 구현되어 있다. 애초에 서비스의 홈피드의 구현 방식만 보아도 '물건을 되는 대로 많이 팔겠다'보다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한 화면 내에서 고객에게 보여주는 상품의 수는 줄었지만 그 빈자리를 콘텐츠가 채웠다.
그리고 콘텐츠의 내용을 사용자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리고 알기 어려운 정보들로 구성했다. 브랜드의 철학과 스토리, 요즘 핫한 콜라보 아이템이 무엇인지, 이 제품을 구입하면 어떤 이점을 누릴 수 있는지를 글이나 사진, 영상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29CM의 PT나 스페셜오더, 쇼케이스 역시도 위와 같은 측면에서 제공되고 있는 제안들이다. 보여지는 형식의 차이일 뿐, 29CM의 큐레이션은 브랜드와 고객을 친밀하게 이어주는 방식으로 동작하고 있다. 보통의 쇼핑몰에선 상품의 이미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29CM는 브랜드 스토리, 제품 실착용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의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다각도로 상품과 브랜드를 조명하고 있다.
프라이탁의 팬이라면 알겠지만, 한때 29CM와 프라이탁의 협업으로 난리가 났었다. 프라이탁은 온라인 자사몰을 제외하고는 오프라인 판매만 허용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29CM가 해냈다. 현재에도 프라이탁의 다양한 상품 라인업은 오직 29CM를 통해서만 구매가능하다. 프라이탁 뿐일까? 심지어는 전기차 브랜드로 잘 알려진 테슬라와 협업을 한 사례도 있으며, 최근에는 JTBC 그리고 질레트와의 콜라보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콜라보하기 쉽지 않은'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29CM의 미디어콘텐츠 위상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중이다.
서비스의 핵심 지표는?
핵심지표는 DAU와 구매전환율 그리고 앱/웹 체류시간과 쿠폰사용률, 객단가로 나누어볼 수 있을 듯 했다. DAU는 고객의 획득(유입)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일 수 있으며, 많은 수의 고객들이 유입되는 것이 구매전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객단가와 구매전환율을 통해 구매(매출)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를 짚어볼 수 있다. 쿠폰 사용률은 리텐션을 확인하는 지표로도 이용될 수 있다.
현재 29CM의 수익원을 크게 구분지어보면 1)입점/판매수수료 2)광고비 3)오프라인 매장으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먼저 제품 판매 수수료의 경우, 브랜드별 차등 적용될 여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타 커머스와 비슷한 수준인 30~35% 선으로 형성되어 있다. 또한 광고 측면에서도 PT와 쇼케이스 그리고 29TV 등을 통해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며, 29CM 스토어라는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한 PB상품의 판매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미디어(광고/홍보 수익)와 상품 판매 매출의 비중이 2:8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2018년 기준의 통계이므로, 현재는 미디어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29CM는 왜 의류 PB상품을 선보이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29CM의 PB상품은 패션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점이었다. 최근 커머스들은 자사 수익 강화를 위해 PB상품을 개발하는데 주력을 다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무신사 스탠다드'다. 온라인 셀렉트숍 무신사가 자체적으로 런칭한 PB ‘무신사스탠다드’의 올해 매출은 630억원 수준이다. 회원 수 역시 550만명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오죽하면 PB상품의 매출이 판매 수수료로 올린 매출보다 높을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패션 커머스가 자사의 수익 강화를 위해 의류 PB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29CM는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한 PB상품을 선보였다. 이들은 왜 수익성 측면의 문제를 감안하고도 의류가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택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29CM가 가진 정체성과 미션에 반하는 사업이기에 지양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개인적인 추측이다. 29CM는 'Guide to Better Choice'라는 미션을 가지고 브랜드와 고객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채널 역할을 해왔다.
만약 29CM가 무신사와 같이 자체적인 의류 PB상품을 내놓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래와 같다.
1) 자체 PB상품의 판매를 위해 눈에 잘 띄는 영역에 소위 '매대'를 설치
2) 반비례하는 PB상품과 입점 브랜드 상품의 노출 수
3) 입점 브랜드 상품의 판매율 하락
현재의 29CM는 앞서 말했듯, PT와 쇼케이스 그리고 29TV라는 채널을 통해 다양한 입점 브랜드를 고객에게 미디어 콘텐츠의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29CM의 수익원인 동시에 서비스의 정체성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입점 브랜드들과의 밀접한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있는 서비스의 특성상, 자사의 수익 강화를 위해 의류 PB를 런칭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선택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는 가파르게 성장해오고 있으며 2020년 현재는 약 133조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패션시장(오프라인 포함)만 놓고 보았을 때는 어떨까? 2018년과 2019년 사이 전체적인 패션시장 규모를 보면 성장률이 0.9%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패션 편집몰의 MAU와 매출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를 통해 오프라인 패션 시장의 성장률은 둔화 상태에 빠졌지만, 온라인 패션 시장의 규모는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매출은 어떨까. 전체 온라인 패션 편집몰의 방문자 규모나 매출로만 놓고 봤을 때 29CM는 크게 두드러지는 편은 아니다. 특히나 최근 무신사의 엄청난 성장세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본문에서는 29CM를 무신사의 경쟁자로 보았는데,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입점 브랜드의 규모 측면
무신사의 입점 브랜드 수는 3,500여개에 달하며 이는 현존 온라인 편집몰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입점 브랜드 수가 많다는 것은 곧 고객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뜻인데,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는 브랜드 또는 패션을 잘 아는 고객'에게도, 잘 모르는 고객에게도 유용하다. 최근에는 자체 의류 PB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출만 630억원 수준이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무신사에는 많은 브랜드들이 존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수가 많다.
2) 콘텐츠 역량의 측면
또한 콘텐츠 역량의 측면에서 바라봐도 29CM에겐 상당히 위협적인 상대다. 무신사는 웹진 '무신사매거진'을 통해 다양한 패션 소식과 트렌드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커머스 29CM의 미디어콘텐츠와 29 Culture Calender(본문 아래서 소개 예정)와도 상당히 결이 비슷하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어떨까? 29CM에도 오프라인 스토어가 있듯이, 무신사 역시 '무신사 테라스'라는 매장을 열어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도 무신사의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
3) 브랜드 동반성장의 측면
무신사는 '무신사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신진 디자이너 오디션을 통해 입점 브랜드의 성장과 신진 브랜드 발굴 및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는 입점 브랜드와의 밀접한 파트너십을 통한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29CM의 방향성과 일치한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무신사 스탠다드의 급격한 성장세로 보아 기존 입점 브랜드들의 판매율과 상품 노출에 타격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취지와는 정반대의 행보로 보이기는 하나, 수익성 측면으로만 놓고 보면 큰 성장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9CM의 정보구조는 크게 쇼핑과 라이프스타일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먼저 사용자는 네비게이션 하단의 홈 탭과 SHOP 탭을 통해 사용자는 물건을 구매하거나 추천받은 브랜드의 상품을 둘러볼 수 있다. 사용자가 홈 피드에서 우먼-맨-라이프스타일 아이템-쇼핑릴레이 탭을 터치하면 선택된 탭에 맞는 피드가 보이는 식이다. 쇼핑릴레이에서는 현재 할인 중인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반면, 29TV와 WELOVE 탭은 29CM만의 콘텐츠 역량이 돋보이는 탭이다. 29CM가 직접 선별한 것으로 보이는 콘텐츠들을 해당 탭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데, 이 역시도 결국 제품의 구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기능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도 WELOVE 탭과 29TV의 차이점이 발생되는데, WELOVE 탭의 게시글들은 '읽기'에 특화된 기능인 반면, 29TV는 터치하자마자 브랜드들의 제품 소개 영상으로 연결된다. 즉 '시청하기'에 더 가까우며, 이는 틱톡의 피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29CM의 홈피드부터 살펴보자. 먼저 왼쪽 이미지는 처음 29CM 앱을 실행하면 보여지는 화면이다. 다른 커머스 앱과 유사한 구조로 화면의 상단 영역에는 현재 진행 중인 기획전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무려 화면의 절반이 넘는 영역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보여주고 있는 기획전과 콘텐츠의 수도 적지 않은 것이 특징. 넘겨도 넘겨도 계속해서 새로운 기획전 소개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쇼핑몰, 편집샵은 오른쪽 화면과 같이 현재 인기 있는 상품의 리스트를 메인에 띄워주고 있고 있다. 반면, 29CM는 자신들의 홈피드를 왼쪽 화면과 같이 활용했다, 한 화면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상품을 덜 보여주더라도 이미지나 영상 위주의 콘텐츠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했다. 오롯이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상품의 수에는 차이가 발생하겠지만, 무한 스크롤 형태의 피드라는 대안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는 모양세다. 내려도 내려도 계속 새로운 상품과 콘텐츠가 보이는 것이 29CM 홈피드만의 매력이다.
이렇게 홈피드가 긴 경우, 스크롤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이러한 불편을 의식한 것인지 스크롤 바를 우측에 배치해둔 점도 역시 좋았다. 큼직큼직한 상품 이미지와 소개 문구는 설명하기 어려운 쾌적함을 선물한다.
아니, 글자가 이미지 영역을 침범했다고? 저거 버그 아니냐고? 솔직히, 29CM를 처음 사용했을 때의 쾌감을 잊을 수가 없다. 심미적으로 뛰어난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쾌적함을 안겨주고는 하는데 내게는 29CM가 딱 그랬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싶을 정도로 홈피드에 공을 들인 느낌이랄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상품을 콘텐츠화하여 홈피드에 보여주는 것까지는 '좋음'의 영역이었다면, 움직이는 글자로 표현해낸 건 '겁나 멋짐'의 영역이었다.
29CM의 홈피드는 사용자의 스크롤에 반응하는 인터페이스를 보여준다. 사용자의 시선에 맞춰서 화면에 보이는 텍스트가 따라오는 느낌인데, 웃긴 건 전혀 어지럽거나 거슬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도리어 어떤 상품인지 인지가 잘 되어 편했다. 모든 텍스트 영역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헤드(제목) 영역만 모션이 적용되기 때문에 과하다는 느낌도 없다. 이런 동적인 요소들은 29CM의 홈피드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29CM의 홈피드는 참 여러 가지 면에서 해리포터에 나오는 예언자일보를 닮았다. 스크롤을 내리면 움직이는 글자, 갑자기 재생되는 영상.. 그럼에도 고정되어야 할 것은 고정되어 있고, 거기에 동적인 요소가 가미된 듯한 느낌을 주어 홈 피드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품을 찜하기 기능을 제공해 당장 장바구니에 담지 않더라도 추후에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용자의 액션을 유도하고 있다. 그뿐일까? 찜하기만 제공하면 서운하니, 아이콘 하단에 찜하기 된 숫자를 표시해 이 제품이 다른 고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제품이라는 점을 간략히 알리고 있다.
홈피드의 전반적인 경험은 (매번 강조하지만) 잡지를 읽을 때와 유사하다. 몇 줄의 짧은 카피가 주는 울림이 있다. '이번 호에는 또 무슨 제품이 실렸나'하고 잡지를 넘겨보며 특정 제품에 대한 에디터의 고견을 참고하고, 좀 괜찮다 싶으면 사진을 찍어놨다가 추후에 구매하는 사용자 경험을 웹과 모바일로 옮기면 29CM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고객과 브랜드를 연결하겠다는 확고한 방향성이 분명하게 묻어나는, 이러한 느낌의 홈피드는 사실 수익을 내기엔 적당한 방식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객에게 '29CM는 독자적인 정체성과 톤앤매너를 가진 서비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엔 충분해 보인다.
위에서 말했듯 29TV는 마치 틱톡의 피드를 연상시키는데, 기능의 목적과 사용방법의 유사도 때문인 듯하다. 29TV는 브랜드의 홍보 영상을 띄워주는 채널로 브랜드를 팔로우/언팔로우할 수 있는 기능과 함께 앱내 구매 링크로의 연결(보라색 아이콘)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해시태그를 통해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기능 역시 제공하고 있는데 이러한 해시태그 기능은 추천의 메타데이터로 이용될 수 있다.
사용법 역시 익숙하다. 위아래 스크롤을 통해 보고 싶은 영상을 골라보는 방식인데, 29TV를 통해 선보이고 있는 홍보 영상들은 대부분 29초 이내의 길이인 것으로 보인다. (체감상 이보다 더 짧았다.) 요즘 다양한 패션커머스에서 판매자들에게 이러한 방식의 영상 홍보, 판매 채널을 지원하고 있는데 라이브 방송의 경우에는 홈쇼핑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생시간(방송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29TV는 홈쇼핑보다 기존의 인스타스토리 광고, 또는 틱톡 영상과 유사하다. 단순히 제품의 홍보 영상을 틀어주는 것이 아니라, 모델이 직접 나와 제품의 '착샷'을 보여주거나 또는 제품의 사용법을 짧은 영상을 통해 알려준다. 재생 방식 역시 단시간 콘텐츠 재생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그렇다면 29TV 역시도 추천 알고리즘이 동작하고 있을까? 해당 기능을 오래 사용해 보았지만, 나를 위한 추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아직 받지 못했고 관련 자료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추후 개인화된 추천이 이루어진다면, 또는 현재에도 이루어지고 있다면 29TV처럼 짧은 재생시간을 가진 콘텐츠는 재생시간보다 재생횟수가 더 중요한 데이터로 여겨질 수 있다. 반복해서 재생되는 횟수가 높다면 사람들이 그 영상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일 테니까.
29CM의 돋보기 버튼을 통해 검색을 해봤다. 검색과 일치하는 결과가 있으면, 그것과 연관된 상품을 오른쪽 화면처럼 보여주지만 일치하는 결과 값이 없다면 왼쪽의 화면이 발생된다. 검색어에 대한 결과가 없음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사용자가 허무해하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품을 보고 있어요>라는 추천 영역을 제공하여 빈 여백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는 상품의 구매율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사용자가 헛걸음을 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여기서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품을 보고 있어요>와 같은 추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해 봤는데, 아무래도 실시간 클릭률이 높은 상품(실시간 클릭 베스트 상품)의 리스트를 보여주는 듯 했다. 실시간 클릭률이 높은 상품은 대부분 스페셜오더 카테고리에 속한 상품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
* 스페셜오더는 오직 29CM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브랜드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개하는 협업 프로모션이다.
29CM의 검색엔진
말이 나온 김에 29CM의 검색 시스템을 조금 더 파봤다. 관련 내용을 29CM의 기술 블로그를 통해 찾을 수 있었는데, 이들 역시 타 커머스가 그렇듯 높은 검색 품질을 위해 검색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검색엔진은 1)형태소 분석 2)불용어 처리 3)어간 추출을 통해 동의어 검색을 가능케하고 있으며, 이는 구매자가 정확한 상품의 명칭과 모델 또는 색상을 입력하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치를 찾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9CM 기술 블로그 원문 발췌)
이 말은 즉, 사용자가 다이슨 DP-03 퓨어쿨 선풍기라고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냥 ‘다이슨 선풍기’라고만 검색해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외에도 상당한 장점이 있으니 29CM 기술 블로그 원문을 참고해도 좋겠다.
앞서 본 내용처럼 29CM는 검색창의 빈 공간을 추천의 용도로 잘 활용하고 있었지만, 장바구니는 어떤 연유에선지 비워둔 상태였다.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이 없습니다.]라는 짧은 안내 문구와 함께 계속해서 쇼핑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 왼쪽의 화면이 29CM의 인터페이스다. 그리고 빈 장바구니의 중앙에 위시리스트를 확인할 수 있는 버튼을 배치하고, 추가 구매 제안을 하고 있는 두 화면은 무신사의 인터페이스다. 한눈에 봐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검색창에서만 상품 제안을 하고 있는 29CM와 달리, 무신사는 장바구니 뿐만 아니라 결제 화면에서까지 추가 구매 제안을 하고 있다. 어떻게든 구매전환율을 높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WELOVE 탭은 앞서 정보구조에서 살펴보았듯, 읽기에 특화된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글을 읽으면서 연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런 추천이라면 누구나 수백 번이고 받을 의향이 있지 않을까? (본인이 활자 중독자라면 지나치기 어려울 것) 유명 에세이스트가 작성한 글을 읽으며 그 속에 등장하는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관련된 아이템을 추천해주는 방식은 얼핏 보기엔 '정말 사람들이 살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에 밝은 29CM 사용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엔 더없이 효과적인 큐레이션일지도 모른다.
29CM의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며 한 가지 특이하다 느꼈던 지점은 검색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검색창에서 최근검색어나 인기검색어를 보여주는 기능은 사실 딱히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29CM는 MY탭에서도 검색기록 열람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 구조가 일반적인 검색기록 확인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저 플러스 버튼을 터치하면 오른쪽 이미지와 같이 이전에 살펴봤던 제품이나 콘텐츠, 검색어들이 타임라인의 형태로 노출된다. 비회원도 이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이색적이었는데, 이 역시도 구매전환율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29CM는 검색 기록을 왜 하필 타임라인의 형태로 노출시켰을까? 29CM는 눈이 닿는 곳마다 콘텐츠적인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쇼핑을 목적으로 앱을 실행시킨 사용자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시각적인 콘텐츠를 감상하다보면 본인이 무엇을 구매하려고 했는지/아까 살펴봤던 상품 중 어떤 아이템이 마음에 들었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29CM는 이러한 고객들의 불편을 감안해 MY탭에서 검색기록부터 콘텐츠 열람 기록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세로형 타임라인을 구성했다.
29CM는 WELOVE 탭의 29 컬처 캘린더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문화생활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구독한 사용자는 다양한 컬처 상품의 할인 혜택과 프로모션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넘어 '이번 달 볼 만한 것'까지 추천하고 있는 29CM. 뉴스레터 서비스처럼 구독형이라는 점도 신선한데, 언제든 쉽게 구독을 해지할 수 있으며 추가적인 비용도 발생되지 않는다. 29 컬처 캘린더는 여러 가지 삶의 형태와 취향을 추천해왔던 29CM와 찰떡 같이 어울리는 기능인 동시에 광고, 제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원이기도 하다.
'순간을 장편으로'
'나의 책상들을 낯설게 보면 어느새 스며들었던 습관과 행동들을 발견케 됩니다. 작은 재미를 느끼는 것은 물론이고, 행동의 이유를 찾으며 스스로를 더 많이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알아차린 스스로의 모습에서 귀여움과 짠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알아가다 보면 멈춰버린 책상의 순간이 장편으로 느껴지고,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내용만 보면 에세이의 한 구절 같다. 놀랍게도 위의 카피는 29CM의 에디터가 입점된 브랜드의 포스트잇을 소개하는 문구다. 고작 포스트잇 하나 파는 데 너무 거창한 거 아니냐며 혀를 내두를 수도 있지만, 29CM에 입점된 제품 중 고작이란 없다. 카피 하나, 사진 한 장도 고심하여 고른 티가 역력하다. 이런 정성은 결코 무용하지 않으며 끝끝내 나 같은 사용자를 감동시키고야 만다. 평범해 보이는 물건도 사고 싶게끔 만드는 능력이 29CM에는 있다.
이 제품이 얼마나 저렴하고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커머스는 많아도, 당신이 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왜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커머스는 드물다. 나는 바로 이러한 차이 때문에 29CM의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었다.
위의 원고는 '위시켓'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참고한 글]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8/12/811208/
https://www.mobiinside.co.kr/2019/08/20/app-ape-musinsa/
https://www.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5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