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7
조심스러워졌다.
그대로 흘러가게 될까 봐, 이대로라면 어느 날 멈추게 되지 않을까 하고. 겁이 났다. 내가 네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그대로 손바닥 위에 올려진 채, 반쯤은 바닥에 흘리고는 바다로 보내졌다. 주먹을 쥐고는 숨을 옅게 천천히 뱉으며 반복한다. 내가 바라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겁이나 방향을 비틀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정처 없이 오다 보니 길을 잃었고, 어딘가에서 한참 울다가 잠들었다. 괜찮아진 것 같았는데 눈을 뜨니 네가 낯설더라. 다 내 잘못이다. 다 괜찮을 것 같았다. 몸을 부등 껴안고 이야기들의 끝을 잡고 조심스럽게 바다로 간다. 주변을 잘 정리하고 잠을 청하면 다시 예전처럼 몸을 동글게 말아 안고 잠든다. 돌고 돌아 처음으로 돌아온다. 마음을 뚝 떼어 나누었던 만큼 빈 공간으로 흘러들어오는 공기가 시리다. 웅켜안던 습하고 더운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온다. 얇은 이불을 말아 안고 잠을 청하면 서늘한 아침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