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5 kimbieber
1.
지독하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의 어딘가를 삼키고 만다.
빙빙 돌아 위로하려 들면 꼬인 채로 넘어진다.
그럼 주변이 다 가라앉고 차분해진다.
2.
가을에 타는 자전거는 전어보다도 황홀하다.
내가 주도하는 속도에서도,
계속 그렇게 바람을 지나 보내면 조금 울컥하기도 한다. 묵직한 바람을 지나 보낼 땐 울음이 터질 것 같다.
속도를 조절하는 건 나면서도, 그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
'감성'은 풍선과 같아서 입김을 차근차근 불어넣으면
조금씩 부푼다. 배부른 감성을 품으면 몸이 조금씩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면, 거기에 가을바람이 불면, 그리고 혼자 밥을 먹으면서라면. 기분이 가라앉고, 조금 울컥하고, 몸이 조금씩 오르지 않을까 싶다.
4.
잘게 잘라놓은 양파는 내 이성과는 상관없이
나를 울린다. 분명 슬픔이 없는데, 내가 운다. 칼만 내려놓은 채로 훌쩍이다가 소리 내 서서 울다가 주저앉아 엉엉 소리 내 운다. 그렇게 한참 울다 보면 가을이 온다. 가을이 오는 소리는 나를 울리기도 한다.
5.
버스에 앉아 집에 오는 길에, 횡단보도를 걸으며 우는 여자를 봤다. 콧등이 시큰하게 붉어져 많이 울고 남은 눈을 훔치는 것 같았는데, 왜 그 순간에 내가 울고 싶어 졌는지 모르겠다. 우는 일은 몸에 있는 무언가를 털어내는 일 같은데, 우리는 평소에 그 털어내는 일을 맨 정신으로 하기 어렵지. 많이 우는 사람은 많이 웃기도 한다. 감정선은 결국 온몸을 타고 흐른다.
6.
서운함을 토로하는 우리는.
적어도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서로를 너무도 모른다. 다른 음성으로 이야기하다 마음을 맞추는 순간들이 오는데,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이야기 하나 싶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영원했으면 하지. 그래. 영원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