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아작가 Jan 02. 2022

나에게 그대는

2022.01.01 김비버 kimbieber

1.

밤사이에 눈이 소복이 내렸다.

얇아져 작은 것에도 손끝이 아리던 나는

어제 밤사이 내리는 눈처럼 무겁게 울었다.


2.

피고 지는 일들이 주는 숭고함에는

옷깃을 잡는 애절함이 얼룩져 녹아져 있다.

피어남에 담긴 것은.


3.

겁을 내다 뒤로 넘어진다.

조심스레 고이 들고 걷던 마음이 쏟아진다.

얼음이 살 녹아 아실거리는 길을 걷는 것처럼

부드럽게 핀 따뜻한 김에도

다시 데일까, 몸에 힘이 들어간다.


4.

짐을 가득 이고 산을 오를 때면 

그 끝없음에, 버거운 무게감에, 불안함에

몇 번이고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곤 한다.

나에게 그대는

나의 짐을 대신 들어주기보다는

옆에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며 진정될 때까지

내가 피고 지는 것을 기다려 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년 처음 겨울을 맞는 것 같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