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를 보았다. 그냥 본 것이 아니고 함께 그저 걷다가 발길이 닿는 여기저기를 방문 하기도 했다.
니체에게 내가 본 다큐멘터리에 대해 말해주었다. 니체 당신의 후손이 살아있다고. 그 사람은 좁은 얼굴을 가진 독일 남성인데 이목구비가 니체와 닮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인가싶어 오래 들여다보니 입을 꾹 닫을 때의 모양이 같았다. 말했듯 입매가 아니라 입을 닫는 힘이, 운동성이 닮아있다. 그 다큐멘터리는 자그맣게 뜬 광고로 알게 되었는데 흥미로워보였다. 해당 링크로 접속을 하니 동굴 같은 느낌을 주는 홈페이지로 이어졌다. 우선 어두웠고 빈 공간을 채우는 이미지(어쩌면 사진이나 동영상)는 빠르게 기어다니는 미끈한 몸을 가진 것들이었다. 무언가 간간이 반짝 거렸다면 사금의 빛을 띄었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동굴)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VOD는 결제를 해야 했다. 어쨌거나 니체의 후손이라는 사람이 나왔다. 그 좁은 얼굴의 독일인이 족보를 좇아가다 어느 날 알게 된 진실, 그의 조상 중에는 프레드히리 니체가 있다는 것. 그는 곤란해 했고, 올려다 보는 눈으로 입을 떼어 천천히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때 나는 그 영상의 제목을 확인 했는데 지금은 흐리게만 기억이 난다. <... genealogie.. ... 지옥.. 전하는>
니체에게 그가 털어놓았다는 사실, 제목이 그런 식으로 붙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는 후손에 대한 얘기를 듣고 감정이 약간 동한듯 했고 나는 그 독일 남자의 사진 정도만 보여주었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또 그의 글에 오래전 녹색 형광펜을 쳐놓은 부분에는 그가 답글을 달아놓았다. 나는 달뜬 얼굴로 지금도 그 때와 꼭 같은 말투를 가졌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내가 전할 때에 칭찬이었으며 니체가 맞다, 하는 마음에서 였다.
그는 프랑스어로 말을 거는 사람에게 영어로 아니, 어쩌면 한국어로(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신은 스페인어를 할 때 특정한 다일렉트를 구사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그 곳은 나에게 적대적이었는데 거기의 실세, 일하는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은 갖가지 형태를 띄면서 예를 들어 촉수가 있었다면 내 곁을 지날 때는 꼭 그 촉수로 나를 강하게 후려치고 지나갔다. 소리를 지르거나 눈을 부릅 뜨기도 했고, 겁을 주었다. 그런데 나는 움찔하더라도 결코 주눅들지 않고 강하게 반발했다. 함께 육탄전을 벌이거나 나즈막한 상거, 주거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골목 한 가운데서 큰 목소리로 나의 억울함을 고했다. 그들이 더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며 무어라고 하자 나는 입을 닫았다. 기세에 눌려서가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가 나보다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그랬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니체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다.
꿈 속에 본 니체는 다정하고 슬퍼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