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로 표현된 나의 무의식
직장생활에서 메모를 위한 업무 노트는 필수. 10년 동안 여러 곳의 직장을 다니면서 쓴 업무 노트는 최소 10권은 넘는데 사회초년생일 때는 나의 노력의 산물이라는 생각에 이고 지고 다녔지만 몇 년 지나면서 내가 이 노트들을 다시 볼만큼 대단한 기록을 해놓은 건 아니었구나 깨달음을 얻은 뒤로는 다 쓰면 한번 훑어보고 버린다. 그리고 글 보다 이상요상스런 그림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습성이 있다.
뭘 그리 마음에 담아두고 끄적거렸나 한심스러우면서도, 이런 낙서를 보면 그때 고민했던 주제가 어렴풋이 생각나 신기하기도 하다. 특히 회의 시간에 그리는 활동이 많았는데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그 주제를 확장해서 생각하곤 했다. 주거 지원 관련 회의에서는 집과 바운더리를 고민하니 집도 그려보고 경계선도 그려보듯이 말이다. 성과보고서, 기획안을 쓸 때도 많이 끄적거리는데 목표와 목적, 기대효과와 성과를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지 머리를 쥐어짜면서 한쪽씩 완성해 갔다.
어쩌면 고민하는 나의 뇌파를 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일하면서 낙서는 하면 할수록 뇌의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나의 경험적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