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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의미

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26)

by 조아라

매일 좋은 일이 일어나길 바란 적이 있었던 것도 같아. 내가 태어난 날을 가족과 친구들이 축하해 줄 때 생일 케이크 불을 끄면서 빌었던 것 같단 말이지. 아주 어릴 때였던 것 같아. 하지만 몇 년 안 되어 그런 소원은 내가 신이라도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생일날 그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도 다행이다 생각했던 때도 있었고. 지금은 생일이 생일인 줄 모르게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부디 조이의 22년 지기 친구도, 이모도 그림자 같은 오늘이 어제가 될 수 있게, 무사히 지나가시길 기도할게.


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가슴에 사무치게 감동적으로 보았어. 내가 애써 묵힌 어두운 감정까지 다 꺼내 마주하게 해 준 드라마였어. 너무 좋아서 출연진뿐만 아니라 연출, 작가도 알아보며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읽는데 한참을 또 읽고 읽었어. 내 삶과 남의 삶을 비교하며 남의 행복만 보이고, 나의 아픔과 고난만이 고통인 것처럼 대하는 상상을 다정하게 깨어주며 서로가 서로를, 내가 나를 따뜻하게 다독일 수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드라마였어. 극 중에 미지가 방문을 나서며 외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가 어찌나 마음을 후벼 파는지... 너무 공감했지. 드라마에 나온 모든 캐릭터들에 공감하기도 처음인 것 같아. 나만 힘든 건 아니라는 것, 나의 힘듦을 내가 잘 봐야겠다고, 타인의 힘듦에 무리하게 끼어들어 해결해 주려 하기보다 나 여기 있다고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에 타이틀 <미지의 서울>이 <나의 서울>로 바뀌는데 소름이 돋더라고. 드라마의 주제가 이 네 글자로 설명되는구나 하고 놀랐지.


희로애락 전부 내가 느끼고 가지는 것들이니 그 한 때를 그저 흘려보내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 또 올 희로애락을 미리 준비할 필요는 없고. 어차피 흐르는 것들일 테니 그지? 순서는 어떻게 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7월이 되자마자 폭염이 기승을 부리네. 출퇴근 길 뜨거운 더위를 피해 그림자를 찾아 걷길 바라며...


2025.07.07


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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