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Re : 삶의 의미

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25)

by 조아라

전국 각지에서 알찬 시간 보내고 온 것 같아 다행이에요. 타인의 말에 그런가 싶다가도 아라가 생각한 대로 정의 내리고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거겠죠. 다음에 또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고 왔는지 소식 또 들려줘요.


저는 지난 금요일에 절친한 22년 지기를 만나고 왔어요. 밝고 사근사근한 성격의 친구였는데, 최근에 몸도 안 좋고 진로설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이래저래 깊은 우울감도 생겼나 보더라고요. 방 바깥에 나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요. 우리 전 직장에서 지원사업으로 다루던 고립은둔청년의 증상도 꽤 보이는 것 같았어요. 아라도 최근에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도 이런 어려움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나와요. 극 중 주인공이 오랜 꿈을 저버리고 몇 년 동안 방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는데 가족, 친구들이 계속 문을 두드린 끝에 조금씩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내용이죠. 이 주인공만 방에 갇혀 사는 설정이었을 뿐이지 사실은 모두가 심적으로 자기만의 방에 갇혀 살고 있다, 스스로와 타인 모두가 손을 건네야만 걸어 나올 수 있다는 메시지였어요.


그저 가만히 앉아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맛있는 밥 한 끼 같이 먹는 게 전부여서 제 마음에도 돌덩어리가 얹어져 있는 기분이었어요.


친구를 만나고 집에 오니 마음이 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소식도 듣게 됐어요. 이모의 병세가 악화됐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다 한때라는 생각을 하려고 해요. 그러니 더 열심히, 때로는 가볍게 나풀거리자고요.


좋은 날이 아니더라도 이겨낼 힘만 주라고 기도하곤 했는데, 그래도 가끔은. 좋은 날만 주어졌으면 해요.


2025.06.29


조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