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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투표의 의미

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23)

by 조아라

지난 토요일에는 잘 들어갔나요? 고작 30분 동안 모내기 한 것 뿐인데 다음 날 아침에 허리가 아프더라고요:D

아이고 덥다, 아이고 습하다 몇번 투정 부리다보면 어느새 추수할 때가 오겠죠? 심고, 자라고, 익고, 거두고, 나누고. 금방일 거예요.


얼마전에는 가까운 지인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조문을 다녀왔어요. 함께간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 아무말 없이 지인의 얼굴을 보는데 정말이지 오직 눈으로만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순간이었어요. 한동안 그 지인의 눈을 보면 그날에 했던 묵념이 생각날 듯 해요.


'아버님께서 평생에 걸쳐 따님에게 심어준 넉넉한 마음이 저에게, 또 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심어졌어요. 덕분에 제가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저도 더 많이 나누며 살게요. 아버님 빈 자리가 어찌 채워지겠느냐만 따님에게 제철의 것들을 나누며 더 자주 들여다볼게요.'


오랜만이라는 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장례식장을 아버님께서 보시고 참 기뻐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갈 땐 오랜만에 만난 이들과 이런 인사를 나눴어요. 아프지 말고 오래 오래 살아서 서로의 조사엔 꼭 가자고요. 이렇게 든든하게 슬픔을 기약하는 인사는 또 없을 거예요.


심고, 자라고, 익고, 거두고, 나누고. 먼 길을 걸어가고 있을 아버님과 제 지인처럼 인생 농사를 잘 짓고 싶은 마음이에요. 뵌 적도 없는 분이 그리운, 이상한 날이네요.


올 가을 들판은 더 반갑겠어요. 벌써부터 장마가 시작됐다죠. 꿉꿉한 마음은 장대비에 다 흘려보내는 초여름 보내시길. 그럼 또 안부 전할게요.


2025.06.17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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