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22)
뭐야, 6월이 아직 남았는데 벌써 올해의 반을 다 보낸 느낌인 것인가?! 그만큼 일상이 후딱후딱 지난 느낌일 것 같아 ㅎㅎ
조이의 이번 편지를 읽다가 몇 번이고 되뇐 구절이 있었어. 타인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나오는 내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며 또 타인과 눈을 마주치며 나누는 대화가 쌓이면 분명 내게 좋은 일상을 만들어줄 것 같다는 확신, 좋은 일상이 쌓이면 좋은 사람도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해. 어렵지는 않지만 용기가 필요하니 그 일상은 참 대단하겠구나 싶어.
지난주를 오늘처럼 돌아보니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은 바로 대선인 것 같네. 12.3 내란 사건으로 꼬박 6개월 동안 내 일상을 돌보면서도 마음 한편에 정치적 상황이 신경이 쓰이더라. 한 명의 지도자로 세상이 확 바뀌는 건 어렵지만 이상한 지도자로 세상이 한순간에 망하는 건 가능하겠구나라는 걸 암담하게 지켜본 국민으로서 매일 뉴스를 보았는데 내가 본 뉴스가 가짜 뉴스인지를 판단하는 미디어 리터러시까지 신경 써야 되는 시대기도 하니, 내가 본 정보값을 내가 책임지기까지 해야 되는 게 기술을 쓰는 결과 값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튼, 내 일상을 내가 만들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를 생각하며 뽑았어. 최선과 차선의 사이에서 고르다 뽑은 느낌인데 대선 전 본 뉴스와 대선 후 뉴스를 보는 마음의 안정감이 확연히 차이가 나. 일을 하는 대통령이 되었구나 싶어서 일단 안심이 되거든. 나의 엄마는 뉴스를 볼 때마다 대통령이 나오면 '잘해라잉, 못하면 안된다잉' 하고 응원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웃기더라고. ㅎㅎ
엄마가 이번 대선날 당신 투표 인생 처음으로 선거사무원으로 투표함을 지키는 일을 하고 오셨거든. 투표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한 자리에 앉아 투표하러 온 사람들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드셨는지 집에 와서 한참을 얘기해 주셨지. 시각장애인이 투표하러 왔는데 직원들이 대처를 잘 못해서 한참 걸렸다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이 없다는 걸 지적하시고, 또 어떤 할머니는 들어오자마자 너무도 순수하게(!) 특정 기호를 외치며 어떻게 투표하면 되는지 공개적으로 물어봐서 한바탕 음소거 웃음 잔치가 벌어졌다고 하는 등 다양한 사람을 보면서 느낀 생각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해 주시면서 투표도 하고 이런 역사적인 현장에 있었다는 걸 보람된다고 얘기하셨지만 두 번 다시 이 일은 못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하루 종일 있는 게 너무 힘드셨다네 ^^; 그래도 처음 제안받은 일을 도전한 엄마가 대단한 것 같아.
투표를 하는 것도, 투표를 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도 그다음 뉴스를 보게 하는 힘을 갖게 하는 것 같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는 거, 국가라는 아주 큰 공동체에서 나의 일상은 결코 작은 게 아니니까. 나의 대리인이 잘하는지 잘 지켜봐야지.
아참, 우리 이번 주말 춘천에서 만나겠네, 새로운 일터 이야기 보따리 풀어줘~
이번 주도 파이팅!
2025.06.09
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