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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Jul 03. 2022

2022년 3월 일하고 공부한 일기

이주의 역사가 추가되다 

#이사 

도대체 몇 번째 이주인 것인가 - 대충 생각나는 집들만 해도 10곳이 넘는다. 울산, 창원, 서울, 남원, 고양 등 1년 이상 살았던 도시들만 해도 5곳이다. 이사가 잦으니 1인 가구라 해도 상대적으로 세간살이가 적다고 생각하는데 이사갈 때 되면 어딘가에서 짐이 튀어나온다. 그 언젠가 캐리어 하나로 이사하게 되기를 나의 로망으로 삼는다면 이사를 더 자주하게 될까 ;; 그래도 이번에 짐을 정리하면서 당근마켓의 힘을 알았다. 가격을 굉장히 낮추거나, 무료나눔으로 올리면 후다닥 여러 아이디로 연락이 와서 인기인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해야하나 ㅎㅎ 아무튼 3월 5일 이삿날 새벽에 일어나 남은 짐들 정리하고 집 청소하고, (내가 서울에서 이사할 때 애용하는) 이사용달 사장님 트럭에 짐을 후다닥 싣고(항상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은 족히 더 일찍 오시는 것 같다...), 건물 관리인과 가스, 수도, 전기요금 정리한 후 건물주 대리인인 부동산에 가서 보증금 등 정산하니 고양시에서 2년의 일상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시 경계선을 넘어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 자락 엘레베이터 없는 5층으로 실었던 짐을 바로 풀 줄 알았는데 이사갈 분이 안 가셔서 정리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어찌저찌 짐도 옮기고 건물주 대리인인 부동산 중개인과 보증금 등 정리도 완료했다. 이삿짐 나를 때 항상 용달 사장님 가족분들이 같이 오시는데 나도 같이 옮기긴 하지만 정말 빨리 옮겨주신다. 이번에 같이 트럭을 타고 이동할 때 사장님 내외분께서 말해주신 이런저런 이사날 에피소드 이야기도 재밌었는데.. 대화 자체가 투닥투닥 다혈질 느낌이라 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긴 세월 쌓아온 일의 호흡이 착착 맞으시는 거 보면 둘만큼 잘 맞는 파트너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엘레베이터 없는 5층 오르락 내리락 고생하셔서 점심도 사드리고, 원래 얘기했던 금액 보다 좀 더 드렸다. 다음 이삿날에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네. 아무튼 짐을 다 옮기고 한숨 돌리면서 꽤 순조롭게 진행된 이사날이라 다행이다 하는 안도감과 다시 또 시작한다는 긴장감이 공존하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낯선 공간이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니까. 엉망진창 쌓여있는 짐을 바라보며 한동안 멍을 때렸던 것 같다. 이사 전날, 내가 좋아하는 동네카페에서 보낸 시간 참 좋았다 하면서 말이지. 이곳에 다시 갈 일이 있으면 좋겠다. 

카페 하우워즈커피 : 카페를 나올 때 입구컷을 찍고는 했다 


이사날이 주말이라 돌아오는 월요일이 되자마자 동네 주민센터로 가서 주소이전과 확정일자를 받았다. 외국인 민원인들로 꽤 붐볐던 글로벌한 주민센터 풍경 속에서 세번째 서울시민이 되었다.  


#대학원 

3월 2일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대학원생의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개강과 함께 수강신청 정정기간이 일주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수강 가능한 저녁 시간, 커리큘럼 속에서 유추할 수 있는 교수의 강의스타일(!), 같이 듣는 수강생의 특징(!)들을 고려해서 최종 2개의 강의를 선택했다. 전공과목인 '미디어산업과 법제'와 타 전공과목인 '문화예술마케팅'이었는데 둘 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특이한 경우가 아니면 보통 1학기에 총 6학점까지 들을 수 있는데 뭐랄까, 강의만 놓고 보면 등록금이 비싼 거 아닌가 하지만 학교 도서관이나 열람실을 가보면 이 건물들, 부지를 운영관리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겠다 싶기도 했다. 그러니 자주 이용해야 등록금이 아깝지 않게 되는 거구나, 대학생 때 했던 생각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었다. 

내가 다니는 대학원의 랜드마크. 멋있긴 한데 새들이 많이 죽는다고...   

저녁에 듣는 강의이고, 열심히 공부해볼 수 있겠다 다짐했지만 알바 일이 많아지면서 일주일에 한번 학교 오기도 힘들어진다. 중앙도서관이 잘되어 있어 책과 논문도 많이 읽고 싶은데 온라인 수업 듣는 것도 겨우 챙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첫학기 시작되고 얼마 안됬는데 말이다.. 정신차려!) 안되겠다 싶어 4월에는 필히 아침 시간을 챙겨보리라 다시, 굳게 다짐했다. 


#알바(일)  

주 4일 알바로 시작했지만 주 7일 일하고 있었다. 겨우 학교에 간 날도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지난 2월 내가  일하는 4일과 나머지 3일을 단절할 수 있는 인간인지 시험해보자 적었는데 단절할 수 없는 인간이구나를 알았다. ^^;  계간지 홍보, 교육 프로그램 모집 홍보, 기부모금 교육 수강, 프론트와 접객 업무에 이것저것 책방 살림살이 돕는 업무까지 주 4일의 업무량 치고는 일이 너무 많다.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긴 하나 역할 구분이 모호한 일들을 할 수 있겠냐는 제안을 제대로 거절하지 못하고, 너무 쉽게 맡은 건 아닌가 조금 후회가 남는다. 남 귀찮은 일 도와주다가 내 일을 못하게 되는 불상사를 초래하지 않게 마음을 고쳐먹도록 하자. 내가 귀찮은 일은 남도 귀찮은 일일테니 하나하나 누구의 일이 되는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또 하나 느낀 건, 귀찮은 일의 성격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귀찮은 일들을 해야 대단한 일들이 되는 거기에 혹여 누군가의 귀찮은 일을 대신 맡아줬을 때 고마움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나마 상실된 기분을 상쇄해줄 수 있을테니까.  암튼 소통이 잘 안되는 관계 속에서 일을 하면 기분의 본전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는 소통이 잘되는 관계 속에서 상쇄될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생활에서 한 이슈, 한 사건으로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봄볕을 느끼며 책방 마당의 목련이 피어내는 과정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공부모임_도공디공(aka. 도시, 공간, 디자인, 공부) 

2월에 의정부 탐방을 마치고 돌아온 3월에는 오랜만에 남원에서 모여 책 '슈퍼 라이브러리'를 함께 읽기로 했다. 멤버 랄라가 일하는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서관이 슈퍼처럼 편하게 자주 다닐 수 있는, 조용하지 않지만 활발한 지적 커뮤니티 공간이 되길 바라는 건축가인 저자의 경험적 바람이 담겨 있는 책으로 영국, 네덜란드의 도서관의 사례가 들어있었다. 의정부 때 도서관들도 그렇지만 앞으로 탐방할 지역의 도서관들 역시 엄숙하고 공부만 해야할 것 같은 곳이 아닌 곳들로 알아보고 있어서 그런지 조만간 한국도 도서관 문화도 바뀔 것 같다. 옳해 처음 모임에 들어온 멤버가 남원을 처음 와보았다고 하여 남원 가이드를 자청했다. 춘향관광단지에 조그만 공중 트램을 놓는 공사 현장을 지나가면서 소도시 관광자원의 한계인 건지, 개발의 특수인 건지 모르겠지만 잘되는 마음을 빌게 되었다. 그렇게 남원 부심을 표현하며 가이드를 한 후 예전에 내가 살던 집에서 지인들을 만나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오랜만에 와도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본가인 울산을 가면 가족이 있으니 뭔가 당연한 익숙함을 느낀다면 내가 선택한 지역에서 살다 오랜만에 온 기분은 뭐랄까, 감사함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랄까. 다시 서울로 가면 또 다른 기분이지만.. 이걸 설명할 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계획이 불연듯 생긴다.  

오랜만에 남원행 : 이발소로 가는 길고 좁은 골목길도 오랜만에 지나갔다. 


이주의 역사가 추가된 2022년 3월이 지났다. 

4월은 나의 아침 시간을 하루도 남김없이 챙기는 엄청난 계획을 세웠다.  


(4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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