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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Jul 04. 2022

2022년 4월 일하고 공부한 일기

나의 아침 시간 챙기기 

#아침의 여유 

아침 일찍 일어나 미라클을 일으킬 목표는 처음부터 없었다. 2022년 1분기가 퇴사-알바-이사-대학원의 중첩으로 너무도 훌쩍 지나가니 온전히 내 시간을 챙겨보고 싶었다. 마침 이사온 동네에 이전부터 알고 있던 지인과 틈틈히(!)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수다를 떠는 중에 아침이 있는 일상을 챙겨보면 좋겠다 하는 얘기를 하던 터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4월 한달간 일찍 일어나 공복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공부도 하고, 대학원도 가고, 사색하는 시간, 비우고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야 라고! (부수적으로는 누워서 스마트폰 멍-때리는 시간을 줄이고도 싶었다. ^^;) 그렇게 결심을 행동으로 이행하기 위한 마인드 워밍업을 잠시 다독인 후 3월 31일 자정 전에 겨우 잠이 들었고, 4월 1일 아침 6시 중 일어났다. 이 후 30일 간 빠짐없이 나의 아침 시간을 챙겼다.  


30일 간 모닝-루틴은 물 한잔 든든히 챙겨 마시고 밖을 나가 움직이고 돌아와 간단한 아침 식사(주로 빵)와 커피를 내려 마시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대학원 도서관을 들르는 것이었다. 밖을 나갈 때는 동네 이곳저곳과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보고 들어왔다. 이사 오고 동네 구경을 제대로 못했는데 이참에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보았다. 먼저 봄 꽃들을 보려고 집 앞 홍제천을 따라 안산을 보름 정도 매일 찾았다. 4월 첫날에 앙상한 가지들만 가득했는데 어느새 싹을 피우고 꽃을 피우는 나무를 보면서 새삼 식물 생태계의 대단함도 알고 왠지 모를 위안도 받았다. 다만, 아침 8시 이후에 구청(?)에서 안산 산책로 곳곳에서 틀어주는 경음악은 중단해주면 좋겠다.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니면 낮에 고라니나 멧돼지가 혹시나 도로로 나오기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틀어주는 목적이라도 있는 것일까, 궁금하다.  


아침 안산 출근시(!) 꽃 사진을 찍었다. 내가 이리도 벚꽃에 짐심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은 기록이다 ㅎㅎ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침 주식인 빵을 종종 샀는데 이사온 동네인 연희동에는 맛있는 빵집이 많았다. (빵집 뿐만 아니라 맛집들도 많아 다 사먹다가는 엥겔지수가 엄청나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ㅎㅎ) 지도를 따라 빵집을 찾아 걸을 때 동네 골목 풍경이 좋았다. 4월의 좋은 날씨들도 한몫해주었다. 아직은 연희동에 궁둥산 주위로 대규모 높은 아파트 단지가 없어서 골목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곧 재개발 승인난 지역의 철거가 시작되면 그 풍경의 수는 줄어들겠지, 아쉽다. 


자전거 타고 한강으로 가는 중 좋아하는 터널 구간 


따릉이를 타고 한강도 종종 갔는데 탁 트인 풍경과 사람들의 움직임, 긴 다리 위 풍경, 내가 있는 한강 건너편의 풍경을 복합적으로 보면서 그 자체로 힐링되는 한강의 힘이 있다. 코로나 때문인지 계약 만료인지 곳곳에 편의점은 운영을 하지 않는 것 같던데 아침 8시에 여는 스타벅스가 보여서 들어갔는데 나보다 일찍 온 분들이 와글와글 있는 모습에 조금 놀래기도 했다. 한강의 힘과 스타벅스의 힘이 합치면 엄청난 공간 소비욕구가 생기는 건가 싶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안산과 한강을 가려면 홍제천을 거쳐야 하는데 홍제천 풍경도 사뭇 새로웠다. 사람 사는 동네에 이런 천이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심신의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보다 더 일찍 나온 분들이 곳곳에서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고 계셨다. 사람 뿐만 아니라 오리, 고양이, 왜가리 같은 동물들도 홍제천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동안 일상에서 주로 보는 새는 비둘기 밖에 없었고, 워낙 익숙한 새다 보니 있는지 없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여러 새들을 보면서 도시에 사는 새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비둘기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유튜브 새덕후 채널도 구독했는데 새들을 관찰하는 사람들도 곳곳에 많구나 싶었다. 알바하는 곳에서도 새를 알기 위해 책을 사서 탐조하기도 하는 동료도 있었고. 역시, 뭔가 관심을 가지고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재미는 자연스레 뒤따라온다. 반대로 관심이 줄어들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알려고 하는 흥미가 떨어지면서 그 때까지 알았던 것으로 판단하려는 경향 혹은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세질테고 말이다.     


그리고 이따금씩 아침의 여유를 가지자 같이 다짐했던 지인을 만나서 운동을 같이 한 것도 아침 시간을 더욱 챙기게 만들어준 동력이었다. 같이 공공 헬스장에서 몸도 풀고, 걷기도, 뛰기도 하고, 아침 일찍 문 연 빵집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며 아침 수다를 떨기도 하고. (뭔가 아침이란 단어를 앞에 붙이면 그럴 듯하게 산뜻한 느낌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여 할 일을 벌리기도 하게 되는 것 같고... ^^ 


#알바

주4일 업무를 주7일로 일하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기 위해 아침 시간을 챙기는 만큼 주체적으로 일하되 힘을 좀 빼고 일하는 방법을 터득하기로 했다. 감정, 마음 에너지를 걷어내고 팩트로만 일을 챙기니까 나름 굳더더기 없는 일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단 소통하는 에너지를 줄였다.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은 서로의 일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서로 중 한 명만 인정한다면 소통이 잘 될거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은 되게 해야하니 일방적 공지와 수용으로 처리하게 된다. 어디를 가나, 직급과 나이를 떠나, 어떤 관계에서 함께 하는 일임을 간과하고 상대방을 자신의 일처리만을 위해 하수인처럼 부리거나, 자신의 말만 맞다고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일의 주도권을 가진다는 것은 남을 자기 마음대로 하수인처럼 부리는 게 아닌데 새로운 동료와 이상한 주도권, 기싸움을 하는 사람이 있다. 설마 자신보다 일을 못한다고 할지라도 각자의 일의 바운더리를 지켜주려 하는 것은 경력자의 소양일 수 있는데, 마치 경력이 벼슬인마냥 아량을 베푼다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 오랜만에 나의 감정 중 짜증이라는 것이 있구나 확인하기도 한 4월이지만, 어쨌든 일이 되기 위해서 기꺼이 시키는대로 일방향 연락에 순응하며 일을 했다. 뭐든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사회적 감수성은 간접적인 배움에서 얻을 수도 있으니까. 다만,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타인이 부정적인 상황을 맞닥뜨리고 겪을 때 모르니까 넘어갔다가 본인이 겪으니 알게 됬다며 호들갑 떨지 말고 묵묵히 자신의 마음 속에서 인정하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경력자가 되어야겠다 하는 무거운 다짐을 해본다.   


#대학원의 풍경 

논문을 꼭 써보리라 계획하고 들어온만큼 대학원 도서관을 애용하고 있다. 하루종일 여기서 책을 보며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 옛날 논문을 보는 것도 신기한 자극이고. 아무튼 알바 출근 길, 도서관을 왔다갔다 하면서 본 교정이 정말 봄이었다. 교정이라는 표현도 오랜만에 써보는데 온갖 봄꽃과 큰 나무들의 새싹이 만개하여 캠퍼스 풍경이 아름다웠다. 친구한테 보여주니 너의 등록금 꽃이 팡팡 터지고 있다며 기뻐(!)해주었다. ㅎㅎ 그치, 이 교정을 가꾸는 게 거저는 아닐테니까. 당연히 사람이 가꾸는만큼 인건비가 들 수밖에 없다. 공부하는 학생을 위해서 쾌적한 공간을 가꾸는 사람들의 노동이 들어가는 것인데 학교, 사측에서는 이들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잠시 도서관만 들렀을 때는 학교에서 일하는 분들은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노트북 열람실에 몇 시간 공부한 날, 청소미화원들이 최저임금제를 보장하라는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다른 날 점심시간 때, 학생회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학교 정문에 서명 테이블을 두고 학생들에게 참여를 요청하며, 학교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적어도 들어줄 수 있는 자리를 학교에서는 마련해야 되지 않겠냐 마이크를 잡고 말하고 있었다. (멋있었다!)


반면, 학교는 이 사안 보다는 다가오는 4월 말 프랑스 전통 패션 브랜드 디올의 가을 패션쇼 개최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로 학교 랜드마크 앞에서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오는 자리에 촉각을 세우며 준비하고 있었다. 총장까지 나서서 이메일을 보내왔다. 학기 중에 열리는 행사로 학생들의 수업과 교내 활동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닌지 고민이 되었지만, '최초'와 '최고'의 역량으로 빛나는 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에 알릴 수 있기에 개최하게 되었다며 행사 준비로 불편이 예상되지만 양해를 부탁하는 총장의 이메일을 읽으며 이렇게 또 사회의 딜레마를, 양 끝의 단면을 배웠다. 


그래서 나는 누구 편에 설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회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복합다단, 다초점으로 돌아가니 어떤 사항을 선택한다고 해서 이 문제들은 끝나지 않는다. 문제와 같이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낫겠다. 그러니 맞고 틀리다의 문제도 아닐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바라볼 것인지, 그 사고의 힘을 지속시킬 수 있는 소양을 대학원에서 쌓는 것. 그것이 내가 챙기고 가야할 것이겠다.     


#공부모임_도공디공(aka. 도시, 공간, 디자인, 공부)

지난 3월 책을 같이 읽고 난 후 4월부터는 도서관 탐방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하고 지역을 정했다. 전주를 시작으로 마산-창원-진해를 묶어 하루, 부천, 부산 이렇게 네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도 남원 지역에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시민모임 지원사업 공지를 내었다. 고민을 하다가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운이 좋게도 선정이 되었다. 느슨한 모임을 지속시켜주는 이런 지원사업이 있어서 참 감사하면서도, 재작년에 받은 지원사업으로 인해 이렇게 몇 번 혜택을 받는 것이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자발적인 시민 공부모임이 사회에 긍정적인 정성 효과를 만든다는 것에 동의함에도 아무래도 지원사업의 한계가 있다 보니 모임 활동 기간이 오래될수록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에 사뭇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 점이 오히려 대가없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기도 하지만. 아무튼 모여서 잘 탐방하고 잘 기록하고 잘 공유해서 지원금이 아깝지 않게 잘 쓰도록 해야겠다.  


그렇게 한달이 훌쩍 지나 4월 마지막날, 전주로 향했다. 테마가 있는 도서관들을 돌아보면서 문화예술적으로 누릴 수 있게 전주가 고르게 공공정책을 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전주를 여행지로 뜨게 한 한옥마을을 바라보는 자본의 시선, 가치의 시선, 여행자의 시선, 주민의 시선 간 충돌을 차치하고서라도 영화계라던지, 예술가들의 대시민 활동, 특색있는 문화서비스형 가게들이 외부인을 불러오기 때문에 주민들 역시 목소리를 내게 되고, 그런 의견을 수용하고자 다양한 문화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공공정책을 만들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모임 멤버 중 전주에서 사시는 분 얘기로는 그러게 되기까지 굉장한 이해관계에 충돌이 있다고 하니, 그저 겉햝기로 좋은 것만 본 외부자의 시선으로 전주가 좋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는 없겠구나 싶다. 

     

전주 시민들은 안 사먹는 비빔밥 맛집에 갔는데 오랜만에 맛난 비빔밥을 먹었다. 비빔밥도 김밥처럼 완전체 음식 같다.  


2022년 4월 한 달, 아침의 여유를 꽉 채웠다. (5월부터 바로 무너졌지만) 

어렵지만, 알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 


(5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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