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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Jul 06. 2022

2022년 6월 일하고 공부한 일기

감정 기복을 감당하며 보낸 6월 이야기  

#나의 타투이야기  

몸에 무언가를 새긴다는 것에 흥미를 가진 때가 10년 전즘인 것 같다. 마침, 그 즈음에 문신이라는 말이 타투로 바꿔 불리기 시작하기도 했던 것 같다. 네이밍이 바뀌고, 직업이 생겨나고 작업이 홍보되는 것.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증거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 나도 타투를 해봐야지 라고 실행에 옮기게 해준 계기는 트위터에서 본 뮤지션의 가슴에 새긴 꽃 타투였다. 작고 강렬한 색의 장미덩굴처럼 생긴 그 꽃이, 그 꽃을 새긴 뮤지션이 멋져보였다. 그리하여 2013년 힘들었던 프로젝트 정산을 마치고 퇴근을 하면서 손가락에 새긴 타투가 나의 첫 타투가 되었다. 이렇게 타투를 시작하고 나니 타투를 하는데 망설임이 없어졌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그림을 내 몸에 새기는 재미를 알았다. 그리고 후회가 없다. 옛 사진을 보면 그 때 기억이 바로 소환되는 것처럼 나에게 타투도 일종의 사진 같다. 그 때의 내가 떠오르면서 지금을 반추하게 된다. 그래서 뭐랄까, 지금까지 잘 살았다 하는 묘한 위안을 받는 것 같다. 몸에 새기는 타투를 기억장치로 활용했던, 영화 메멘토 주인공의 심정을 뒤늦게 이해되기도 했다. ㅎㅎ 그리고 타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몸에 그림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다. ㅎㅎ


4월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날(은 아니고 자주;;) 인스타그램을 보는데 출판사 웜그레이앤블루 계정에서 한국 여성들의 타투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며 인터뷰이를 모집하는 글을 보았다. 나의 타투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여 냉큼 신청했고 편집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온라인으로 인터뷰할 일정을 잡아 30분 간 질문에 답을 하였다. 6월에 책이 나와 출판사에서 두 권을 보내주었다. 내가 한 말을 다른 이의 글로 볼 때는 여러 감정이 드는데 일단 나를 다른 사람처럼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책 타이틀은 ⌜Ink on body:한국 여성 타투이야기⌟로 타투에 관한 필진들의 이야기도 있고, 나처럼 인터뷰이로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있다. 각각의 타투 이야기가 재밌고 뭉클했다. 그리고 읽으면서 생각나는 지인이 있어서 그 분께 한 권을 보내드리니 이야기의 바톤을 넘긴 기분이 들었다.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알바 끝, 새로운 일 시작

6월 초 서울국제도서전 행사 지원을 끝으로 하나의 알바가 끝났다. 대한출판협회에서 운영하는 큰 박람회장의 작은 사각부스들 틈 속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책을 향한 시선이 따뜻하고 호기심 가득해보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리도 많았나 하는 자칫 착각(!)할 수도 있는 풍경을 보면서 4개월 남짓 나의 알바가 끝났다. 그리고 다음 일을 준비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알아가는 책가게 시즌 3을 위한 준비, 차분하게 해보려고 한다.   


3년 휴업의 자물쇠를 풀 때가 오는 것인가!


#대학원_연구보고서와 워터밤

알바도 끝났겠다 본격적으로 대학원 공부에 집중할 때가 되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연구보고서를 어떻게 적을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면서 거의 매일 학교 열람실로 출근을 했다. 내가 쓴 연구계획서를 보면서 보고서의 틀을 잡았다. 서론인 문제제기, 연구의 필요성, 연구문제를 정리하고 본론으로 넘어가 사례분석, 결과, 함의를 도출하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제시하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했다. 연구보고서는 아니지만 그동안 일하면서 다양한 보고서들을 작성해봐서 시작은 어렵지 않았는데 과연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계속 묻게 되었다. 특히 사이버렉카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쓸 때는 '이 자들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판단을 내리고 글을 쓰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 같았다. 내 안의 판사가 나와서 자꾸 이들을 재단하고 싶어했다. 자신의 추측으로만 다른 이를 혐오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의 행위가 나쁘지만 보고서에는 나쁘다라고 적으면 안되고 사례와 근거로 분석하여 적어야 하니까, 어려웠다. 그래도 두 강의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보고서로 적어보니 문화 마케팅, 미디어와 법을 조금 알았다. 대학원생의 장점은 학술논문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인데 하늘 아래 새로울 것 없다지만 각자의 관점으로 방대한 글을 만들어낸 사람들이 대단해보였다. 첫학기 10페이지 보고서 적는데 쩔쩔맨 내가 과연 논문을 써낼 수 있을까. 2년 뒤 내가 쓰겠지만 틈틈히 보고서도 적고 그리고 관심있는 주제의 논문을 많이 읽어야겠다. 종강 후 방학 때 듣는 영어 특강도 신청하고 말이다.  


나의 첫학기 대학원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서 교수나 같이 드는 수강생을 실물로  적이 없다가 대학원 행정실에서 뭔가 만날 기회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는지 간담회를 연다고 하는 공지를 냈다. 마침   있는 시간이길래 어색한 뻘쭘함의 기분을 이겨내고(!) 참여했다. 늦은 저녁시간에 참여한 학생들이  포함 다섯명. 전공 주임교수도 어색하긴 매한가지, 그래도 이것저것 도움이 되고자 여러 정보를 주셨다. 특히 논문을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논문을 쓰고자 하는 내게 도움이 되었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자료를 열심히 찾는다고 해도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얻는   다른  있는  같다. 다른 , 뻘쭘함과 어색한 기분을 이겨낸 다른 자리가 있었다. 종강을 맞아 대면의 자리를 만들고 싶다고 저녁을 사겠다는 교수님의 연락을 받고 나간 자리였다.  수업을 듣는 원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많이 참석하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주제가 어찌저찌 패션에서 연애, 다이어트로 흘렀다. 정말   살이 없는 분이 조만간 워터밤을 가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예뻐보이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텐데 미의 기준이 다른 내가 뭐라고 참견할  없을  같지만 참여한다고 하는 워터밤은  체육 경기장을 빌려서 물폭탄 같은  계속 쏘아 음악을 즐기는 축제인데  시기 가뭄이 이슈라 비가 내려줬으면 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   축제를 가기 위해 물만 먹고 다이어트를 한다는 얘기를 내가 어떻게 생각할  있을까 싶었다. 분명한  사람과 사회, 공동체의 연결이 중요하다는  이상, 그 축제를, 그 축제의 참여를 부러워할 수는 없을  같다.  



#공부모임_도공디공(aka. 도시, 공간, 디자인, 공부)

6월 마지막 토요일, 도공디공 멤버들과 경기도 부천에서 만났다. 부천에도 주민들이 도서관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기관이 많이 있다고 하여 찾았다. 만화 산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보니 만화 도서관도 있고, 곳곳에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원, 문화시설, 행정시설에 도서관이 같이 있어 공간의 쓰임을 높였다.  


부천에 가기 전에 생각난 유명한 소설 ⌜원미동사람들⌟을 읽었다. 서울에서 팍팍하게 살다 부천 원미동에 집을 마련해 이사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을 설명하는 소개글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소시민의 애환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지리적으로 설명할 때 도심에 비해 주변, 변두리라 설명하는 것이겠지만 마치 삶의 주인공마저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심이 포화 상태니 주변에 가는데 그 또한 상대적이니 계속 외곽으로 주택을 짓고, 그곳으로 가는 사람은 변두리 지역으로 가게 되면 될수록 자신의 삶의 자부심마저 밀려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이 또한 상대적이니 언젠가 개발되고 발전되면 중심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내가 중심으로 살 수 있지는 않을까. 이런 무너짐의 생각들의 원인은 도시계획 자체를 주변부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요즘은 위성도시라 하지 않고 신도시라는 네이밍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수도에 많은 것들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첨단 기술, 최고층 건물, 최선의 행정 시스템, 빠른 유통, 거대 자본가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서울에 살아야, 서울 강남에 살아야, 비싼 집들이 몰려있는 곳에 살아야 성공한다고 하는 생각하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중심에 몰리는 것과 다른 문제인 것 같다.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도시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곳에 살아야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누구나 인정하는 성공하는 삶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아진다. 하긴, 나도 서울을 활용하자 라고 생각하게 된 지가 얼마 안되긴 했지... 자본과 수도 중심적 사고를 따르는 사람이 당연히 있겠지만 많아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삶의 방식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목표가 다 다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의 보여져야 할 것도 같다. 그렇게 다양한 삶이 눈에 보여야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잘 살 수 있구나 싶고, 그래야 동네에 애정이 생기고 공동체의 연결이 촘촘해지고 내가 동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알아가는 책가게 시즌 3 오픈을 준비하면서 갖고 가야할 큰 주제가 될 것 같다.   

 

부천 만화도서관은 꼭 다시 가서 하루종일 만화책을 보리라!


6월, 두 개의 연구보고서 제출로 대학원 방학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탐구생활 숙제를 해야할 때. 힘들지만 즐기면서 풀 수 있을 것 같다.


(7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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