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라 Jul 18. 2022

깊은 한숨의 기쁨

여러분의 요즘 삶의 낙은 무엇인가요? 저는 삶의 낙이 조금 많은 사람인데요. 매달 한 번 도시-공간-디자인-공부모임(aka.도공디공)에 참여해 지역 탐방하기, 매주 일요일 풋살하기, 몇 년에 한 번씩 제 몸에 새기는 타투, (되도록)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여유를 부리는 것, 시간이 날 때마다 책 읽기, 유튜브에서 몰랐던 세계를 구경하는 것 등이 제 일상의 즐거움들입니다. 이렇게 저만의 에너지를 쓰는 것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종종 주변에서 언제 쉬냐고 제게 묻기도 합니다. 삶의 낙과 쉼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묻는 거 보니 내가 쉬지 않고 뭔가 많이 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봅니다.


얼마 전 제가 즐겨 보는 여행 유튜버, 캐럿맨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여행을 구성, 촬영, 편집을 하고 채널에 업로드를 하는 일을 하는 크리에이터가 구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서둘러 올리겠다는 약속을 하며 ‘잠은 언제? 관뚜껑’ 이라는 글을 올렸더라고요. 좋아하는 여행을 하지만 쉬지는 못하는 것을 극단적 유머로 알리는 말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까지 열중하며 해내는 성취감은 일하며 성장하는 자신을 위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몰입의 상태가 지나치면 몸과 정신이 지쳐 어쩔 수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쉼의 상태를 겪고 나서야 ‘아, 틈틈이 쉴 걸…’ 하는 후회를 하죠. 그러고 보면 쉬는 것도 뭔가를 하는 것만큼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생각의 고리를 끊고 그 생각을 내보내야 쉬는 마음을 느낄 테니까요.


그러니까,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과학저술가 브라이언 그린이 쓴 책 ⌜엔드 오브 타임⌟에서 이 질문에 답이 될만한 흥미로운 문구를 읽었습니다. 생명체가 에너지를 추출하고 배분하는 방법은 종(種)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며 세포들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단계마다 소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간간이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전자(電子)를 잃고 얻는, 일련의 산화 환원 반응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해요. 비타민 C의 화학구조를 발견한 생화학자 알베르트 센트죄르지도 “모든 생명 현상은 최후의 쉼터를 찾아가는 전자의 여정”이라고 했다는 글에서 제가 쉬어야 하는 강력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은 쉼의 방식은 한숨을 쉬는 거예요. 방법은 정말 별 거 없어요. 걸을 때 숨을 크게 내쉬고, 자고 일어나 쉬고, 자기 전에 쉬고요. 가끔은 기계의 힘을 빌려 애플워치에서 알려주는 심호흡 타임에 맞춰 한숨을 쉽니다. 들어오면 내보내고, 내보내면 들어오는 숨이 제 몸의 세포들에 에너지를 만들 기쁨(!)을 주는 거죠. 쉬는 것도 잘해야 하는 강박 없이, 스트레스를 없애야 하는 목적 없이, 한숨을 자주 쉬니까 유한한 나의 일상을 찰나지만 들여다볼 수 있고 정리가 되는 기분을 느껴요. 깊은 한숨으로 비워내면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따라 들어오기도 하고요.


자, 같이 큰 숨을 쉬어볼까요?

— (들이쉬고) — (내쉬고)  그리고 살짝 미소 ^_^




*이 글은 뉴스레터 써티랩 기고용으로 작성한 '쉼'을 주제로 한 에세이입니다. 

*삶에 변화가 많은 20대 중후반~30대 후반의 연구원들이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써티랩 구독하기(클릭)    



작가의 이전글 외부인의 시선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지방의 문화사회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