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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연맨 Apr 01. 2024

불안형 애착-2. 내면파수꾼

제시카 바움의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를 읽고

직접 그린 애착유형 표


애착유형은 총 4가지로 나누어진다. 구분의 기준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 여부, 타인에 대한 긍정 여부이며 각각이 긍정인지 부정인지에 따라 나뉘게 된다. 여기서의 ‘긍정’이란 존재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중 자기긍정-타인긍정인 안정형을 제외한 불안형(자기부정-타인긍정), 회피형(자기긍정-타인부정), 혼란형(자기부정-타인부정)은 모두 불안정 애착으로 분류된다. 어느 불안정 유형이 더 낫고 더 별로이고 그런 것은 없다. 다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내면아이의 결핍에 따라 애착의 결핍 또한 발생한 것이다. 애착유형을 알아봄으로써 자신이 삶의 주체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도 평가해 볼 수 있다. (검색하면 검사를 할 수 있는 사이트의 링크가 금방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불안이 심어질 환경에 자주 노출되었던 사람들은 ’불안형‘ 불안정 애착 유형으로 굳어진다.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시작으로 여러 기억들이 앨범 속 사진처럼 떠올랐다.


초등학교 때 드센 친구들에게 매일같이 불려 가 ‘너 오늘은 왜 눈을 세모나게 떠?‘ 와 같은 것들로 추궁받았던 기억.

많은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학교 공용 휴식 테이블에서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있던 기억.

팔짱 낀 채 매섭게 나를 노려보던 눈빛들을 견뎌내던 기억.

그 뒤로 누군가 귓속말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

음악시간 혼자 앉는 게 서러워 눈물이 나는 걸 이 악물고 참았던 기억.

평화로운 날들과 그렇지 못한 날이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던 기억.

이런 얘기를 엄마한테 했을 때 ’네가 예민한 건 아닐까? 너무 힘들면 차라리 정신과 상담을 받을래?‘라는 말을 듣고 어린 마음에 상처받았던 기억.

친구들과의 트러블들이 초등학교를 넘어 중학교, 심지어 고등학교에서도 종종 있었던 기억.


그래서 결국 내가 문제라는 확신으로 굳어진 기억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문제가 나에게 있는 게 당연해졌으며 안정적인 관계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얻게 되었다. 이는 결국 나의 관계들을 지키기 위해선 내가 그들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는 결론이 되었다. 늘 나의 속마음은 꼭꼭 숨긴 채 남의 편의를 더 염려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실망할 수 있다는 점이 늘 두려웠고, 간혹 가다 안 좋은 소리를 듣게 되면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라며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불안의 숙주가 되었다.


불안형은 누가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 곧 ‘사랑받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니 자기도취에 빠진 연인의 고통받는 내면아이를 보살피는 책임을 아무렇지 않게 떠맡으려 하죠.
제시카 바움,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


나의 불안은 연애에 있어서 특히나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21살 첫 연애를 시작하고부터 상대의 사소한 변화에도 크게 확대해서 생각하는 버릇은 잘 고쳐지지 않았다. 심지어 행복한 순간에도 상대가 하루아침에 변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불안함과 초조함은 언제나 내 안에서 가라앉은 모래처럼 존재했다.


나의 불안을 들켜가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손에는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관계의 주도권이 쥐어졌다. 그 주도권은 내 삶과 내 감정까지도 쥐고 흔들 수 있을 만큼 강력했으며 나는 그럴수록 내게 일어나는 이러한 불안의 감정들을 곧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나는 불안을 달래기 위해 그들에게 나를 맞추려 노력했고, 또 그만큼 그들이 나에게 맞추길 바랐다. 끝없는 상념 속에서 나는 매번 나 자신을 잃어갔다. 결국에는 비슷비슷한 결과를 내었던 나의 연애들은 몇 안되지만 나의 잠재의식을 굳건히 하기엔 충분했다.


우리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는 없는데도 이들은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즉 자신이 모자라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고,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생각을 부추깁니다. 지난 관계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원인이 바로 이 부분이죠. 두려움에서 태어났기에 파수꾼은 사물을 흑백으로 뚝 잘라 구분합니다.
제시카 바움, <나는 왜 사랑할수록 불안해질까>


‘문제는 나에게 있기에 내가 남들의 눈치를 살피고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잘 맞춰줘야 해.‘

이런 식의 사고 패턴을 책에서는 ’내면파수꾼의 역할‘로 정의한다. 내면파수꾼은 나의 내면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굳어진 행동패턴을 하게끔 이끄는 방어기제의 역할을 한다. 즉,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나는 또 버려질 거야’, ‘나는 결국 사랑받지 못해’와 같은 생각들을 강화하고, 그에 뒤따를 고통을 예측한 뒤, 그 순간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근시안적인 행동을 하게 만든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 바로 내면파수꾼을 설득해야 한다. 나를 갉아먹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길을 택하도록. 어떠한 행동을 취하기 이전에 한숨 고르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조금은 가라앉힌 다음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잠깐만. 멈추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 상황으로 이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확실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멀리 보았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너의 마음이 다칠 가능성은 없어?’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하지만 이를 점차 가능케 할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면양육자를 키우는 것이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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