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개발 프로젝트 사전 스터디
2주 전, 감사하게도 관심 있던 회사의 디렉터님과 커피챗을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 회사는 “일본의 모리빌딩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공공성과 사업성을 모두 겸비한 좋은 도시 공간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크든 작든 ‘판을 바꾸는 일’에서 열정을 느낀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만남 후 바로 다음날 우연인지 뜻하지 않게 복합개발 제안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호기심을 안고 사전 스터디를 겸해 펼친 책은 『도쿄를 바꾼 빌딩들』. 그중에서도 파트 1, ‘제3의 글로벌 도심 탄생을 이끈 힐즈 시리즈’ 부분을 자세히 읽었다.
50여 년 전, 일본 디벨로퍼 모리빌딩의 창업주 모리 미노루는 급격히 밀집된 도시 구조 속에서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했다. 그가 제안한 ‘버티컬 가든 시티(Vertical Garden City, 수직 녹원도시)’ 개념은 동아시아 고밀도 도시가 안고 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이자, 도시 속에 자연과 삶을 공존시키는 철학이었다.
직주근접·문화발신·자연과의 공생을 시도한 24시간 복합도시 아크 힐즈(1986) 를 시작으로, 롯폰기 힐즈(2003), 도쿄 미드타운(2007), 도라노몬 힐즈(2014~2023), 그리고 최근의 아자부다이 힐즈(2023) 로 이어졌다. 35년에 걸쳐 완성된 힐즈 시리즈는 마루노우치·신주쿠 중심의 전통적인 업무지구를 넘어 미나토구 일대에 제3의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를 만들어냈다.
특히, 직주락이 공존하는 ‘힐즈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기 위해 모리빌딩이 전략적으로 배치한 시설들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롯폰기 힐즈의 꼭대기에 자리한 모리미술관과 아카데미힐즈, 그리고 아자부다이 힐즈의 아만호텔, 팀랩 보더리스 미술관, 하이엔드급 힐즈마켓, 국제학교, 예방의료센터 등은 모두 세계 수준의 글로벌 기업과 인재 유치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특화 시설이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머무르고 교류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시의 문화적 기반을 단단히 다진 그 전략이 특히 흥미로웠다. 현재 복합개발 프로젝트 또한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 연구원을 타깃하고 있기에, ‘일, 삶, 여가’가 공존하는 도시 속에서 왜 예술과 문화 필수적인 요소인지 설득하는 근거로 이 사례를 바로 적용하였다.
6년 전 도쿄를 여행했을 때, 복합개발 공간의 사례로가 아닌, 그저 ‘모리미술관’과 ‘아카데미힐즈’라는 단편적인 브랜드로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도시에 그 시설이 있는 이유를 다시 보니, 그 안에는 시대의 흐름, 도시의 비전, 타깃층의 니즈, 그리고 문화적 맥락이 정교하게 엮여 있었다. 풍요로운 도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만든 결과물 이라는 것을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 보게 되었다. 새로운 도시 모델의 실험실 도쿄를 곧 방문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