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책을 읽는 이유
초등학교 2학년 첫째는 공부보다는 게임에 관심이 많다.
부모 마음이 다 그런 건지,
아들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싶었다.
“아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알려줄까?”
“응~ 공부를 왜 해야 하는데?”
“응~ 아빠가 생각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3가지야.
첫 번째 이유는,
공부를 잘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어.
그런데 공부를 안 하면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사람이 시켜서 억지로 하게 돼.
두 번째 이유는,
공부를 잘하면 다른 사람들이 쉴 때, 나도 쉴 수 있어.
공부를 안 하면 다른 사람들이 쉴 때에도 일을 해야 해.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지만, 돈을 많이 벌기는 어렵거든.
세 번째 이유는,
아들 더운 거 싫어하잖아.
공부를 잘하면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어.
추울 땐 따뜻한 곳에서 일할 수 있고.
비가 올 때는 비를 안 맞고 일할 수 있지.
공부를 안 하면 그 반대야.
더울 때는 더운 곳에서, 추울 때는 추운 곳에서,
비올 때는 비를 맞으며 일하는 경우가 많아.”
내 말이 끝나자 아들이 되물었다.
“아빠! 아빠는 하고 싶은 일 하고 있어?”
아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하기 어려웠다.
“... 응;; 아직 반반이야.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계속 공부하는 거야. 아빠가 계속 책을 읽는 이유야.”
아들에게 공부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고 해 놓고,
아들의 질문에 내가 느낀 바가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열심히 공부했는가?
나는 내 인생을 선택하면서 살고 있는가?
전문직 또는 사무직만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인가?
아들과의 대화 후 잠자리에 들었고,
수능 시험을 다시 보는 꿈을 꾸었다.
시험장에 지각을 했고,
문제는 거의 풀지 못했다.
일어나니 식은땀을 한가득 흘렸다.
더울 때 더운 곳에서 일하고,
비 올 때 비를 맞으며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 나의 삶도 괜찮은 것 같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꿈을 꾸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니,
모든 일은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나도 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