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듣는다는 것
2020년을 돌아본다.
2020년은 쉽지 않았다.
고집불통인 분들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윗사람이 고집불통인 경우였다.
내 의견만 옳다고 확신하는 리더와 일하는 것은
많은 인내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경청’이다.
학교 영어시간에 수도 없이 많이 들어봤던 그 말.
“Listen Carefully”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닫은 채,
“My Way”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경청의 소중한 가르침에 귀 기울여 본다.
장자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음악 소리가 텅 빈 구멍에서 흘러나온다.’
우리는 대부분 상대의 말을 듣기도 전에 미리 나의 생각으로 짐작하고 판단하곤 합니다. 상대의 말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빈 마음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텅 빈 마음이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나의 편견과 고집을 잠시 접어 두라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말소리를 들었다고 해서 상대방의 말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진정한 듣기는 말하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독순술의 핵심입니다.
전염병은 신체의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합니다. 그러나 대체로 암은 몸 안의 세포가 악성으로 변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암은 몸의 내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몸의 내부 문제는 마음의 스트레스나 소통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질문을 할 때는 그동안 관찰해본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짧게 상대를 칭찬해준다. 진심이 담긴 칭찬을 받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마음의 문을 여는 법이다.
말하는 사람은 되물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간 영광의 시절을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괴로울 때가 있지. 그러나 슬퍼하거나 아쉬워하지 말게. 뒤에 남은 그루터기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위안과 힘을 찾을 수 있다네.
도공들이 흙을 이겨서 만드는 그릇은 어디에서 쓸모가 생겨날까요? 흙을 이겨서 만든 찻잔이나 술병은 그릇 내부에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노자가 하신 말씀이죠. 악기도 마찬가집니다. 판은 그 안에 만들어지는 공명의 빈 공간에 있기에 쓸모가 있는 겁니다. 판 자체에 매달리지 말고 판이 만드는 빈 공간에 주목해보세요. 판을 만들지 말고 공명통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저도 위계적 의사소통 방식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변화의 시기에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조직의 어느 위치에 있든 상관없이 모두가 귀를 열어 놓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조직의 상부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래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지 않는다면, 변화하는 세계에서는 생존조차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는 인정해야 합니다. 상층의 몇 사람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지휘하는 조직은 변화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선대 회장님께서 저에게 남긴 말씀이 있습니다. 정말 위기 상황에 닥치게 되니가 그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하나는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라는 아라비아 속담입니다. 다른 또 하나는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라는 경구입니다.
선대 회장님이 저에게 주신 경영의 교훈은 바로 ‘경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저에게 ‘지도력은 웅변보다 경청에서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네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남긴 것이 바로 이 구절이었어. 자신의 삶에서 깨달은 가장 귀중한 지혜라고 했지. ‘귀 기둘여 들으면(以聽)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得心)’는 것이었지. 네 아버지는 우리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이 바로 이 네 글자라고 하셨어. 영혼의 귀를 열어 그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상대가 누구이든지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이야.
작년 한 해에도 회사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다.
인사노무담당자로서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나는,
문제에 직면하면 일단 듣는다.
이의를 제기한 상대방의 말을 듣고 또 듣는다.
어떤 분들은 내게 조언한다.
회사 인사노무 담당자가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회사가 내 말을 들을 것이라는 잘 못된 기대심리를 줄 수 있다고.
여지를 두지 않고, 법대로 칼 같이 밀어붙이는 것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나의 문제 해결 방식은 조금 다르다.
나는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건 아니건 일단 듣는다. 물론 내 선에서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라면 애당초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들어본다.
어디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발생하는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인지?
등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문제를 제기하는 상대방에게도 되물어 본다.
많은 문제들은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해결되기도 한다.
그냥 한풀이라도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이야기를 들어본 내가 다른 시각에서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알겠습니다.” 라며 수긍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의사결정권자들에게 보고를 할 경우에도,
경청을 통해 현장의 Needs를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에 일이 쉽게 풀리는 경우도 많이 있다.
불만이 제기되었을 때는 아주 크게 주장을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주 사소한 문제가 불거지며 크게 확대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서 불통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보인다.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힘은 ‘경청’에 있다.
경청이라는 책의 주인공인 이토벤은
본인의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우리는 평상시부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경청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한다.
경청은 문제를 해결한다.
경청은 후회를 만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