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가 경쟁력이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뜨겁다.
코로나 19로 생활 패턴이 바뀌었다.
외식은 줄어들었고, 배달음식 이용은 늘었다.
그 중심에 배민이 있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배민의 저력은 무엇인지?
홍성태 교수가 묻고,
김봉진 대표가 답한 ‘배민다움’을 통해 알아본다.
시인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들은 사물에서도 마음을 느끼고 , 다른 사람의 마음도 들여다본다.
경영자들에게 시 짓는 법을 가르치는 황인원 시인은 시인이 세상을 보는 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모름지기 시인은 관찰하고(Observe), 질문하고(Ask), 귀담아듣고(liSten), 그 결과 통찰력을 갖게 되어(InSight)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문자만 줄여서 ‘OASIS’라고 기억하자)
사람들이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도 깨닫게 됐어요.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먹기 위해’ 시키는 거겠죠. 배민은 그걸 하는 회사입니다.
저희가 내린 결론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아무도 만족할 수 없고, 단 한 사람을 제대로 만족시키면 모두가 만족한다’입니다. 모두에게 맞추려고 하는 순간,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을 거예요.
미국의 한 코미디언이 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성공의 열쇠는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실패의 열쇠라는 것은 안다 (I don’t know the key to success, but the key to failure is trying to please everybody).”
그때 절실히 깨달은 게 이런 겁니다. ‘많은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아무도 감동받지 못하지만, 단 한 사람을 제대로 감동시키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어서 모든 사람이 감동받는구나’라는 거요.
그렇게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이나 비결이 있을까요?
보통 다 함께 모여서 회의를 하기 때문에 누가 낸 아이디어인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누군가 말한 기획이 A라면 구성원들이 거기에 계속 아이디어를 더해서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결과물이 나와요.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아이디어를 비방하지 않고 받아주는 문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그게 뭐냐’고 하면, 다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황당한 아이디어라도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현실적으로 쓸 만한 결과가 나오니까 다들 신나게 아이디어를 내요. 회의가 거의 아이디어 배틀처럼 되기도 해요.
물을 크리스털 잔에 따라 마신다고 건강이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물맛도 같을지언데, 왜 비싼 크리스털 물잔을 사려할까? 향초가 꼭 필요해서 살까? 명품백이 가격만큼 기능이 더 좋아서 사는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을 정리한 <사람들은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왜 살까 (Why people buy things they don’t need)>라는 책이 있다.
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니즈(needs)가 아닌 원츠(wants) 때문이다. 20세기에는 니즈만으로도 시장이 형성되었지만, 이제 니즈는 상당 부분 충족되었다. 21세기 마케팅의 초점은 원츠의 충족이다.
저희가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제약이 창의성을 일깨운다’ 예요. 제약은 창의성을 가두는 게 아니라,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봐요.
우리는 보통 수백억 원이 있으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니거든요 모든 위대한 작품이나 창의적인 솔루션은 시간적인 제약, 물리적인 제약, 자원의 제약들이 엄청 많았던 것이더라구요.
유명한 미술작품들을 봐도 내가 100억 원을 줄 테니 당신이 정말 만족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오라고 한 건 없거든요. 전쟁에서조차,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을 봐도 명량해전에서 제약이 많았죠. 수많은 적들이 있었지만 창의적 전략으로 깬 거잖아요. 뭐가 됐든 어렵고 제약된 환경에서 창의성이 태어나곤 하죠.
자유와 자율은 다르죠. 회사는 개인이 더 오랫동안 몰두하고 연구하며 자율적으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준 거지, 자유로운 문화를 거저 선사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원칙 없이 세워진 자유로운 문화는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크게 두 가지예요.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인데,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건강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업무를 도전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결국 그 이상을 해내게 하는 성장 촉진제가 되죠. 만약에 회사에서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안 준다면 사람들은 오히려 스트레스 때문에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정말 안 좋은 스트레스는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예요. ‘이 업무보고는 어떻게 해야 미움받지 않을까?’, ‘왜 쟤가 나를 싫어할까?’ 같은 거죠. 그러니까 회사에서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말고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자. 스트레스는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조금 더 수평적인 문화를 일궈야죠. 하지만 일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대표부터 인턴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업무는 자연히 수직적이 되어야 하겠죠.
Q) 잡담을 장려하는 문화에 혹시 부작용은 없나요?
저도 처음에는 괜찮을지 우려도 좀 있었는데,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위안을 받았어요. 인종마다 공부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거예요. 한국 사람은 계속 암기한다. 일본 사람은 계속 메모한다. 중국 사람은 소리 내서 읽는다. 유대인들은 하나의 주제로 계속 토론한다. 저희는 분류하자면 유대인 방식을 추구해보고 있어요.
잡담의 효과랄까 목적은 또 있어요. 반복적으로 자기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변형하거나 수정하는 데 익숙해지는 거예요. 내 아이디어를 누군가 반대해도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거죠.
Q) 회사가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직원을 먼저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시죠.
<인터널 마케팅>이라는 책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우선 직원을 만족시켜라’라는 대목을 보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마케팅이라고 하면 보통 외부에서만 이루어지는 걸로 생각하잖아요. 고객을 상대로 할인 행사하고 광고하고 매출 높이는 활동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내부 직원들이 자기 회사를 마음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정말 그 서비스를 진정성 있게 만들 수 있겠죠. 저희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회사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먼저 자기 회사 직원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이유는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회사 생활에 불만이 많고 상처도 많은데 어떻게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어요.
나는 배민과 관련 있는 이커머스 업체에서 일한다.
회사에서는 조직문화도 담당한다.
그렇기에 배민의 조직문화가 궁금했다.
‘배민다움’은 나의 궁금함을 상당부분 채워주었다.
‘배민’의 광고는 창의적이다.
책에서 나온 표현을 빌린다면, 후킹(hooking)이 된다.
타원형 계단식의 회의실, 잡담을 권장하는 문화.
이와 같은 조직문화가 배민의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