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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사 Mar 28. 2021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다

강역부토유역불여

중학교 때 일이다.

같은 반에 J라는 친구가 있었다.

J는 몸이 약했다.

친구들은 J를 항상 괴롭혔다.


나는 J의 친구가 되었다.

J와 함께 밥을 먹었다.

J와 등하교를 같이 했다.

J를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으면,

내가 앞장서서 대응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힘이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매월 우수사원을 뽑는다.

지난달 나를 추천한 사연 중,

내 마음을 크게 흔들었던 말이 있었다.


“책인사님은 강자한테 강하고, 약자한테 약하게 대해주세요. 사원들에게 항상 온화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장 생활 14년 동안 들었던 칭찬 중,

가장 감동적인 칭찬이었다.


회사의 분위기가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회의시간에는 항상 날이 선 질책이 이어진다.

누군가를 칭찬하고 격려하기 어렵다.


그래도 누군가는 건의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누군가는 앞장서서 개선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내가 앞장서고 있다.


대표는 항상 화로 가득 차 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말로 암묵적 동의를 이끌어 낸다.


한 번은 내가 답했다.

“규정에 따라, 정해진 업무 프로세스대로 일을 처리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었고, 굳이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처리될 예정입니다.”


회의가 끝나고 대표님이 따로 나를 불렀다.

“그냥 잘 못했다고 해. 말대답하지 말고.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하는 말에 반대의견 내지 마.”


대표가 가진 절대적인 권한 앞에서,

대표의 일방적인 폭주를 제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흔 살의 나는 고민이 생겼다.

이런 상황을 참아야 하는지.

나의 소신대로 행동해야 하는지.


지금까지의 나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했다.

30대의 나라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마흔 살의 나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강역부토유역불여 (剛亦不吐柔亦不茹)

억세도 토하지 않고, 부드러워도 먹지 않음. 强者(강자)도 두려워하지 않고, 弱者(약자)도 업신여기지 않음을 이르는 말. 출전 春秋左氏傳(춘추좌씨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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